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마산박물관서 자원봉사 하는 정보은 씨

봄을 맞아 주말이면 교외로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 가족·친구·연인 혹은 혼자서도 기분 좋게 떠날 수 있는 봄나들이. 집 밖에서 마음껏 느끼는 봄의 생기는 한 주를 돌아보고 다음 주를 준비하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봄날에도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언덕 너머 박물관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

"제게는 이 일이 봄나들이며 활력소예요."

봄보다 더 생기 넘치는 그녀. 창원시립마산박물관에서 주말 봉사활동을 하는 정보은(25·경남대학교 인문대학원) 씨다.

그녀는 현재 경남대학교 인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전공은 역사학. 학예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지난 2012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택한 길이다. 그리고 어느새 석사 3차 학기. 한창 논문을 준비하고 꿈을 향해 도전하기에 바쁠 그녀가 봉사활동까지 겸하게 된 이유는 뭘까.

   

"마냥 책상 앞에 앉아있기보단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경험하고 싶었어요. 물론 책 안에도 지식은 있지만, 몸으로 직접 느끼는 지식과는 또 다르잖아요."

그리하여 보은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창원시립마산박물관으로 주말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그리고 박물관 행사 준비·운영만을 지원하던 봉사활동 영역도 점차 넓혀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한 '역사야 놀자! 박물관 서당'도 그 중 하나다. '역사야 놀자! 박물관 서당'은 창원시립마산박물관에서 토요일 주말을 이용해 관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 이야기를 한문 고전으로 재미있게 읽어주고자 마련한 행사다. 송성안 학예사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는 행사는 학생들에게 조상의 소중한 정신문화를 알려주며, 올바른 학생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역사 북카페에서 역사를 빛낸 인물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엄마가 읽어주는 역사이야기'를 진행해 유익한 우리 역사를 더 살갑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안 그래도 '역사' 때문에 이런저런 말이 많은 시기잖아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바른 역사를 전할 기회가 생겼으니 좋죠. 물론 박물관 행사 준비·운영을 지원할 때보다 부담감은 크지만, '더 노력하자'는 긍정의 힘으로 삼고 있어요."

보은 씨는 갖가지 프로그램 중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삼국유사 책 읽어주기'와 '삼국유사 한문 읽기' 등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한 문헌을 쉽게 읽어주고 이해시키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책을 읽어 줄 때는 다양한 흉내와 재미난 몸짓도 빠트리지 않아 아이들 흥미를 이끌어낸다. '삼국유사 한문 읽기'는 보은 씨가 한 음이나 문장을 먼저 읽고 아이들이 따라 읽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강제적으로 쓰고 외우게 하기보단, 편하게 따라 읽으며 자연스레 역사·한문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간간이 만화도 보여준다. 만화는 삼국유사 안에 담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보은 씨는 단순히 혼자서 떠들고 가르치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수업을 지향한다. 덕분에 수업은 지루할 틈이 없고, 보은 씨 역시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들 생각을 들어보고, 서로 공유하죠. 한번은 신라의 삼국 통일과 관련해 이야기하던 중 한 아이가 '후에 발해가 나왔으니 완전한 통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물어왔죠. 저도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을 아이들 상상력과 순수함이 일깨워 준거죠."

이에 역사 공부도 게을리할 수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더 친절하게 가르쳐 주려면 응당 감수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래서 수시로 아이들에게 더 쉽게 전할 방법을 연구하고, 혹시라도 잘못된 내용은 없는지 신중하게 검토한다. 하지만 그 덕분에 느끼는 보람도 많다.

"박물관에서는 봉사가 곧 공부예요. 송성안 학예사의 가르침과 봉사활동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전시 행사가 있을 때는 물론 매주 주말이면 아이들 상상력을 본받죠. 다문화 가정과 관련한 행사가 있을 때면 외국인들과 소통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도 있고요. 말이 자원봉사지 제게는 굴러들어온 '복'이에요."

앞으로 보은 씨는 할 일이 많다. 논문을 써야 하고, 정식 학예사가 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봉사활동만큼은 절대 내려놓고 싶지 않다는 그녀.

"저 역시도 그렇지만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역사에 관심이 더 없는 듯해요.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죠. 그래서 이 일을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친숙한 '역사'를 만들고 싶어요. 자원봉사자 중에서도 가장 막내인 만큼 더 열심히 해야죠."

역사와 봉사활동을 향한 그녀의 사랑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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