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타협 실종…시민단체 의정 감시활동도 미약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가 잇따라 폭력과 날치기로 지방의회 역사에 얼룩진 장면을 남겼다. 도의회는 여야로, 시의회는 옛 마산과 창원지역으로 나뉘어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도의회는 과거와 달리 야권 의원 비율이 높아지면서 여야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고 있다. 창원시의회는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소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임경숙)에서 위원장석 점거로 여야 대치를 반복하다 격렬한 몸싸움을 거쳐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날치기 처리됐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소수였던 야권 의원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23일에는 창원시 청사 소재지 개정 조례안이 시의회(의장 배종천) 본회의에서 기습 날치기로 처리됐다. 마산·창원지역 의원의 극심한 갈등으로 역시 의장석 점거와 대치를 되풀이하다 의장은 같은 지역 의원의 보호를 받으면서 의견 조정과 합의 절차 대신 안건 기습 처리를 택했다.

지난 23일 오후 9시 2분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 배종천 의장이 창원시청 소재지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기습 처리하자 마산지역 의원이 의장석 위로 뛰어올라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의장석 위 뒷모습이 보이는 마산지역 김종식 의원은 배종천 의장이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탁상을 두드리자 발로 이를 막으려 하고 있다./경남도민일보DB

문제는 지방의회의 이 같은 비민주적 행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5년 12월 말 도의원 30여 명은 '4인 선거구 분할 수정 조례안'을 본회의장을 점거한 시민단체를 피해 버스 안에서 기습으로 변칙 처리했었다. 이후 논란이 불거져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의장은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표결 선포 등으로 안건을 처리해야 하고 회의장 질서 유지에 대한 권한을 쓸 수 있게 됐다.

창원시의회는 2010년 7월 통합 후 청사 문제로 갈등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1년 10월 31일 본회의를 앞두고 의장실·의장석 점거가 충돌로 이어졌고, 불과 두 달도 안 지난 12월 20일 창원지역 의원의 본회의장 입구 봉쇄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파행을 빚었다. 지난해 12월 14일 기획행정위원회에서도 집행부가 제출한 '청사 소재지 개정 조례안' 처리를 놓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두 의회가 폭력과 날치기로 이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창원대 행정학과 송광태 교수는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원리에는 대화와 타협, 의사의 공개, 다수결의 원칙 등 큰 틀이 있다"면서 "창원시의회 갈등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통합을 밀어붙이기로 추진한 중앙 정치권에 있다. 의회 내부에서 수차례 대화와 타협을 거쳐도 선거구 또한 명확히 구분돼 원초적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 과제다"고 짚었다. 또 송 교수는 "도의회는 새누리당과 민주개혁연대 모두 방향이 서 있어 대화와 타협이 필요 없다고 여기면서 서로 한 치의 융통성도 없이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약자에 대한 배려, 대화와 타협 과정 등을 충분히 지키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지방의회에서 폭력과 파행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역사회 의정 감시 활동은 미약한 편이다. 1991년 민선 지방의회가 출범하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의정 감시단을 꾸려 회의를 방청하고 분석하는 활동에 나섰지만, 최근 들어 뜸해졌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유묵 사무처장은 "최근 사태도 지방의회가 시민들의 신뢰를 더 떨어뜨린 일이다. 의회가 신뢰 회복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지방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함께 노력해야 할 시민사회나 언론의 역할도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의정 활동 평가 기준도 미흡한 실정이다. 출석률, 지역사회 주요 활동, 5분 발언·시정 질문·조례안 발의 횟수와 내용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으나 의원 개개인을 평가하는 작업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마다 둔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에 관한 조례' 또한 유명무실하다. 이 조례는 의원 품위 유지와 주민 의사 대변, 청렴, 공정성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지만, 회의장 안 폭력과 날치기 등에 따르는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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