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46) 합천 대식농장 강병식 대표

"우리나라 한우 농가가 살 길은 종축개량으로 고품질 소를 생산하는 겁니다. 그러자면 개인으로는 힘이 많이 들어요. 나라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이식센터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정란을 공급해 농민들은 열심히 소만 키우면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천군 용주면에서 대식농장을 경영하는 강병식(37) 대표는 1997년 축산 계열로 유명한 천안 연암대 낙농과를 졸업하고 계속 소를 키워 왔다. 현재 대식농장에서는 비육우 150마리, 번식우 1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축산 인생을 이끄는 세 사람 송상현 장덕일 주영국 씨

소 19마리로 농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우던 것과 현장은 달랐다.

"이론을 알면 그만큼 접목하는 것이 빠르지만, 말 대로 현장은 '필드'입니다. 10년 넘게 소를 키우다 보니 하나하나 새로운 게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끝이 없어요. 하나를 알면 그 안에 또 다른 하나가 있더군요. 계속 의문과 궁금증이 늘어납니다. 매일이 다르고 매년 또 달라요. 생물이잖아요."

비육우, 즉 고기소를 키우던 강 대표는 종축개량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체형·육질 등을 개량해서 키우면 똑같은 노동력과 생산비를 투입하고도 훨씬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인공수정을 통해 암소에게서 새끼를 얻지만, 강 대표는 이와 함께 수정란 이식을 도입했다. 수정란 이식은 형질이 좋은 암소의 난자를 채취, 수정해서 다른 암소에 주입해 새끼를 얻는 것이다. 일종의 대리모 암소라 할 수 있다.

"경상대에 가스트라고 있는데 그곳 송상현 박사와 장덕일 소장, 산청 축산시험장 주영국 장장이 참 많이 도와줬습니다. 주영국 장장은 과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이곳에 직접 와서 좋은 소를 선발하는 것부터 컨설팅을 많이 해줬습니다. 이 세 분이 한팀인데 2006년 무렵 우연히 이분들을 알게 됐어요.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들과의 만남이 현재의 강 대표를 이끌고 있다.

학교기업인 경상대 가스트(GAST)는 한우·돈육·유제품 관련 산·학·연 유기적 협력 체제를 통해 첨단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식품산업에 도입, 안전 식품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스트 소속 송상현 박사와 장덕일 씨는 수정란 이식 전문가이다.

대식농장에서는 일부 소를 이용해 수정란 이식을 통해 송아지를 낳고 있다. 대리모 소의 관리, 사료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시험하기도 한다.

"세 분이 옆에서 컨트롤을 잘 해줘서 신경 쓸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저는 이분들 덕분에 큰 문제가 없지만, 다른 개별농가들은 종축 개량 작업이 많이 어려울 겁니다. 좋은 소를 선발하고 도태시킬 나쁜 형질을 골라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기관에서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몇백만 원 몇천만 원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이런 것들이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도 단위 이식센터 있어야"

이식 준비를 위해 농장을 찾은 장덕일 씨는 "농장주의 마인드가 깨어 있다"고 강 대표를 치켜세웠다.

장덕일 씨는 "8년 전 지자체의 지원으로 농가들에 수정란 이식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농장주들이 완전히 사기꾼 취급을 했습니다. 농가 협조가 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차츰 시간이 지나 젊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며 알게 되면서 변화했습니다"며 "이제는 종자 전쟁 시대입니다. 그런데 일반 인공수정으로는 10년 걸리는 일을 수정란 이식으로는 1년 만에 해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식센터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개량은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종자 산업은 나라에서 해줘야 합니다. 개인이 하기에는 금전적인 부담 등이 너무 큽니다. 이식센터 등이 갖춰져 농가에 수정란을 공급, 농가는 열심히 소만 잘 키우면 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옆에서 장덕일 씨도 말을 거들었다.

그는 "경북 등에는 이식센터가 있습니다. 경남에는 없죠. 도내 축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도 단위 이식센터가 설립돼 축산농들에게 좋은 수정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인공수정과 수정란 이식은 비용 차이가 크다. 또 난자를 채취한 소는 2개월 이상 쉬게 해야 한다. 평소 대리모가 되는 암소의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항상 상태를 살펴 최적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 이식을 받으려면 미리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마지막 검사에서 탈락하는 소도 있습니다. 인공수정은 난값으로 4만~5만 원이 들지만, 수정란 이식은 준비 비용 등이 45만 원가량으로 10배 이상 차이 납니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농장주가 부담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소들이 다 보답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겁니다."

반대하던 부모님, 이제는 전 가족이 한길

강 대표의 부모도 소를 키웠지만, 아들이 소를 키우겠다고 나서자 반대했다. 농협 직원 등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는 직업을 선택하기를 바랐던 것. 하지만 현재 부모님은 강 대표를 아주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일을 하던 강 대표의 형 병직(40) 씨도 동생의 권유로 연관된 일을 한다. 7년 전부터 한우 전문 식당을 하고 있는 것. 합천영상테마파크 인근의 이 식당은 좋은 고기로 제법 이름이 나 있다.

대식농장은 강 대표 이름을 땄다. 어릴 때 시골에서 부르던 이름이 '대식'이었다. 형의 식당도 농장 이름을 빌려 '대식 한우 명가'라고 지었다. 소를 키우는 동생과 소고기 음식점을 하는 형은 이렇게 다르면서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강 대표에게 소는 바로 가족이다. 그래서 아침에 사료를 주기 전에 자신이 먼저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강 대표의 애정에 소는 그대로 보답한다. 출하 두수 성적은 1++이상이 50%, 1+이상은 70%, 1등급 이상은 90%이다.

현장을 방문한 도 농기원 강소농지원단 축산분야 민간전문가 류재숙·박재영 씨는 "열심히 하는 농장은 현장을 보면 바로 표가 난다. 이곳은 젊은 농장주가 애정을 가지고 소를 돌보고 있기 때문에 농장 환경부터 다르다"며 "소도 주인의 정성을 아는지 한결같이 온순하다"고 말했다.

대식농장은 다른 농장과 조금 다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축사와 축사 사이 간격을 벌리고 옆 부분을 막아 자연스럽게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공간과 맞닿은 한쪽 축사의 철문 파이프 간격을 넓게 해 송아지들이 축사에서 언제든지 빠져나와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또 강 대표는 발효 사료를 이용, 생산비를 낮추고 있다. 두부 공장에서 비지를 가져와 맥강(보릿겨) 등을 섞어 발효시켜 소에게 준다.

강 대표의 이러한 노력들이 조금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8년 열린 제6회 경남 한우고급육 경진대회에서 강 대표의 소가 1등을 차지했다. 또 재작년 열린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육량부문 수상을 하기도 했다.

강 대표의 꿈은 "소를 1000마리 키우는 것"이다.

"결코 돈을 보고 나아가는 게 아닙니다. 꼭 1000마리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추천이유>

◇류재숙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민간전문가 = 강병식 대표는 1997년 대학을 졸업하던 해 IMF 외환위기로 송아지 마리당 시세가 30만 원으로 어려울 때 19마리로 농장을 시작, 16년 만에 250마리 규모 농장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강 대표는 고급육 생산과 사료비 절감, 성실한 사육 관리가 살길이라는 일념으로 한우를 가족처럼 돌보고 있습니다. 한우자조금협의회 중앙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등 지역과 농민들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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