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돌아보면 색이 넘친다. 색을 먹고 색을 입는다. 색은 쓰는 사람의 성격, 생각, 의지 등을 나타내기도 하고 광고 효과가 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레드마케팅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 호기심 자극, 호르몬의 분비 지속, 혈액순환 활성화, 공복감을 불러일으키고 식욕은 돋워주는 까닭에 롯데리아, 맥도날드, 피자헛, 파파이스 등의 업체가 활용하고 있다.

멀쩡히 길을 가다가도 빨간색 간판을 보면 '배고프다'는 충동을 느끼고,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사과를 고를 때도 좀더 빨간 것을 고른다. 고추나 토마토, 딸기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빨간색이 시신경을 자극하여 식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빨간색은 젊은 이미지를 풍기고 사람의 시선을 끄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레드마케팅의 주된 출처는 간판이다. 간판은 문화다. 단순한 알림의 도구를 넘어서 정보와 함께 이미지를 전달한다. 간판은 표정을 결정하기도 하고, 포인트가 되고 악센트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우아함을 풍기기도 하고 때로는 천박함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래서 간판의 색을 사용할 때는 엄격하고 세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경상남도청사 현관에는 '당당한 경남시대'라는 문구의 빨간색 간판이 걸려 있다. 물론 대다수의 정부기관도 빨간색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사용하면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주의가 산만해질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색의 선명도가 높을수록 눈에 피로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맥도날드 간판은 붉은색을 쓰지 못한다. 간판은 허가받은 디자인 회사만이 디자인할 수 있고 색은 통제당한다. 도시의 품격을 위해 엄격하고 세부적인 규제를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파리는 거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일본 교토나 독일의 뮌헨을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도시 역시 맥도날드의 붉은 간판을 통제한다.

빨간색은 가장 힘차고 역동적이며, 강하고 격렬한 색이다. 강렬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감각과 열정을 자극하며, 자기 확신과 자신감을 보다 강하게 전달한다. 사랑을 상징하는 색인 동시에 분노와 복수의 색이기도 하다.

빨간색은 강요의 의미도 갖고 있다. 시각적으로 주목성이 높아 위험과 긴급, 경고를 알리고자 할 때 많이 쓰인다. 주로 사람을 흥분시키고 선동하는 효과를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혁명과 전쟁을 떠올리기도 한다. 정지 신호가 빨간색인 것도 보는 사람을 흥분시켜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종교적으로는 하늘인 성령의 색임과 동시에 악마인 사탄의 색이다. 신분을 나타낼 때는 중국 공산당의 경우처럼 노동자와 혁명의 색이면서 왕과 추기경의 상징 색이기도 하다. 'Be the Reds!' 한국 축구응원단 붉은악마의 색이기도 하고 경상남도 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의 정당색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쩐지 빨간색의 '당당한 경남시대' 간판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열흘만 붉었으면 좋겠다.

최근의 확증편향적이고 선정적인 도정이 레드마케팅 간판 탓이라 여기고 싶기 때문이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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