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서 닭갈비집 운영하는 구창헌 씨

요리사가 꿈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요리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서른을 눈앞에 뒀다.

한때는 사장님 아들이었다. 아버지 회사에서 편하게 경영수업 받으면서 살아가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자신의 꿈을 좇아, 자식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자 회사를 그만뒀다.

창업아이템을 찾아다니던 차에 오랜친구가 정말 맛있는 닭갈비집이 있다고 추천해 함께 찾아간 창원시 합성동. 거기서 닭갈비를 처음 맛본 후 '이 맛을 재현해 나도 요리사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부터미널 뒤편의 '토담' 구창헌(29·사진) 사장이 주방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였다. 화려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는 아니지만 정직함만큼은 그 어떤 업체 점주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처음 합성동 본점에서 닭갈비를 맛보고 나서 이건 누가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요리사가 되고 싶었고, 꼭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팔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전국을 돌면서 맛집 탐방도 했거든요.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정성과 정직함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처음 맛 본 맛에 '나의 아이템은 이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곧장 행동으로 들어갔다. 막무가내로 본점으로 향해 사장에게 "맛 비법 좀 알려주세요"라며 문을 두드렸다.

두 눈 부릅뜨고 찾아가 쫓겨나도 다시 찾아가겠다는 각오를 했다. 하지만 사장은 "이 계약서에 사인 받아오면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호쾌한 답변을 했다.

당장 아버지를 찾아가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인생을 걸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하지만 반대에 부딪혔다.

"외삼촌이 요리사거든요. 외삼촌이 오랜 세월동안 요리사로서 살아오셨지만 월급이 적어 생활고가 있었어요. 자식이 힘들게 살길 원하는 부모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어서 끝까지 부탁하며 '망하지 않을 자신 있다'는 의지를 보였더니 결국 승낙해주셨어요."

계약서에 사인을 받은 뒤 바로 본점으로 향했다.

"당시 사장님은 제 눈을 보시더니 눈빛이 살아있고 어떻게든 할 놈 같아 보였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3일 동안 주방에서 실습을 했어요. 제가 만든 음식과 사장님께서 직접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또 그 맛을 내려고 양념 양도 조절해가면서 배웠습니다. 조금 익숙해지자 주방을 제게 맡기셨어요."

창업 전까지 하루로 거르지 않고 닭갈비만 만들었고 닭갈비만 먹었다.

"창업의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먹을 음식이니까 당연히 음식으로 장난치지도 않죠. 그렇게 장사하면서 이윤 남기기는 싫거든요. 정직하게 장사를 하다보면 입소문도 나고 자연스레 손님들도 많이 오시겠죠."

가오픈을 시작하고 손님들에게 맛을 알리기 위해 주문을 받으면 서비스로 다른 메뉴를 내주기도 했다. 또한 커플·친구들 사진을 찍어 가게에 붙였다. 메인메뉴 이름도 정형화된 딱딱한 이름을 바꾸고 사이드메뉴 가격도 손님들 의사를 반영해 대폭 낮췄다.

"저 개인적으로는 사장·주방장은 손님들과 교감을 줄기차게 나눠야 된다고 생각해요. 카운터에만 앉아있고, 주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지 확인할 길도 없잖아요. 그래서 초벌한 뒤에 곧장 손님들께 음식을 좀 더 맛있게 구워드리고 말씀도 나누죠. 요즘 소통이 대세기도 하잖아요."

구 사장은 고기를 구워주다 한 번씩 손님들 음식을 먹는다. 손님들이 불평할 수도 있는 이 행동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판매하는 음식에는 몸에 해로운 것들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100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으로 옮기는 게 더 낫잖아요. 물론 먹고 난 뒤에는 손님들께 분명히 말씀을 드리죠. 그냥 먹으면 예의가 아니니까요. 뭐 가끔은 작은 것보다 큰 것 먹을 때도 있습니다."

개업날 새벽 4시에는 갑자기 가게 불이 났다는 전화도 받았다.

"개업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집에서 급하게 가게에 왔는데 불이 난게 아니라 타던 숯 연기가 가게 안을 덮어서 소방차가 출동했던 소동이었죠."

개업을 앞두고 가게에 불이 나면 대박난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에 웃음을 지으며 "지금 당장 이윤보다는 사람을 남기고 싶습니다. 손님들 한 분 한 분을 제 고객으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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