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진주시 가좌동 '오므야 스파야'

대한민국 분식의 패러다임이 바뀐 지 오래다. 한국 전통분식 메뉴인 떡볶이·튀김·어묵 등은 유동 인구가 많은 주택가, 학교 앞, 지하철 역, 시장 안 등 일부를 제외하고, 시대 흐름에 따라 대부분 작은 가게에서 포장마차로 밀려나 버렸다. 이들 전통분식이 떠난 빈 자리에는 한때 '경양식'으로 한껏 이름을 높인 돈가스, 햄버그 스테이크 등이 자리 잡았다.

이러던 것이 1990년대 후반 분식계에도 프랜차이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 바람을 타고 '○우동', '○○○김밥' 등이 성업을 이룬다. 이 시기 연예인들도 분식 사업에 손을 대는데 개그맨 이경규가 자신의 캐리커처를 내걸었던 '압구정 김밥'이 대표적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김밥○○' 등 '김밥'을 주메뉴로 다종다양한 분식을 파는 곳들이 등장했다. '김밥 전성시대'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거대 분식 프랜차이즈 시장 틈바구니 속에 색다른 아이디어와 메뉴로 승부를 거는 집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진주시 가좌동 MBC경남 진주본부 맞은편에 위치한 '오므야 스파야'(이하 오므야).

여느 분식점들과 다른 독특한 메뉴와 맛으로 많은 진주시민들로부터 입소문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취재차 들른 식당에는 점심시간대가 지난 오후 2시경에도 손님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대부분 청소년이나 어린이, 그리고 함께 온 부모들이었는데 남녀노소 구분없이 음식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오므야는 이름대로 오므라이스와 스파게티를 주메뉴로 한다. 특히 오므야에는 특별한 메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스트로가노프'다.

스트로가노프는 상업으로 많은 돈을 번 러시아 가문인 스트로가노프가(家)가 즐겨먹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정식 명칭은 '스트로가노프 라이스'. 올리브유에 야채와 고기, 크림을 넣고 볶아 만드는 러시아식 덮밥이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비프 스트로가노프', '소시지 스트로가노프', '해물 스트로가노프' 등 다양하게 변용할 수 있다.

오므야 송영섭(41) 사장은 호텔급 양식당에서 비싼 돈을 주고 먹을 수 있는 고급 서양 음식을 서민들도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열었다.

문을 여는 데는 지인 도움이 컸다. 서울 롯데호텔 내 유명 양식당 주방장으로 일한 지인은 다양한 재료를 싸게 구입하는 방법부터 재료 손질 등 음식 기본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줬다.

카르보나라. 크림 소스가 내는 은은 한 우유향이 고소 한 맛을 살린다./박일호 기자

특히 중점적으로 배운 것은 각종 음식에 들어가는 '소스'를 만드는 비법이다.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거나 육수를 제대로 내 풍미를 돋우거나 하는 등 맛을 결정짓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송영섭 사장이 이 중 선택한 것은 제대로 된 소스를 통해 음식에 풍부한 향미를 더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호텔에서나 먹을 법한 고급 음식을 대중들에게 싸게 내놓기 위해서는 호텔에서 쓰는 양질의 재료를 사용하기에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일단 저렴한 식자재로 재료비를 많이 절감하는 대신에 비법 소스를 통해 누구나 정통 고급 서양요리 맛을 느끼게끔 만들고자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소스를 만드는 데는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 토마토 소스 하나만 제대로 만드는 데도 양파, 당근, 피망, 칠리, 설탕, 넛맥, 오레가노, 월계수잎, 흑후추 등 정통 비법을 따르고자 노력했다. 이렇게 오랜 수련을 통해 소스를 구성하는 각종 재료들의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매일 아침 이들 재료를 적당한 화력으로 조절해 소스로 만드는 작업은 온전히 송영섭 사장 몫이다.

수제 소시지 가노프./박일호 기자

제일 자신있는 음식을 주문했다. '수제 소시지 가노프', '카르보나라', '불고기 오므라이스'를 내놨다.

먼저 '수제 소시지 가노프'를 맛봤다. 밥과 소시지 그리고 야채가 한 접시에 따로 담겨 있다. 녹황색 채소가 밥과 함께 볶아져 내는 색감이 먼저 식욕을 자극한다. 당근, 양파, 파 등과 잘 볶아진 밥알은 하나하나 고슬고슬하게 살아 있어 씹는 맛을 더한다.

덮밥 재료들은 소시지, 당근, 피망 등이 가진 특유의 향미를 잘 잡아냈다. 단맛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매운맛의 소시지로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카르보나라'는 뻑뻑하지 않고 부드럽게 잘 농도를 맞춘 크림 소스가 내는 은은한 우유향이 고소한 맛을 살린다.

'불고기 오므라이스'는 계란옷 위에 뿌려진 소스의 색감이 강렬해 눈맛을 더한다. 데미그라스 소스에 살짝 볶아진 밥은 새콤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이 집이 음식과 더불어 인상적인 것은 가게 한편에는 신선한 야채가 그득 담긴 작은 샐러드바가 있다는 점이다. 기호에 따라 다양한 채소를 부담없이 골라 담아 먹을 수 있으니 단맛에 익숙하고,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식단을 구성할 수 있어 좋다.

송영섭 사장은 진주시 지수면이 고향이다. 진주에서도 농촌으로 통하는 이곳에서는 친척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덕분에 쌀과 김치에, 고춧가루 등은 무상공급이 가능하다. 나머지 야채와 채소는 초전동 농산물도매시장, 중앙시장 등에서 들인다. 아침마다 직접 눈으로 골라오니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대신 쇠고기는 미국산을 쓰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불고기 오므라이스./박일호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돈가스 △치즈돈가스 △새우볶음밥 △수제 소시지 가노프 △치킨 가노프 △불고기 가노프 △해물크림스파게티 △토마토칠리스파게티 △칠리치즈스파게티 △카르보나라 △치킨 오므라이스 △수제 소시지 오므라이스 △불고기 오므라이스 모두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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