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66) 창원시 용지어울림동산·자연학습장

봄의 유혹이 강렬하다.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 소식에 엉덩이가 들썩들썩하지만 주말에 계획을 잘못 세웠다간 도로에서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것도 이 계절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여유를 즐길 곳은 없을까? 창원 의창구 용지동 민원센터와 경남 도민의집 사이에 자리한 창원시 자연학습장(창원시 용호동 62-1)과 용지 어울림동산은 수목원처럼 거창하지도, 식물원만큼 풍성하지도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해 봄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특히 울긋불긋 만개한 봄꽃이 초록의 동산에 생명력을 입혀 마치 동화 속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창원시 자연학습장까지 오는 길 역시 봄이 주는 선물을 느낄 수 있다. 그 높이가 짐작되지 않을 정도로,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연초록 빛을 발하는 메타세쿼이아가 길을 안내해준다.

자연학습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용지동 가로수길(어울림동산∼카페거리∼갤러리∼의창도서관∼용지호수)은 총 3.3km로 약 630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촘촘히 길을 만들었다.

창원 자연학습장 안에는 창원 농업기술센터가 무료로 운영하는 유리 온실 3개와 정원, 휴식 공간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와 함께 각종 토종식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와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연못까지 갖춰져 있다.

유리 온실은 다육식물관, 관엽식물관, 열대식물관 등 세 가지 주제로 꾸며져 있는데 다육식물과 관엽식물, 열대식물의 차이와 특징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창원 용지동 어울림공원 앞 메타세쿼이아 길.

"선인장이다." 평소 제 키를 넘어 가시를 세우며 길게 뻗은 선인장을 본 적이 없던 아이는 선인장의 위엄에 식물관 안으로 들어가기를 두려워한다.

식물관 앞의 설명에다 이런저런 상식을 보태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좁힌다. 정성스레 꽃을 피운 이색 식물들도 눈길을 끌고 평소 보기 어려운 열대 식물들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수백 가지 야생화를 심어 조성된 야외식물원. 이 곳을 찾은 건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나비와 벌들이 활짝 속을 드러낸 꽃잎 속을 파고드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가 식물관에서 수선화를 보고 있다.

아이들이 꽃길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팔각정에 들어와 잠시 쉬었다. 형형색색의 꽃들과 나비와 참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진다. 따스한 햇볕 속에 맘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바로 옆에 자리한 용지어울림동산은 더욱 동화 속 세상이다.

태극기, 용 등 갖가지 모양의 바람개비가 살랑살랑 봄바람에 쉼 없이 돌아가고 유채꽃밭길, 황금측백길, 남천길, 수세미 터널, 캐릭터 포토존 등 다양한 주제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영산홍, 꽃배추, 다정큼나무 등 꽃나무들이 제 계절을 만나 곱디 고운 색들을 선물해 준다.

동산 한가운데 나지막이 자리한 원두막은 '며느리 내보낸다'는 강렬한 봄볕을 피하기에 딱 적당하다. 지난해 1월부터 사회단체와 공무원 등 많은 동민이 참여해 조성한 이후 주민들이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과 연계해 철쭉, 가시나무, 체리나무 등을 심어 도심 한가운데 사계절 푸른 공원을 만들었다.

도로 맞은편에는 '경남도민의 집'이 개방돼 있다. 이 곳 역시 잘 가꾸어진 소공원이 있다. 그리고 경남도 탄생 이후 도정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정역사실 등으로 구성돼 휘둘러보기 적당하다.

자연체험장과 마주하고 조성된 용지동 카페 거리 또한 볼거리다. 공원에서 아이와 신나게 뛰어논 뒤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진 카페에 들러 음료와 주전부리로 여유를 즐긴다면 도심 속 자연이 주는 안락함과 청량감을 맘껏 느낄 수 있을 듯.

어울림동산은 언제든지 올 수 있지만 창원시 자연학습장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영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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