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사천시민들이 진주뿌리산단 조성 반대하는 이유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라 했던가? 하지만 지금 사천시민들은 진주뿌리산업단지 조성 문제 때문에 비 내리는 곡우조차 예년처럼 기쁘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이창희 진주시장이 한 연수회에서 '지도자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는 자리에서 진주뿌리산업단지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뿌리산업단지 예정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도에서 알아서 하겠다'며 진주뿌리산단 조성에 대한 사천시민들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일언지하에 내쳐버리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진주뿌리산단 문제로 사천시민들의 근심이 갈수록 늘어나고, 자칫 이 문제가 사천과 진주 두 지역 갈등 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이 중대한 시점에 이들 단체장들의 행보는 실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1년 진주뿌리산업특화사업 추진 MOU 체결 모습.

사천시민들이 왜 그토록 진주뿌리산업단지 추진에 목청을 높이고 있는가.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홍수피해 위험성 증대…중선포천 수리수문모델링부터 시행해야 = 현재 준공된 정촌산단(166만㎡) 이외에 사천시가 승인한 사다산단(94만㎡)과 승인 절차를 거치고 있는 축동산단(27만㎡)·대동산단(10만㎡)·하탑산단(8만㎡)이 있다. 그리고 진주시가 계획 중인 뿌리산단(93만㎡)이 있다. 그리고 진주시와 사천시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항공국가산단(217만㎡)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산단 전체는 오·폐수와 비가 올 때 유출량 전체가 탑리천·길평천·대축천·화개천 등을 통해 중선포천으로 합류해 사천만으로 흘러든다. 임야와 전답이 90%를 차지하던 곳이 산단지조성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층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토지이용 변화는 하류지역 홍수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 추진에 앞서 산단 아래 쪽의 중선포천에 대한 수리수문 모델링부터 시급히 실시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중선포천 하류 지역은 2005년 10월 '하탑 재해위험지구(하탑물통골)'로 지정된 곳으로, 일일 강우량 100mm에도 침수피해가 일어나는 곳이다.

◇하천오염과 사천만 생태계변화 가능성…납득할 만한 대책 제시돼야 = 진주시가 용역 의뢰해 작성한 '금형산업단지 조성공사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이 보고서가 '금형 등 뿌리산업의 육성을 위해 동남권에 금형산업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마스터플랜 작성 등을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금형산업육성을 위한 집적화 단지 조성 필요성에서 '6대(금형·주조·열처리·표면처리·소성가공·용접) 업종은 기술과 제품의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집적화(클러스터)에 따른 시너지효과도 필요하며, 또한 주·단조, 열처리, 도금 등 공정상의 에너지 소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과 소음·분진·폐수 등의 공동처리로 생산비용 절감도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하고 있다.

특화된 금형산업단지 조성의 배경에서는 '진주시는 경남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의 첨단금형부분 지원기능 유치 및 관내에 산재해 있는 영세 금형업체들을 집단화하여 제조업의 뿌리업종인 금형산업의 기술력 향상과 지역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특화된 금형산업단지를 조성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촌일반산업단지에서 하루 4500t의 오·폐수가 방류되고, 다른 산단조성으로 꾸준하게 그 양이 늘어나면서 일정량은 지속적으로 고여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중선포천은 갈수기에 상류에서 유입되는 하천수량이 극히 제한적인 하천이다. 총질소, 총인 등 영양염류의 유입으로 부영양화되어 조류의 과다 번식과 부패·침전으로 COD 및 BOD를 증가시켜 수질악화 및 수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사천만 오염의 직접적인 요인이 될 소지가 높다.

연안과 습지, 그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다. 특히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물종다양성이 매우 풍부하고, 수질자연정화의 보고이기도 한 기수역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경남도는 2014년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유치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따라서 생물종다양성의 보고인 사천만과 기수역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리방안을 시급히 모색해 나가야 할 시점에 바로 그 상류에 하천 및 연안의 오염 문제를 가중시킬 대규모 산업단지를 납득할 만한 대책도, 사전 협의도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조성하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기질 오염과 주민피해 우려… 사업 추진 숙고해야 = 뿌리산업단지 예정부지 1km 이내에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두량저수지가 있다. 그 주변으로 과수원과 달래밭이 대단위로 형성되어 있다. 아래로는 비닐하우스가 집단적으로 조성되어 있다. 즉 주민들의 중요한 농가소득이 발생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에 금형·열처리·소성가공 등을 포함한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날림먼지가 발생된다면, 두량저수지 수질은 농업용수에 적합한 수준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산단에서 배출된 날림먼지가 일상적으로 그 주변 과수원의 열매에 쌓이게 될 것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주변지역 농지와 사천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진주시는 뿌리산업단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지역감정으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인접 지역인 사천시민들이 걱정하고 제기하는 문제들을 꼼꼼하게 살펴서 설득력 있는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진주 사천의 상생발전과 화합을 도모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사업과 관련하여 많은 시민들이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직접적인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진주시가 조성하고 있는 사봉일반산단 등의 분양률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곳의 입주업체로 금형·열처리·소성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또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경남도 또한 사업 승인기관이자 두 자치단체의 상급기관으로서 진주뿌리산업단지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김향진(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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