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이야기(3) 어긋난 현실

2012년 2월. 김현우(가명·57·창원시) 씨는 ㄱ 프랜차이즈 편의점 유니폼을 입었다. 앞으로 5년간 함께할 옷이었다. 50대 중반인 그에게 좀 어색하기는 했다. '상품코드 자동판독장치'로 계산하는 시스템도 당장 손에 익지 않았다. 상품 주문, 즉 발주도 매일 컴퓨터로 해야 한다. 처음은 늘 그렇듯 이런저런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본사 직원이 있어 든든했다. 'FC(Field Consultant)'라 불리는 본사 직원이다. 점주가 적응할 수 있도록 며칠 간 매장에서 함께한다.

개점을 이끈 개발담당 직원은 계약과 동시에 빠졌다. 이후부터는 FC 직원을 상대해야 했다.

FC 직원이 말했다.

"POS 시스템을 통해 본사와 가맹점 간 모든 정보가 오갑니다. 몇 시 몇 분 몇 초에 어떤 상품이 팔렸는지 다 기록되는 거죠. 정기적으로 시스템 점검도 하기에 늘 계산대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초보 김 씨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몰랐다. 단지 이 시스템에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래야 했다. 지난 10년간 여러 가게를 열었다가 돈도 사람도 잃고, 몸도 마음도 다쳤다. 이제는 정착해야 했다. 편의점이 마지막 희망의 끈이었다. 친구한테 4000만 원을 빌렸고, 2000만 원 좀 넘는 돈도 대출했다. 이제는 본사를 믿고 따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르바이트생 2명과 함께 24시간 편의점을 지킨 김 씨. 한 달 뒤 본사에서 정산 후 보내온 돈은 370만 원 수준이었다. /남석형 기자

마음 어수선했던 첫날이 흘러갔다. 생각보다 손님 발길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첫날 매출금을 확인했다. 60만 원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본사에서는 하루 최소 120만 원이라고 했는데….'

FC 직원 말이 이어졌다.

"오픈하고 처음에는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적인 수준이 되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죠."

그날 매출금은 다음날 본사로 송금해야 한다. 은행 마감 시간인 4시 이전까지다. 제시간에 못 맞추면 '연체 수수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단지 귀찮을 따름이지, 연체할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3월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한 달 매출금이 어느 정도일지 스스로 궁금했다. FC 직원 없이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했다.

24시간 문 열어야 하는 편의점이기에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 베트남인 아내는 전자제품 공장에 다닌다. 오전 7시 30분에 나가 저녁 8시에 퇴근한다. 한국말이 서툴러 가게 일을 하기도 어렵다. 아르바이트생 두 명은 둬야 했다. 물론 시급 비싼 새벽 시간대는 김 씨 몫이었다.

하루하루 지나자 매출이 조금씩 상승했다. 하루 90만 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최대점이었다.

3월 말이 되자 예상하지 못한 걱정거리가 버티고 있었다. 3월 한 달간 장사한 돈에 대한 실수령액은 4월 15일 입금된다. 2월 말 개점 이후 4월 15일까지는 매일 본사로 돈을 송금해야만 했다. 손님들은 '사장님'이라 부르지만, 거북하게만 들렸다.

여유 자금이 있을 리 없었다. 가게 월세·아르바이트비·생활비를 위해 지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보름만 버티면 될 일이었다.

드디어 보내기만 하던 돈을 본사로부터 받는 날이 돌아왔다. 시스템 컴퓨터 화면에서 정산서를 확인했다.

'가맹점 실수령액 370만 3716원.'

가슴이 철렁했다. 하나하나 차근히 훑어봤다.

△상품매출액 1569만 원 △총이익 469만 원(마진율 29.83%) △점주 배분금액 305만 원(점주 배분율 65%) + 본부지원금 67만 원 등이었다. 여기에 '가맹점 부담비용' '기타 지급 금액'을 빼고 더하니 370만 원이었다.

김 씨는 얼른 현실에 대입했다.

나가야 할 돈은 △가게 월세 150만 원 △아르바이트 두 명 180만 원 △전기료를 포함한 관리비 25만 원 등 355만 원이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달린 지난 한 달이었다. 그 대가가 15만 원에 불과했다. 황폐함이 온몸으로 밀려왔다.

그때 '영업지원금'을 떠올렸다. 계약 전 개발담당 직원이 '장사 안되면 월 최소 500만 원을 보장해 준다'고 그토록 강조했던 부분이다.

김 씨는 개발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넣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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