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의 발전이 현대인의 일상 곳곳을 바꾸어 놓았다. 미래에도 미디어는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직 정체성이 완성되지 못한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때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서적인 측면이 그렇다.

많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소위 아이돌 스타의 소소한 모습까지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종종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일까? 서로 경쟁하듯 성인들의 흉내를 낸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어린이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노래다. 아이의 감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노래들이 그들의 입으로 불리고, 그들이 따라하기에 민망하기까지 한 안무들이 스스럼 이 보여지기도 한다.

어느 순간 우리의 감성을 채워주던 동요들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이들 입에서 잘 불리지도 않는 듯하다. 동요보다 아이돌 가수들의 가요와 안무 그리고 CF에 친숙한 편이다.

아마 아주 어린 시절부터 대학 입시에 올인해야 하고, 학업 스트레스와 왕따를 견디지 못해 삶을 포기까지 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경쟁사회 탓이 클 것이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로 지옥 같은 현실을 잊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동요가 '국민동요'로 사랑받았지만 요즘은 거의 들려오지 않는다.

아이들 정서 교육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조차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동요 프로그램을 기피하고 있는 듯하다. 1983년 국내 최초의 동요제로 출범한 MBC 창작동요제는 '노을' '아빠 사랑해요' 등 애창될 수 있는 많은 동요를 탄생시켰지만 몇 해 전 그 막을 내렸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경남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동요제가 만들어지고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MBC경남 주도로 개최되고 있는 윤이상동요제와 고향의 봄 창작동요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통영국제음악제 10주년을 기념해 처음 열린 윤이상동요제는 통영의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작곡한 동요들을 재발견하고 보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참가 어린이들은 윤이상의 동요들을 편곡해 부르며 마음껏 동심의 세계를 표현했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고향의 봄 창작 동요제'는 MBC경남이 주최하고 창원시와 경상남도교육청이 후원하고 있는데 노래 '고향의 봄'이 지닌 따뜻한 동심을 통해 어린이들의 정서함양에 기여하고 있다.

새삼 MBC경남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방송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동요제를 인식시키고, 더욱더 전국적 규모의 어린이 축제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동요제를 통해 많은 동요가 만들어지고 어린이들의 입과 입에서 많이 불렸으면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더욱 체계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동요들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불리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푸른 오월에 꿈꾸어 본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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