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밤새도록 눈이 내렸다. 오늘 당장 백두산 산행을 해야 하는데 눈이 많이 내려서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내 키를 훌쩍 넘어 쌓인 눈길을 어떻게 지나간단 말인가. 게다가 일정 변동 없이 그대로 백두산으로 향한다고 하니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버스가 출발했고 이윽고 나는 이곳이 불가능이란 없는 중국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은 밤새 쌓인 눈을 버스가 이동할 수 있게 깨끗하게 양쪽으로 치워 놓았다.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고 우리는 일정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렌털숍이었다. 정상으로 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 있을 거라 하여 부츠를 빌렸다.

이제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되었는데 백두산 천지가 과연 우리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백두산 천지는 일기예보로 알 수 없고 직접 천지까지 올라가 봐야지만 알 수 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아직 봄이라 하기엔 약간 쌀쌀한 날씨에 어제 눈까지 와서 걱정이 됐다.

가는 중간에 출출한 참에 요기할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한 번쯤 TV 등에서 봤을 온천물에 삶은 계란이었다.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높은 온도에 단시간에 삶아져 그런 건지 꿀맛이었다.

천지로 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게 유황 온천도 있고 동굴도 있고 멋진 폭포도 있었다. 어느 지점까지 올라가니 그곳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륜 구동차가 있었다. 이제 또 천지까지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하니 오늘 안에 과연 도착할까 싶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사륜 구동차는 구불구불한 길을 약 30분가량 올라 우리를 천지 근처에 데려다 주었다.

어느 정도는 걸어 올라가야 했다. 눈으로 뒤덮인 백두산 천지. 너무나 깨끗하디 깨끗한 하얀 눈으로 뒤덮인,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아래 백두산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태껏 수많은 나라, 수많은 자연을 경험했지만 이보다 더 감격스러울 수는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적막감을 깨웠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해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기사였다. 개인용 카메라로 백두산 천지를 다 담을 수 없기에 속는 셈치고 1인당 1만 원을 내고 4명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가이드를 통해서 파일을 받았는데, 정말 천지가 중심이고 사람은 제멋대로 찍어놓기는 했지만 웃으면서 추억할 거리가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려고 제일 마지막으로 천지를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는 혹시나 준비했던 우비를 몇 등분으로 찢어서 동료와 나눠 썰매 대용으로 신나게 타고 내려왔다. 그렇게 우리는 백두산을 뒤로하고 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왔다.

   

내가 오늘 바라본 백두산은 반쪽짜리 백두산일 뿐이다. 지금은 중국에서 바라본 백두산에 만족하며 돌아가지만 내 생에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에서 백두산을 바라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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