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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로 향 더하고 철판에서 맛 곱하고

[경남맛집]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양레스토랑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5월 08일 수요일

소년은 마산 구산면에서 나고 자랐다. 매년 봄 밀물이 되면 집앞 갯가 바닷속에는 큼직한 물고기 떼가 아른거렸다. 맨손으로 잡아올린 물고기들이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즈음, 갯가 한편에 모닥불을 피웠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잡은 물고기를 맛있게 나눠 먹고 나면 불의 힘은 점점 사그라져 한 줌 재와 연기만이 적막을 드리웠다. 한낮 뜨거운 몸을 불사르던 태양은 뉘엿뉘엿 바닷속으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이 내뿜는 아우라를 몸소 만끽한 소년은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먼 훗날 바로 이 자리에 '석양'이라는 이름을 내건 멋들어진 레스토랑을 하나 만들겠노라고….

소년이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이 꿈은 30여 년 뒤 현실이 됐다. 마산 구산면 내포에 자리 잡은 '석양레스토랑'(이하 석양).

   

이 집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작 철판' 삼겹구이와 새우구이로 일찌감치 지역을 넘어 전국적 유명세를 치른 전국구 맛집이다. 최근 3년 사이 MBC, KBS, SBS 방송 3사 전파만 무려 5차례나 탈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취재차 찾아간 지난 6일 점심에는 NC 다이노스 주장 이호준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갔단다.

'꿈을 이룬 소년' 석양 강일구 사장은 올해로 16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석양이 자랑하는 '장작 철판구이'는 강 사장의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잔치나 초상이 나면 어른들이 돼지를 직접 잡았어요. 돼지 잡는 날은 흔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고기 일부를 어른들 몰래 빼돌려 친구들과 산에 가서 황토랑 솔잎, 솔가지를 으깬 반죽에 덮어 구워먹었죠. 황토는 구우면 단단해지는데 이 안에서 솔향과 고기 육즙이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맛을 내는 거예요. '장작 철판구이'는 여기서 착안을 한 겁니다."

황토는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죽을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빠른 순환이 필수적인 식당업에는 맞지 않았다. 이런 황토를 대신하는 대체재가 바로 철판이었다.

   

탁 트인 바다가 시원스런 눈맛을 사로잡는 석양의 철판구이 맛은 어떨까? 장작 철판 삼겹구이와 새우구이를 모두 시켰다.

먼저 삼겹구이. 석양은 황토와 녹차 먹인 브랜드 돼지를 주로 쓴다. 삼겹살은 철판에 오르기에 앞서 훈연 초벌 과정을 거친다. 알루미늄 포일에 소나무 껍질과 삼겹살을 넣고 나무 장작에 잠시 구워내는 것. 이를 통해 석양 삼겹살은 돼지고기 특유의 구수한 맛과 솔향이 서로 융화돼 일반 삼겹살과는 색다른 풍미를 낸다.

초벌된 삼겹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 철판에 오른다. 삼겹살이 철판에 오르고 얼마 후 석양만의 특제 소스가 뿌려진다. 이 소스가 압권이다. 철판에 잔뜩 들이부은 소스에 불을 붙이자 철판 위로 불기둥이 솟구친다. 불기둥이 사그라지면 삼겹살은 이미 먹음직스럽게 익어 있다.

"우리 집 소스는 바로 '술'입니다. 구이요리에 풍미를 더해주는 갖가지 양주를 한데 담은 건데, 알코올 도수만 100도가 넘습니다. 160도 이상 달궈진 철판에 이 소스를 뿌리고 불을 붙이면 육즙이 새어나오지 않아 장작 삼겹살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쇼를 본 뒤 즐기는 삼겹구이는 그야말로 진미다. 소스 덕에 직화로 구워진 만큼 겉은 단단·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해 씹는 맛이 산다.

새우구이에 사용하는 새우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산 수입 대하를 사용한다. 길이가 건장한 어른 손바닥만 하다. 살집도 그득해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새우살이 꽉 찬다. 새우 역시 삼겹살과 같은 소스에 불찜질을 당하는데 덕분에 껍질과 육즙에 고소한 맛이 한층 배가 된다.

   

이들 구이 음식에는 1년 동안 숙성된 묵은 김치가 곁들여지는데 이 역시 별미다.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철판에 구워먹어도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특이한 점은 이 집에는 삼겹살, 새우, 김치 말고는 다른 반찬이 없다는 점이다. 마늘, 고추, 상추 따위 푸성귀도, 쌈장이나 참기름 등 양념류도 없다. 여기엔 잘 숙성된 김치만으로도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강일구 사장의 신념이 담겼다.

이런 석양이 최근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바로 음식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이다. 올해 초 건물 뒤 유휴부지에 작은 상설공연 무대를 만들었다. 지난 3월 이곳에서 5인조 재즈그룹을 초청해 공연을 펼쳤다.

석가탄신일인 오는 17일에는 안성시립 남사당바우덕이 풍물단 초청 공연을 준비해 손님을 기다린다. 이날 공연이 끝나면 다음에는 인디언 음악 공연을, 8월에는 구산면민을 위한 노래자랑대회 같은 다양한 문화 행사를 잇따라 열 생각이다.

"주말이 되면 많은 관광객이 구산면을 찾아옵니다. 전원생활을 위해 구산에 터 잡은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게 '문화적 욕구 충족'입니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하고자 미력하나마 지역에 도움이 되려는 것입니다."

소년이 이룬 꿈이 더 큰 꿈이 되어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셈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삼겹살(550g) 3만 원 △새우구이 3만 원 △흑미찰밥 1000원 △소주 4000원 △맥주 4000원 △음료수 2000원.

◇위치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내포리 51(구산면 해양관광로 1393). 055-221-8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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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