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 완화 검토…구체적 정책은 아직

상속세란 자연인의 사망으로 상속인 등에게 무상 이전되는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우리나라의 전년도 국세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원 중 신고대상자가 2007년 0.7%에서 2011년에 2.1%로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상속세법은 2000년 이후 세율이 최고 50%를 유지하고 있고, 전반적인 자산가치 상승으로 향후 상속세 부담 인원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가 무상으로 이전된다는 것에 대한 사회 인식도 있지만, 명목가치 상승이라는 측면에서 상속세가 더 이상 최상위 부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이 아니라 소득세처럼 대중적인 세금이 되는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상속세율이 최고 50%라는 사실은 고액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중소기업을 운영한 CEO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는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가업을 상속하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BMW, 보쉬(Bosch)는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독일기업이라는 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독일의 10대 가족기업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독일은 기업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부의 세습' 측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기술 경쟁력을 대물림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승계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며, 독일 정부는 가족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업승계 비용을 줄이는 조세정책을 꾸준히 펴오고 있다. 가깝게는 일본도 가업 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아울러 많은 조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도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재산가액의 70%를 가업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300억 원까지 상속가액에서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두고 있다.

여기서 가업이란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 동일 업종으로 경영한 중소기업으로서 최대 주주(특수관계자 포함) 지분율이 50%(상장법인 30%) 이상인 개인기업 또는 법인기업을 말한다.

그리고 피상속인은 가업 경영기간 중 60% 이상을 대표이사로 재직하거나,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해 10년 중 8년 이상을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하며, 상속인은 상속개시일 현재 18세 이상으로 2년 전부터 계속해 가업에 종사하고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요건을 충족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 경우 최대 150억 원의 상속세를 줄일 수 있으나, 엄청난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상속세 회피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0년간 사후관리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상속세를 추징하고 있다.

먼저, 상속인이 승계한 가업에 종사하는지 여부를 사후관리한다. 상속인이 대표이사로 종사하지 않거나, 가업의 주된 업종을 변경하는 경우 또는 가업을 1년 이상 휴업·폐업하는 경우에는 상속세를 추징한다.

그리고 가업용 자산을 20%(5년 이내 10%) 이상 처분하거나, 상속인의 가업 지분율이 감소하는 경우 또는 직원 수가 감소하는 경우에도 상속세를 추징한다.

이처럼 요즘같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업의 환경변화로 가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업종을 바꿀 수 없다는 점과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고용 인원을 줄일 수 없다는 점 등은 너무 엄격한 규정으로 보인다.

또한 대부분 중소기업 CEO의 경우 가업재산 외 개인재산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상속인 1인 가업 전부를 상속받아야 한다는 부분도 까다로운 요건이다. 상속인 간 상속 분쟁으로 가업재산이 분할되는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정부는 지난 1일 지나치게 엄격한 현행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이 완화되는지 결정된 바는 없지만,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건전한 경영권 승계를 통한 국가경제 기여라는 당초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살리면서, 상속세 회피 목적으로 남용되는 것은 막을 수 있도록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안재영( IBK기업은행 창원PB센터 세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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