내일이면 스승의 날이다.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스승의 은혜를 어찌 표현할까 고민해야 하는 게 맞지만 정작 난 마음이 복잡하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자식을 둔 부모라면 스승의 날 선물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진 않을 것이다. 당연히 챙겨야 하는데 어느 정도 선에서 챙길 것인가 고민하고 있겠다. 그런데 이제 4살!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보내는 나는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챙기면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오만가지 생각이 지금까지 머릿속을 맴돈다.

정답을 찾기 위해 들른 곳은 엄마들 인터넷 카페. 아니나 다를까 요즘 심심찮게 이런 글이 올라온다. "어린이집 선생님 선물 꼭 챙겨야 하나요? 한다면 어떤 걸 드리는 게 좋을까요?" 역시 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엄마가 많은가 보다.

"전 그냥 3만 원 정도 선에서 하려고요. 화장품이나 보디세트 같은 거 안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전 상품권 보내려고요."

그냥 싼 걸 보내면 싫어한다 비싼 걸 보내라, 비싼 건 돌려보낸다더라 필요한 걸 보내라…. 공통적인 건 썩 내키진 않는데 보내지 말란 얘기가 없어서 해야 할 거 같다는 반응이다.

어린이집 학대나 폭력 같은 기사들을 종종 접하고 있는 요즘, 혹시나 선물을 주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차별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하고, 하게 된다면 담임 선생님이 두 분이다 보니 두 명 모두 챙겨야 하는 부담도 있는 게 사실이다. 가정 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선생님 전부 다 챙겨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큰 시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는 담임선생님 외에 원장 선생님, 기사 선생님, 주방 이모까지 모두 다 챙긴다는 사람도 있었다. 1년에 한 번이지만 엄마들에겐 큰 고민거리임엔 틀림없다.

간혹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스승의 날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안내문을 엄마들에게 보내기도 한다던데, 차라리 그런 안내문을 받으면 마음 편하게 안 보낼 텐데, 그런 것조차 없으니 머릿속이 더 복잡하기만 하다.

어떻게 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촌지와 선물의 사각지대다. 스승의 날 외에도 엄마들은 지갑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어린이날은 어린이날이라고 반 애들 선물 다 챙겨서 보내고, 생일은 생일이라고 떡이며 케이크며 음식 준비해서 보내야 하고, 반에 생일인 친구가 있으면 축하한다고 선물 또 보내줘야 하고, 크리스마스, 소풍, 그냥 평소에도 애들 잘 봐달라며 빵이며 음료수며 간식 넣어주고…. 이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힘들게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아이들이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에게 좀 더 사랑을 갖고 돌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들은 선생님께 선물을 하고 지갑을 연다. 수많은 보육교사들이 이런 엄마의 마음을 이용하지 않고 어떤 마음에서 선물을 하는 건지 그 진심을 좀 알아줬으면 한다. 엄마들이 걱정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그때가 되면 잘 봐달라는 선물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감사함이 우러나서 선물을 고르고 있지 않을까.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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