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포늪에 오시면] (26) 봄날에 만나는 아름다움

4월의 마지막인 30일이 지나면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입니다. 새로운 생명의 솟아남과 생명의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봄이라, 우포늪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다양한 국가들에서 많은 분들이 방문합니다. 아직은 화려한 꽃과 새들이 적지만, 우포늪의 자연은 겨울 추위를 이겨낸 연하고도 연한 수줍은 녹색의 아름다움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우포의 하루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4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엔 물안개가 끼어 아름다운 장면을, 오후에는 바람이 불어 또 새로운 광경을 보여 주었습니다. 4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우포에서 하루 종일 사진을 찍으면서 보낸 지인 중 한 분은 산란기를 맞은 암수 백로의 짝짓기 놀이가 무척 인상깊었다고 합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 속에 우포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우포늪의 종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사랑의 시도와 노력들을 표시나지 않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포늪에서 많이 보는 버드나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다고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마시고 유심히 보시면 짙은 황색의 기다란 타원형 무당벌레 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예쁘고 신기하게 작은 알들은 검은색 애벌레가 되어 부드러운 버드나무 잎들을 베개 삼고 이불 삼아 무럭무럭 자랄 것입니다. 농부들에게 문제가 되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7개의 붉은 반점을 띤 많은 칠성무당벌레가 되어 농부들이 알게 모르게 익충(益蟲)의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무당벌레는 최근 신문과 농업 관련 기사에 자주 언급되는 '천적농사(天敵農事)'의 대표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물안개 낀 우포늪 풍경. /노용호

우포늪을 향해 내려가다 만나는 버드나무는 그 약효로 유명한 나무입니다. 우리나라를 일본 침략에서 구한 명장 이순신 장군께서 무과 시험 중 말에서 떨어져 "아" 하는 소리를 지른 후, 그 껍질을 동여매고 끝까지 말을 달려 급제하도록 하는 데 공을 세운 나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인들이 '아스피린'이라 부르는 약의 이름을 이순신 장군께서는 '아스피린'이라 길게 말하지 않고, 말에서 떨어지면서 "아(스피린)"하면서 벌써 그 때 작명(作名)을 하신 것 같다고 농담 반으로 말하니 같이 가던 일행 분들이 웃어 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우포늪을 향해 조금 더 내려가면 조팝나무를 볼 수 있는데 쌀처럼 생긴 이팝나무 대신에 다른 곡식인 조와 인연이 있는 나무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쌀도 떨어지고 보리도 없는 4월과 5월의 배고픈 춘궁기에 곡식 이름을 한 이런 나무들은 배고픈 많은 분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요? 조팝나무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자연이 주는 선물인 쑥과 냉이 등을 이용하여 굶주린 배를 달랬을 것입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친근한 느릅나무와 이태리포플러 등의 나무들과 창포와 자운영 등 다양한 풀들이 봄바람과 함께 우리 인간들에게 인사합니다.

우포에 오시면 발걸음을 조용히 하시고 아는 분들과의 대화도 잠시 중단하고 자연에 귀를 맡기면 우포늪 인근에서 짝을 향해 구애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보내는 산새들을 만날 것입니다.

우포늪관리사업소의 우포늪생태관에서 매달 개최하는 우포늪 생태체험학습을 위해 초청된 강사님은 새들도 사투리를 쓴다고 하였습니다. 그 분에 따르면 새들의 무리에는 우리 인간과 같이 리더(leader)인 우두머리 새가 있는데, 그 새가 내는 특정 소리를 따라 한다고 합니다. 산맥(山脈)이 다른 곳에 사는 새들은 그들의 지도자가 내는 소리를 따라서 다른 소리를 낸다고 하니 학생들이 신기해하면서 더 잘 듣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 아름다운 봄의 우포늪을 걸었습니다. 아름다운 새싹이 솟아나는 봄과 지난 겨울의 흔적이 아직도 함께 남아 있었습니다. 우포늪 인근인 대합면 주매 마을 앞에 있는 주매제방에서 사지포로 가는 중간의 물가에 개구리덤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개구리 모양을 한 바위(덤)라는 뜻으로 우포늪에서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으면서 어린 시절 놀던 마을 어린이들이 집에 가기 전 옷을 말리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개구리덤. /노용호

그곳에 가시면 또 다른 우포의 아름다운 모습을 봅니다. 지난해 홍수로 떠밀려온 마름들(말밤들)이 높은 바위에 그대로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같이 간 방문객 중 한 분이 갑자기 "야 대단하네" 하면서 탄성을 지르기에 돌아보니 그 분이 하는 말 "물도 하나 없는 바위 위에 이렇게 4~5그루의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있네요"라면서 감동어린 목소리로 "이런 풀들이 살아가는 노력을 보면 사람들이 아무리 어려워도 '못살겠네' 하는 말은 말아야 하는데"라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 번 올라가보고 그냥 스쳐가는 곳이 될 뻔했는데 아주 가냘픈 풀들이 그 분 이야기처럼 물도 없는 바위 틈에서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많은 학생들이, 성인들이 아쉽게도 너무도 가슴 아픈 선택을 하는 것을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보기에 그 풀들을 보면서 마음이 찡하고 어디에나 배울 것이 많음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요즘 신문과 방송에 자주 언급되는 용어 중의 하나가 창조경제일 것입니다. 제 관심 분야가 생태이기에 생태와 창조 경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식물과 동물에 대한 이해와 응용을 통해 인간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포늪에는 '줄'이라는 수생식물이 있습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그 식물을 오랜 세월 개량하여 오늘날 우리가 먹는 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들은 누에를 활용하여 화려한 비단옷을, 목화를 이용하여 따뜻한 옷을 입었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선조들은 시와 그림 그리고 노래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자연의 혜택은 옛날만의 일이 아닙니다. 요즘 중년들이 즐겨봤던 <미키마우스>라는 만화영화, 우포늪을 배경으로 하면서 200만 관객이 본 한국의 대표 애니메이션인 <마당을 나온 암탉>, 어린이들이 지금도 좋아하는 <포켓몬스터>, 아프리카 대평원의 사자 이야기에 기초한 <라이온킹>, 그리고 <아기공룡 둘리>도 인간의 생태 동반자인 동·식물을 주제로 즐거움과 교육, 문화에의 기여는 물론 고용 효과를 준 창조경제의 본보기가 아닐까요?

자연에 대한 관찰과, 독서를 통한 생태에 대한 이해(지식)에 더해진 상상력은 본인은 물론 우리 이웃과 인류에게 영원한 자부심과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자연의 귀중함을 다시 느낍니다.

5월 우포늪에선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4~5일 우포생태문학제가 열리고, 국제 습지의 날 행사도 9~10일 열립니다. 2008년 우리 경남에서 개최된 람사르 총회가 추구한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 얼마나 구현되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여러분은 그 당시에 비해 얼마나 향상되고 나아졌나요?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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