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이야기 (7) 강제발주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부산·울산·경남 모임 자리다.

"요즘 남양유업 강제발주 문제가 시끄럽던데요."

"우리 편의점도 똑같이 겪는 일인걸요. 뭐…."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팔리지도 않아요. 주변에 꽃집이 있는데, 나갈 리 없죠."

'강제 발주.'

점주 동의 없이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상품을 떠넘겨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신상품이 해당한다. 밸런타인데이·빼빼로데이·블랙데이·어린이날·어버이날 등 특정기간 행사상품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이렇다. 1만 원짜리 카네이션 10개가 들어왔다. 5월 8일 어버이날 안에 다 팔아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구매할 이들은 없다. 남은 것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 7개만 팔렸을 때 수지타산은 이렇다. 1만 원짜리 7개가 나갔으니 매출은 7만 원이다. 마진율 30%를 적용하면 순이익은 2만 1000원이다. 배분율 35%인 본사 몫 7350원이 빠진다. 점주 이익은 1만 3650원이다. 폐기된 3개도 생각해야 한다. 1개당 원가 7000원이니 2만 1000원이 그냥 날아가는 셈이다. 결국 점주는 카네이션 행사상품에서 7350원을 손해 보는 것이다.

한 편의점 점주가 어버이날 행사상품인 카네이션 판매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한 점주가 가맹계약서 가운데 관련 조항을 들여다보았다.

'회사는 매입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 각호의 조치를 취한다. △신용있는 사업처 및 매입품의 추천을 한다 △소비 동향에 근거한 상품구성에 대한 조언을 한다 △경영주의 발주 간소화 및 매입의 효율화를 위하여 발주 시스템을 제공한다 △회사의 우량 매입거래처와의 업무 협력을 통해 우수한 거래 조건으로 상품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다.'

한 점주가 짧게 정리했다.

"자기들 마음대로 발주하겠다는 거죠."

또 다른 관련 내용이다.

'경영주가 제1항에서 정한 거래선 이외의 자로부터 상품을 매입하거나 회사가 추천하는 상품 이외의 상품을 매입 또는 판매하고자 할 경우에는, 경영주는 회사에 사전 문서로써 승인받아야 하며… ….'

역시 설명이 덧붙는다.

"점주가 자기 물건 넣는데도 본사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거죠."

김현우(가명·57·창원시) 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저는 본사에서 허락하지 않은 물건도 몇 번 넣었어요. 장사가 워낙 안되니 그렇게라도 발버둥 쳐봐야지, 눈치 볼 거 뭐 있어요."

   

폐기되는 상품은 행사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푸드 폐기'가 있다. 유통기간이 있는 우유·김밥·햄버거·도시락 등이 해당한다. 이들 상품이 폐기되면 점주가 원가 80%를 손해 본다. 그게 아까워 날짜 지난 제품으로 끼니 때우는 점주도 많다. 김 씨 같은 점주에겐 일상이다.

모임을 마친 김 씨는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왔다.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인터넷 카페에 접속했다. '남양유업 못지않은 세븐일레븐의 강제발주'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4분 15초짜리 녹취록이다.

본사 FC 직원과 점주 간 대화 내용이다.

"사모님한테 말하고 (물건) 넣었는데요."(FC 직원)

"왜 제가 들은 거랑 다른 거죠. 3자 대면할까요?" (점주)

"하시던가요." (FC 직원)

"그러니까 FC님 얘기는 넣고 싶어 넣은 게 아니라 넣으라고 해서 넣은 거란 말이죠." (점주)

"아니요. 제가 넣고 싶어 넣었고요, 이런거 이런거 잘 나가니까 넣어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FC 직원)

(중략)

"(언성 높이며) 제가 넣어서 피해 보신 것 있어요? 피해 보신 것 있냐고요?" (FC 직원)

"(고함) 빼고 싶으면 빼시라고 얘기했잖아요!" (FC 직원)

"(고함) 아침부터 뭐가 그리 기분 나빠 이렇게 따지세요!" (FC 직원)

"뭐가 어처구니가 없어, 점주님 제가 어처구니가 없어요, 지금" (FC 직원)

본사 FC 직원이 막말한 것은 아니지만, 강압적인 태도로 점주를 윽박지르는 분위기다.

이 녹취록에 대해 어느 점주가 댓글을 달았다.

'항상 저런 식이에요. 다들 그렇게 교육받나 봐요. 같이 근무하는 가족한테 허락받았다고…. 늘 똑같아요. 자기 팀장한테 안 깨지기 위해서 점포에 저렇게까지 발주 넣고. 저 당당함….'

관련 글을 본 김 씨는 '어휴'하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으로는 FC 직원을 탓할 일도 아니에요. 저들도 그렇게 안 하면 회사에서 깨지니까요. 결국 저렇게 하게끔 하는 회사가 문제입니다."

현재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강제 발주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

한 점주 글이다.

'신상품 및 와인 같은 필수품이 진열 안 돼 있으면 평가점수에서 깎이고, 점수 미달되면 지원금 중단 등 강경합니다. 강제발주는 아니죠. 점수 깎이기 싫음 넣으라는 거죠.'

또 다른 점주는 이런 제안도 했다.

'본사 앞에다가 폐기된 김밥·햄버거·샌드위치를 쌓아서 시위합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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