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이경희 남해군농업기술센터 체험마을 팀장

바다를 배경으로 한 빼어난 자연경관과 독특하고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남해군에는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 가운데 단연 손을 꼽자면 남해군 남면에 있는 가천 다랭이마을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가천 다랭이마을은 2005년 다랭이 논(다랑논) 108층 19만 8000㎡ 면적이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지정 명승 제15호 지정됐다.

계단식 논의 옛 모습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데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마을의 풍경이 뛰어나 연간 2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 수입도 덩달아 증가해 해마다 4억~7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남해군에서 오지 중의 오지로 가장 늦게 전기가 들어오고, '뭘 해먹고 살지' 생각할 정도로 깡촌이었던 이곳이 불과 수년 만에 전국적인 명승지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천 다랭이마을이 현재의 모습과 명승지로서의 이름을 알리게 된 데는 숨은 일꾼이 있었다.

'농촌체험관광'의 선구자이자 '미다스 손'으로 통하며 10년 넘게 농촌 체험마을 업무를 맡은 남해군농업기술센터 미래농업과 이경희(52) 체험마을 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밀레니엄 시대가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2002년. 가천 다랭이마을이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에 선정되면서 농촌지도사로 잔뼈가 굵었던 그의 공직생활은 큰 전환점을 맞는다.

그때만 하더라도 '농촌 체험관광'이라는 말은 생소했다. 별볼일없는 농촌을 관광과 접목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 방법조차 모호한 시절이었다.

그는 이 사업의 성패가 주민들에게 달렸다고 판단해 고령자가 대부분인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부터 시작했다.

홈페이지도 만들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전문 인력도 양성했다. 마을 내부의 오솔길을 복원해 다랭이지겟길을 조성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해안가는 구름다리로 이었다.

낡고 오래된 주민들의 집 지붕을 개보수해 마을에서 자생하는 얼레지, 용담, 유자 그림을 새겼다.

다랭이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주민 공연단도 조직해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가천 다랭이마을 구석구석까지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유명 관광지가 되면서 농지 가치가 30배 이상 뛰었고 주민들의 소득 수준도 크게 좋아졌지만, 그때 당시는 남해군에서도 가장 오지였고 소득이 가장 낮은 마을이었습니다. 일반 농지보다 서너 배의 노력을 해야 수확을 올릴 수 있는 크고 작은 다랭이논은 작은 애물단지였죠."

생태마을 지정, 농촌체험 부문 특별상, 농업기반 대상, 홈페이지 운영 최우수, 농촌관광마을 성과지표평가 최우수, 농어촌 휴양마을 지정, rural-20 선정.

가슴에 여러 개 매단 훈장처럼 가천 다랭이마을이 받은 이 상은 그와 주민들이 쏟은 정성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간의 공로로 지도대상 최우수상과 대산농촌문화상을 받았던 그는 "이 상은 제 공이 아니고 다 농민들 덕분입니다"며 겸손해 했다.

그의 손길이 닿은 농촌체험마을은 가천 다랭이마을뿐만은 아니다.

갯벌 체험 등으로 널리 알려진 창선면 해바리마을과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홍현, 덕월, 송정, 왕지, 두모, 적량마을 등 남해군에 있는 상당수의 체험마을이 그의 손으로 탄생했다.

"마을별 특화된 체험 관광과 레저나 다른 것을 접목해서 체험객에게는 흥미를 유발하고 마을 주민들에게는 실질적인 소득을 늘리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유를 부릴 만도 하지만, 농촌체험마을로 향하는 그의 발길은 여전히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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