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할머니 향한 사랑 담은 '가족인터뷰' 주인공, 고교생 김가은 양

지난 4월 24일. <경남도민일보> 7면 '가족인터뷰' 코너에 한 손녀 글이 게재됐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과 동생을 키워준 할머니께 기쁨을 드리기 위한 글이었다. 그 기특한 손녀는 김가은(마산성지여고 3학년·사진) 양이다.

가은 양은 '가족인터뷰'로 받은 원고료 3만 원에 큰 의미를 뒀다.

"원고료 3만 원은 제 손으로 벌어본 첫 돈이었어요. 처음 돈을 벌면 어른들께 내복을 사 드린다고 하는데, 저는 할머니 파마를 해드렸어요. 할머니가 더 예뻐지셨으면 좋겠어요."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할머니가 반긴다. 지난해 겨울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할머니가 따뜻한 손으로 볼을 만져주며 "아이고, 내 새끼 춥겠다"고 말할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

   

"할머니 친구들이 다 제 친구 할머니들이거든요. 친구들 말로는 할머니가 그렇게 제 자랑을 많이 한다고 해요. 저도 어디 가면 할머니 자랑을 많이 해요. 음식 솜씨가 일품이에요. 특히 된장찌개는 아버지가 하시는 백화점 음식점보다 맛있어요. 물론 다른 집 된장찌개는 먹지도 못해요."

평소 가족여행도 자주 간다. 최근에는 남해에도 다녀왔다.

"가족여행을 많이 하지만, 할머니는 친구분들과 많이 가요. 외국으로 며칠씩 여행가기도 하지요. '야자'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할머니가 안 계실 때는 밥도 못 챙겨 먹고, 집이 텅 빈 것 같아요. 할머니가 안 계실 땐 너무 서운하고 돌아올 날만 기다려요."

가은 양은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착한대변인'이라는 동아리 회장도 맡았다.

"고3이 돼서 공부하기 바쁘지만,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왜 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하루 정도는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재밌고 보람 있어요. 지금은 휴대전화를 없앴지만, 예전에는 거의 중독이었어요.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씻지도 않고 지각한 적이 있을 정도예요. 고3 이후로 공부를 위해 휴대전화를 없앴어요. 하지만 공부 때문에 봉사 활동하는 걸 멈출 순 없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착한대변인' 친구들과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모임 때 음식도 나르고 사진전도 도와드렸어요. 3개월마다 한 번씩 나오는 <달팽이의 꿈>이라는 회지의 교정도 도와드리는데, 많은 공부가 되는 거 같아요."

신문에 자신의 글이 실렸을 때, 회지 교정을 마쳤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을 거쳐 간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게 가슴 벅찼다. 가은 양은 또래들보다 신문 보는 것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우리 집은 아침 식사 때 거실에 나란히 앉아 먹어요. 제 왼쪽에서 아버지가 신문을 보며 식사하시고, 오른쪽에서는 어머니가 신문을 보며 식사를 하세요. 밥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문을 보게 돼요. 또 어머니가 신문을 읽다가 제게 필요할 것 같은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해서 보여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신문과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는데 도움됐던 거 같아요."

구독하는 신문은 <경남도민일보>와 서울지역지다. 모든 기사를 읽지는 못하지만, 관심 있는 분야는 보려고 노력한다. 최근 연재를 마친 '경남의 재발견-마산' 편에서 창원과 통합되면서 사라진 '마산'이라는 이름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고 한다.

인터뷰한 이날은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이었다. 평소라면 친구들과 놀 시간이지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것이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다음에 보기로 했어요. 친구들은 자주 볼 수 있지만, 인터뷰하는 건 특별한 일이잖아요. 또 제가 사람 만나고, 취재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걸 찾아내는 일을 좋아하거든요. 인터뷰를 통해 '내 안에서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은 양이 새로운 자신을 찾았을지 모르겠다.

/이승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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