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편의점이야기(4)영업지원금의 함정

편의점 영업 첫 달 실수령액 '370만 3716원'. 어떤 이들은 "그 정도면 괜찮네"라는 무심한 얘기를 한다. 가게 월세 150만 원, 아르바이트비 180만 원, 관리비 25만 원을 빼야 한다는 걸 모르니 그럴 만도 하다.

실제 손에 쥔 돈은 단돈 15만 원이다. 한 달 내내 새벽잠 자지 않고 정성을 쏟은 대가가 그렇다. 아무도 믿지 않을 노릇이다.

2012년 4월 15일, 첫 달 정산서를 확인한 김현우(가명·57·창원시) 씨는 '영업지원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업지원금이라는 게 있습니다. 장사가 안 돼도 본사에서 2년간 월 최대 500만 원을 보장해 줍니다."

본사 개발담당 직원이 여러 차례 했던 이야기다.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접고 계약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 말대로라면 실수령액이 370만 원이니, 본사에서 130만 원을 지원해 500만 원을 맞춰줘야 했다. 그렇게만 되면 애초 기대보다 실망스러울 따름이지, 절망적이지는 않을 일이었다.

김 씨는 계약 이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던 본사 개발담당 직원에게 연락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침착한 설명이 이어졌다.

"무조건 500만 원이 되는 게 아니라…. 가맹주 이익 배분액에서 모자란 금액은 최저수입보조금으로 지급되는 겁니다. "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얘기였다.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되지도 않았다. 분명한 것은 계약 이전 들었던 말과는 차이가 있었다. 같은 질문과 답변이 되풀이됐다. 전화를 끊고 정산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개발담당 직원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타 지급금액' 세부 항목 가운데 '최저수입보조금 134만 원'이 있었다. 그런데 왜 500만 원에 맞춰지지 않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김 씨가 계약 당시 문서들을 살펴보고 있다. /남석형 기자

김 씨는 그때야 계약서를 제대로 들여다봤다. '영업지원금 제도'에 대한 별첨 내용은 이랬다. '회사는 경영주에게 점포 개점일로부터 2년간, 경영주의 이익배분액과 회사가 지급하는 각종 명목의 지원금 및 장려금의 합계 금액이 월 500만 원보다 적을 경우, 경영주 점포의 매출 총 이익에서 경영주 수익금액을 차감한 잔액 한도 내에서 영업지원금으로 지원한다. 단 회사가 지급하는 각종 명목의 지원금 및 장려금은 각 계약의 조건에 따라 정하여진다.'

역시 이해되지 않았다. 읽고, 또 읽었다. 그러면서 정산서도 번갈아 보았다. 그제야 감이 잡혔다. 동시에 '아차' 싶었다.

'가맹점 수익금액 372만 8085원'에 '최저수입보조금 134만 원'이 들어왔으니 506만 원으로 500만 원을 채운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가맹점 부담비용 138만 8390원'이라는 게 있었다. 소모품비용·전산유지보수비·전기료(가맹점주 부담액)·신용카드수수료·상품폐기 등 점주가 부담할 돈이다. 506만 원에서 이 돈이 빠져나가니 실수령액은 370만 원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상한 셈법이었다. '가맹점 수익금액'을 계산할 때 '가맹점 부담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었다. 영업지원금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표 참고)

김 씨는 매장운영을 지원하는 FC 직원에게도 물었다. 무심한 답변만 돌아왔다. "개발담당이 어떻게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약서 내용 그대로입니다."

김 씨는 교묘한 본사를 탓해야 할지, 계약 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자신을 탓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문제를 제기하고 후회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매출 늘리는 일에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발걸음을 붙잡아야 했다. 매장 크기는 29.75㎡(9평)로 편의점치고는 작다. 매장 바깥을 활용했다. 과일 같은 것을 내놓는 등 난전을 꾸렸다. 본사에서 허락되지 않은 물품도 있었지만, 그런 것 생각할 처지가 아니었다. 신제품이 들어오면 가장 눈에 띄게 진열했다. 스스로 '용을 쓴다' 싶었다.

효과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첫 달 372만 원이던 매출이 다음 달 410만 원으로 올랐다. 역시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을 빼니 실제 손에 들어온 돈은 50만 원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되돌아보면 그게 가장 높은 수익이었다.

돈이 안 들어오면 나가는 돈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인건비 줄일 방법을 고민했다. 새벽 시간을 제외한 아침~저녁 14시간은 아르바이트생 두 명에게 맡기던 터였다. 2012년 최저임금은 시급 4580원이었다. 여기에 맞추니 인건비만 180만 원가량 됐다.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으로 줄였다. 그 한 명도 고등학생을 데려다 썼다. 최저임금에 밑도는 돈을 주더라도 문제 제기할 소지가 적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악덕 업주가 되어야만 했다.

그것도 부질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00m가량 떨어진 곳에 꽤 큰 규모 슈퍼마켓이 들어섰다. 매장 오픈한 지 석 달도 안 됐을 때다. 힘이 쭉 빠졌다.

'그만 가게를 정리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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