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서창수 양은아 부부

"시커멓고 삐쩍 말라서 별로 호감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참 묘하죠. 오빠를 이렇게 사랑할 줄이야…. 연애 이야기로 글을 쓴다면 중편 소설 분량은 나올 듯해요."

2012년 3월에 결혼한 서창수(35)·양은아(29) 부부가 들려준 '사랑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연애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 가는 두 사람. 해피엔딩을 향해 순항 중인 이야기 중 둘은 잠시 뒤를 돌아봤다.

둘은 2004년에 처음 만났다. 당시 4학년이었던 창수 씨와 대학생활을 막 시작한 은아 씨. 하지만 학년·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첫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봄기운이 한창인 3월이었다.

"보통 4학년이면 학과 엠티(MT)를 안 가잖아요. 하지만 오빠는 당당하게 엠티에 참여했죠."

우연인지 몰라도 같은 조에 편성되기까지 했다. 게다가 후배들을 두루 챙겨주는 다정한 모습에 은아 씨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은아는 잘 몰랐겠지만, 엠티를 가기 전부터 지켜봐 왔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 '날라리' 같아 보였거든요. 신입생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죠. 알고 보니 조금 어리바리 한 게, 보이는 것과는 많이 달랐죠. 착했어요."

대학 MT 꽃이라 할 수 있는 '짝피구'를 하면서도 둘은 함께했다. 날아오는 공을 피하고자 손을 잡고, 한 몸이 돼 움직였다. 서서히 많은 것을 공유하는 사이 둘은 딱딱한 선·후배 관계가 아닌 오빠·동생 사이로 나아갔다. MT를 다녀온 이후에도 둘 만남은 계속됐다. 신입생 사이에서도 '다정한 오빠'로 통하기 시작한 창수 씨 옆에는 늘 후배들이 가득했다. 그 사이에서 은아 씨도 묘한 경쟁심을 느꼈다.

"오빠는 학과 축구 동아리에서 스트라이커를 맡기도 했어요. 골도 잘 넣고, 열심히 뛰는 모습에 여학생 사이에서 늘 회자하곤 했죠. 저도 '선배 밥 사주세요'라며 쫓아다녔죠."

하지만 창수 씨는 늘 은아 씨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많은 후배와 점심을 먹더라도 '더 맛있고, 더 좋은 밥'을 사주고자 애썼다. 어느새 '오빠'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워졌고, 함께 있는 시간은 늘어만 갔다. 그렇게 미묘한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 둘. 알 듯 모를 듯한 애만 늘어가자 은아 씨가 먼저 용기를 냈다.

"오빠에게 좋아한다고 담담하게 고백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당돌했죠."

다행히 창수 씨도 은아 씨 마음을 받아줬다. 오히려 '먼저 말 못해 미안하다'며 '나도 좋다'라고 말하는 창수 씨 모습에 은아 씨는 더 큰 사랑을 얻었다. 벚꽃이 한창일 4월, 그렇게 둘은 정식 커플이 됐다.

둘은 주말여행을 주 데이트로 삼았다. 평일에는 각자 학업에 열중했고, 주말을 이용해 전국 각지로 다녔다. 동물원, 수목원, 남해…. 함께 쌓아가는 추억은 커져만 갔다. 창수 씨가 졸업을 한 뒤, 예전과는 다르게 '만남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1시간 넘게 달려 만났고, 사랑을 이어갔다. 은아 씨가 졸업을 하기 전까지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장거리 연애'로 채웠지만, 둘 사랑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가 부모님이 인정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물론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은아 씨가 대학 휴학을 한 뒤,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창수 씨 걱정이 부쩍 커진 까닭이다. 전과는 다르게 많이 싸우기도 했고, 간섭도 심해졌다.

"은아 혼자 세상에 내보낸다 생각하니, 괜한 걱정이 앞섰었죠. 잘할 여자인 걸 알면서도…."

하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법을 다시 깨달았다. 창수 씨도, 은아 씨도 그저 사랑이 깊어졌을 뿐이었다.

그렇게 둘은 9년 동안 연애했다. 당장 결혼해도 이상할 리 없는 사이가 됐고, 양가에서도 사랑받는 연인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창수 씨는 일상적인 영화관 데이트에서 정식 프러포즈했다. 영화관 불이 꺼지자, 미리 준비했던 반지를 슬쩍 내밀며 평생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무뚝뚝하면서도 감동적인 프러포즈였어요. 오빠 혼자서 얼마나 고민했을지 뻔히 보였으니까요. 그때 봤던 영화 내용이 뭐였는지 생각도 안 나요."

그리하여 지난 2012년 3월 15일 둘은 결혼했다.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사이. 더는 장거리 연애로 힘들 일도, 괜한 걱정 때문에 싸울 일도 없었다.

"은아 생일이 3월 22일이에요. 결혼기념일과 맞닿아 있어 올해는 한꺼번 챙겨주기도 했죠. 한데 은아가 좀 섭섭해했죠. 내년에는 둘 다 잘 챙겨줘야죠."

양가 부모님께 잘하며, 예쁜 아기와 함께 알콩달콩한 결혼 이야기를 만들어 갈 거라는 둘. '짝피구'를 하며 처음 맞잡았던 손길을 기억하는 따스한 결혼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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