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취재 승낙하지 않은, 그 고집 닮은 '찐∼한' 육수

지난달 '까칠한 맛읽기'(3월 27일 자 신문 참조)에서 맛집 섭외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미디어의 잘못된 관행과 이를 악용하는 일부 집단의 비도덕적 행위에 의해 순수하게 소개 목적으로 맛집 섭외를 부탁해도 식당 영업주들이 잘 들어주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사정 때문에 기자가 섭외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인맥'을 활용하는 것이다. 해당 음식점주가 웬만한 사안은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가진 사람에게 우회적으로 섭외를 부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열에 여덟은 섭외에 성공하기 마련. 그러나 이 전법도 통하지 않은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마산 부림시장 안 '부림곰탕'이 그곳이다.

창동-오동동 일대 마당발로 소문난 창동통합상가상인회 김경년 간사를 통해 섭외에 응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끝끝내 승낙하지 않았다.

   

부림곰탕은 부림시장 지하 먹자골목 입구에 있다. 약간 허름한 외관이지만 덕분에 부림시장이 가진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을 법한 노포의 풍모가 짙게 배어나온다.

한데 생긴 지는 생각만큼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부림곰탕은 육수가 새하얗고 진한 마산·경남식 곰탕과 함께 수육, 곱창전골도 아주 훌륭하다. 새하얗고 뽀얀 곰탕 육수는 추운 겨울 한기를 날려주는 것은 물론, 더위에 지친 여름에 한 뚝배기 걸쭉하게 들이켜 땀을 발산하고 나면 이만한 보양식이 또 없다.

특히 곱창전골에 쓰이는 곱창은 신선도와 고소함이 다른 어느 곳과 비교해도 '극강' 수준이라는 게 이 집을 찾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가격도 2인분에 1만 6000원으로 곱창전골 치고는 저렴한 편이라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도 큰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곰탕 육수의 맛이 그때그때 좀 다르다는 것이다. 뼈와 고기를 충분히 우려낸 명품 국물만으로도 맛이 사는데, 가끔 후추와 같이 강한 향신료가 첨가될 때가 있다. 향신료에 의존하다보면 그만큼 국물에 들이는 공력도 떨어지기 마련. 후추 사용은 자극적인 양념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부림곰탕에 가면 후추를 미리 뿌려 내지 말라고 부탁하는 게 좋을 듯하다. 향신료를 배제하고 육수 자체가 내는 진한 고기 국물 맛을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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