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뮤지컬 시장 급성장, 지방은 인프라 빈약 관객층도 적어 위축

국내 공연계 이른바 '핫 아이콘'으로 통하는 뮤지컬에 대한 문화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르적 특성과 공연을 본 뒤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적 특성이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는 1990년대 중반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등을 필두로 뮤지컬 팬덤을 이뤘던 당시 20~30대 팬층이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문화적 욕구를 발산하는 40~50대 문화소비층으로 진화하면서, 뮤지컬은 세대를 초월한 가장 막강한 티켓파워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대중의 관심 증대는 산업적·상업적 측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아 CJ·삼성 등 대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경남발전연구원이 경남지역 뮤지컬 육성을 통해 도민 문화향유권 증대를 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여성연구실 김태영 박사가 쓴 <경남 뮤지컬 발전을 위한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지역 문화계 현실을 기반으로 정리·평가해봤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류 등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가하고, 주5일 근무 및 수업제에 따른 여가생활 확대, 경제적 수준 향상으로 고급문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덕이다. 공연산업 매출액은 매년 15% 정도 급격한 신장세에 있다.

전체 공연산업 중 약 51%(2010년 기준 1658억 원)를 차지하고 있는 뮤지컬은 매년 7.7%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간 공연 편 수도 ㈜인터파크 티켓자료 기준 2007년 1454편에서 2011년 2014편으로 47.2%나 증가했다.

뮤지컬 <이순신> 한 장면

작품 유형도 다양해져 국내 창작 작품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내한 오리지널 투어 뮤지컬', '라이선스 뮤지컬'도 많이 제작돼 전국 공연장을 누비고 있다.

<경남 뮤지컬 발전을 위한 과제>는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통해 지역 뮤지컬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 방법으로는 △뮤지컬 창작 지원시스템 도입 △뮤지컬 전용 공연장·연습장 지정 운영 △뮤지컬 전용공연장 내 상설 뮤지컬 공연 추진 등을 제시했다.

경남을 비롯한 지방에서 뮤지컬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역기반형 창작 뮤지컬 제작보다는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투자 위험이 적은 라이선스 뮤지컬, 내한 오리지널 투어 등이 주로 공연되는 추세다.

경남에서 만들어진 창작 작품 대부분도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이미지 제고 또는 단발성 축제프로그램 중 하나로 제작 지원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순신>, <위대한 대장경>, <삼월이 오면>, <여의와 황새>, <제4의 제국>, <유등>이 대표적이다.

<제4의 제국> 한 장면

이들 작품은 관람객들로부터 나름 작품성은 인정받았지만 지자체의 지속적인 도움 없이는 정기적인 공연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를 가졌다.

전국 공연을 한다손 치더라도 소재가 지역 역사문화에 국한돼 전국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약점도 있다. 이들 작품은 산업적·상업적 목적보다는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산 대비 효율성 문제가 지적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태영 박사는 "<이순신>, <제4의 제국>, <유등> 등은 경남을 대표하는 콘텐츠이지만 대형 프로젝트 형태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탓에 브랜드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면서 "이들 작품 중 성장 가능성이 큰 작품을 선정해 소극장 등에서 정기적으로 상설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해 제작역량 강화, 도민들의 뮤지컬 친밀도 향상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경남에는 모두 39개 전문예술법인·단체가 등록돼 있지만 뮤지컬을 중점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작 환경을 가진 곳은 밀양연극촌밖에 없다. 이 밀양연극촌도 핵심 제작인력 대부분이 서울과 부산 등지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온전한 지역인프라로 보기 어렵다.

뮤지컬 시장 팽창에 힘입어 전국 여러 대학에서 관련 학과 개설에 열을 올리는 반면, 도내에 아직 관련 학과가 전무한 것도 인프라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예로 마산 극단 객석과 무대는 지난해 소극장 뮤지컬 <연애가 중계>의 모든 캐스팅과 연습을 대학로에서 한 뒤 마산에서 초연했다.

"도내에서 뮤지컬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뮤지컬 관객층이 너무도 빈곤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삼월이 오면> 연습 모습

도내 한 공연예술인은 "전국적으로 뮤지컬 시장과 관객층이 팽창하고 있다지만 이는 서울 대자본이 기획하는 대형 뮤지컬들에 한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도내에는 아직 뮤지컬 관람 문화가 성숙하지 않아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제작해 본들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도내 한 문예회관 관계자 역시 "뮤지컬 시장이 아무리 커졌다 해도 지역에는 뮤지컬 관객층이 적다. 때문에 지방 문예회관들도 전국에서 이름난 대형 뮤지컬을 쉽게 가져오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해 작품을 가져와도 이를 다 회수하지 못해 적자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태영 박사는 도내 뮤지컬 창작지원 확대와 관련해 "뮤지컬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제작된 작품에 대한 지원은 물론, 뮤지컬 창작자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뉴욕의 BMI 뮤지컬 시어터 워크숍' 같은 창작자 지원시스템이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BMI 뮤지컬 시어터 워크숍은 작품보다는 창작자 개인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두며, 전액 무료로 이뤄지는 워크숍을 통해 재능있는 작곡가와 작사가를 발굴해 2년 동안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김 박사는 이어 "경남 내 등록 공연장 가동률이 평균 29.9%에 불과한 만큼 가동률이 낮은 공연장 한 곳을 지역 특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뮤지컬 전용 공연장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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