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68) 김해어린이박물관

한낮의 봄볕이 여유로운 주말. 연초록 빛깔로 한껏 물이 오른 나무는 아른거리는 햇살과 그늘을 만들어 낸다. 그 사이를 느긋하게 걸어보고 싶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타고 아카시아 향이라도 코끝에 와준다면. 마냥 걷는 산책길이 아직은 지루한 아이를 위해 살짝 들러볼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가야의 건국신화가 깃든 구지봉 기슭에 자리 잡은 국립김해박물관(김해시 가야의길 190(구산동 232)). 가야국 전기를 대표하는 금관가야의 중심지였던 구지봉 언덕에 있는 전시관은 영남 지방에 산재한 가야의 역사를 집대성해 놓은 소중한 장소다.

가야인의 삶을 상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학습 공간인 어린이박물관이 지난해 11월 새 단장을 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그 위용부터가 압도적이다. 도심 한가운데 마치 섬처럼 자연과 현대적인 건물이 조화를 이뤄 훌륭한 나들이 코스를 만들어냈다.

국립김해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는 뜀뛰기부터 시작한다. 입구에 마련된 '전통 민속놀이 마당'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널뛰기부터 굴렁쇠 굴리기, 사방 치기, 줄다리기 등 체험 도구가 마련돼 있다.

널판에 몸을 싣고 아이와 번갈아 높이 뛰어본다. 익숙지 않지만 금세 아이는 '로켓 발사'를 연발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굴렁쇠 앞에서 서로 난감하다. 걸쇠로 이리저리 굴렁쇠를 굴려보지만 녹록지 않다.

   

한참을 박물관 마당에서 뛰어놀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린이박물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가 가야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체험 위주로 구성됐다.

일단 박물관에 들어가면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기록된 가야의 첫 번째 왕 수로의 탄생설화를 전문 자원봉사자의 구연동화로 들을 수 있는 '가락국기 이야기 방'이 마련돼 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그렇지 않으면 잡아서 구워먹으리." 10분 정도의 애니메이션 영상과 설명을 듣고 나면 본격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가야 사람들의 삶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가야의 집, 가마, 철기 공방들이 옹기종기 모인 가야마을도 조성했다. 학습공간인 '우리들 아틀리에'에서는 가야 역사와 관련한 유아·어린이를 위한 연극 등 교육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이 방에는 역사와 관련한 다양한 책도 구비되어 있어 어린이들이 궁금한 내용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조형 말과 함께 갑옷, 투구 등이 놓여 있는 '나도 가야 전사' 체험. 가야 시대 전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해 볼 수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투구와 갑옷 등을 본 아이는 잔뜩 긴장한다.

풍로로 불을 지펴 철을 녹여 철기를 만드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시뮬레이션. 열심히 풍로를 펌프질하면 불이 붙는다. 가야마을 안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당시 먹었던 음식을 직접 차려볼 수 있도록 도구를 마련해 놓았다.

풍로로 불을 지펴 철기를 만드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입구에서 받은 A4용지를 이용해 가야 무늬를 관찰할 수 있는 탁본. 힘껏 크레파스를 굴려 탁본을 완성하고, 깨어진 도자기를 퍼즐처럼 맞추어 볼 수 있는 입체 퍼즐 맞추기로 가야 시대 도자기를 몸으로 느껴본다.

주사위를 굴려 가야 시대를 정리해 보는 게임 도구 앞에 아이와 마주해 가야 사람들이 살았던 1500년 전 마을에 대한 이야기로 체험을 갈음했다.

50여 분간 체험을 마치고 뒷마당으로 나오면 구지봉과 왕비릉으로 갈 수 있는 산책길이 펼쳐진다.

가야의 생활유물을 신기한듯 만지는 아이.

이팝나무와 해송 등 녹음을 향해 달려가는 나무들이 싱그럽다. 흙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음을 내딛는다. 새 소리가 들려오고 알 수 없는 봄 향기도 산책길을 따라온다.

연중 이용할 수 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4~10월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체험 중심의 공간이기 때문에 관람 인원을 회차당 50명으로 제한한다. 인터넷 홈페이지(gimhae.museum.go.kr)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기다리지 않고 체험할 수 있다. 정시에 시작하며 50분 동안 진행된다. 055-320-6827.

◇찾아가는 길 =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부산김해경전철 박물관역 2번 출구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를 이용하면 구산동 백조아파트(1004, 123,128, 130번)에서 내리거나 김해교육청(2, 3, 4, 6, 82번)에서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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