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생계유지·예술활동 수단으로 시작…학생들 변화에 자부심·사명감 가져

예술가는 예술하며 밥 먹고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고, 잘하는 일이 돈 버는 일로 직결되는 게 그리 흔하랴. 젊었을 때야 작품을 만든답시고 종일 작업실에만 있어도 괜찮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크다.

예술로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혀 '예술강사'에 문을 두드린 김명검, 이태웅 씨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제는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명검, 이태웅 씨를 만나본다.

김명검 무용가, 이태웅 미디어활동가.

◇예술강사 7년차, 김명검 무용가 = "떴다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2일 오전 10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초등학교 강당에서 동요 '비행기'가 울려 퍼졌다. 초등 1~2학년쯤 돼 보이는 어린 학생 20여 명이 동요에 맞춰 종이 비행기를 접고 있었다.

학교 교사로 보이는 한 여성이 "지금 여러분이 만든 종이 비행기를 훨훨 날려 보세요. 오늘은 여러분이 종이 비행기가 돼서 훨훨 날아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몸으로 비행기를 만들어보고, 강당을 훨훨 날아다녔다.

김명검 예술강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창원 월영초등학교에서 무용 수업을 한다.

김 씨는 예술강사를 시작했을 당시에만 해도 예술강사가 무엇인지 확실히 몰랐다고 고백했다. 무용계 내에서도 예술강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고, 활동하는 사람도 적었다.김명검 씨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무용분야 예술강사다. 2007년 대산고등학교 교사의 권유로 예술강사를 시작, 올해 7년차에 접어들었다.

"예술강사를 하면서 무용 교육의 열악한 현실을 알게 됐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고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상담심리학이다."

김 씨는 대학원에 진학, 현재 표현예술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수법도 자신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몸짓'에 중점을 둔다.

당연히 학교 측의 반응도 좋다. 박재권 월영초 교장은 "한 교사가 모든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의 경우 예술강사의 도움이 크고, 학생들도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돼 좋다"고 말했다.

김명검 씨는 후배 무용가에게 예술강사직을 추천하면서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요즘은 경쟁률이 너무 높아 함부로 하라는 말을 못하겠다"는 고민도 털어놓았다. 그는 또 "예술강사지원사업에 관심을 두는 학교가 많아야 예술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예술가도 많아진다"며 학교 측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예술강사 4년차, 이태웅 미디어활동가 = 이태웅 씨는 김해 동광육아원과 통영 두용초등학교, 의령 가례초등학교 등 3군데서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 분야 중 특히 영화 쪽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이 많아, 교육 관련 일과 함께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씨도 MBC경남 시청자미디어센터 교육강사로 활동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예술강사에 발을 담갔다. 수업 진행은 영화 이론과 촬영, 편집 등을 놀이 형식으로 한다.

지난 3일 오후 7시 김해 동광육아원에서 만난 이 씨는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자부심이 커졌다. 처음에는 수줍어하고 관심 없어했던 아이들이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바뀌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 같은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태웅 예술강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김해 동광육아원에서 영화분야 수업을 한다. /김민지 기자

마음의 문을 쉬이 열지 않았던 아이들은 이 씨와 하루, 이틀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화에 관심이 없었던 아이들도 막연하나마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이날 수업은 지난주 아이들과 함께 캠코더로 찍었던 '가야문화축제'를 함께 보면서 편집 용어를 익히는 것.

"1시간 반 동안 우리가 현장에 가서 찍었잖아. 선생님은 이것을 8분짜리로 줄인다고 온종일 편집했단다."(이태웅) "그렇게 많이 걸려요?", "선생님 자막은 어떻게 넣었어요?"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나머지 한 시간가량은 영화 <도마 안중근>을 보면서 촬영 기법과 연출 방법을 가르쳤다.

이 씨는 "예술강사로 활동한 경력을 통해 올해 문화예술교육사라는 자격증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주수입원이 예술강사이기 때문에 정작 영화 작업을 할 때는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그는 예술강사를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 담당자, 사회복지사와 친하게 지낼 것 △예술강사 활동과 관련해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당당히 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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