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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출혈경쟁에도 본사는 웃는다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이야기 (8) 대기업 맞선 긴 여정 시작

남석형 기자 nam@idomin.com 2013년 05월 10일 금요일

편의점 점주들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본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신들 '업'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박정용(56) 부회장은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들고 다니는 가방은 관련 서류로 두툼하다. 이제는 거의 박사 수준이다. 점주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 부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과거에도 계약 내용은 지금과 같았는데, 왜 최근 들어 문제가 커졌을까요? 그때는 그나마 장사라도 됐기 때문에 불합리하더라도 참고 넘어갔던 거죠."

국내에 편의점이 처음 들어선 것은 1989년 5월이다. 세븐일레븐이 미국 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서울 올림픽 선수촌점'을 오픈한 것이 시초다. 24년이 지난 지금, 편의점은 골목·학교까지 들어와 있다.

   

업계 '빅4'인 CU(옛 훼미리마트)·세븐일레븐(인수한 바이더웨이 포함)·GS25·미니스톱 전체 매장 수는 2만 3687개(2012년 10월 말 기준)다. 이 가운데 CU가 7747개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포함) 7116개, GS25 6958개, 미니스톱 1866개 순이다.

연도별 증감은 2008년 1만 1450개, 2009년 1만 3152개, 2010년 1만 6154개, 2011년 2만 393개, 2012년 10월 2만 3687개다. 4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매장 증가는 평균 매출 하락으로 연결됐다. 가맹점 평균 연 매출은 2008년 5억 3300만 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1년 4억 82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고객 1인당 구매액은 증가했지만, 가맹점 평균 매출은 줄어든 것이다.

하루 매출 100만 원 이하인 '매출부진 가맹점' 비율도 2004년 13.1%이던 것이 2011년 25.8%로 늘었다.

반면 본사는 미소 짓고 있다. 업계 1위인 CU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매출액은 2008년 1조 7540억 원이던 것이 2011년 2조 6027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2008년 407억 원이던 것이 2011년 928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각 브랜드 편의점이 골목·학교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입점하는 이유다.

지난해 3월 창원 마산한일전산여고 매점은 편의점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지난 2월 진주제일여고에도 편의점이 공개입찰을 통해 들어섰다. 대학교는 말할 것도 없다.

시름시름 앓는 점주들은 인건비 줄이는 방법이나마 고민할 수밖에 없다. '청년유니온 부산지부 준비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종사자 가운데 86%가 대학생이다. 이들 대학생 가운데 88%는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4860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몸집 불리기는 지역 처지에서는 더 달갑지 않다. 2011년 4개사 전체 매출은 2조 6027억 원이다. 이 가운데 배분율 35%에 따른 본사 몫은 9109억 원이다. 지역민 주머니에서 나온 이 돈이 고스란히 서울로 흘러가는 셈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편의점 가격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필품 가격정보 사이트인 T-price에서는 업종별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다. 2013년 5월 서울지역 기준으로 소주 360ml '처음처럼'을 들여다 봤다. SSM이 1069원으로 가장 낮았고, 대형마트 1076원·백화점 1104원·전통시장(슈퍼마켓) 1200원 순이었다. 편의점은 14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오뚜기 마일드참치 캔용기 150g은 전통시장이 1800원인 반면 편의점은 2550원으로 750원이나 비쌌다. 담배처럼 정해진 가격의 상품 외 대부분 그렇다.

   

올해 들어 점주 세 명이 자살하면서 '불공정 계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단지 점주-본사 문제로만 덮여 있지 않다. 시민단체·법률가들이 점주들에게 손 내밀고 있다.

편의점을 시작한 지 1년 2개월 된 김현우(가명·57·창원시) 씨는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7000만 원을 빌려 모두 1억 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영업 3개월도 안돼 폐업을 고민했지만, 7000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 때문에 발 빼지도 못하고 있다. 영업지원금 미끼·24시간 강제영업·담배 로열티 배분 문제·강제발주·과도한 위약금….

그래도 이제는 혼자 끙끙 앓지 않는다.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지역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이 협의회가 내세우는 문구는 이렇다.

'대기업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여 영세 자영업자의 권익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이 싸움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끝까지 함께할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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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 기자입니다. 부동산·금융·건축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제보뿐만 아니라, 주변 따듯한 이야기도 늘 환영입니다. 휴대전화 010-3597-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