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현수·서언주 부부

카페, 술자리, 강의실, 여행지…. 성인 남녀가 만나 사랑을 싹 틔울 수 있는 곳은 많다. 묘한 감정으로 첫 느낌을 교감했던 그곳. 정식 연인이 되든, 결혼을 하든 그 느낌과 장소는 평생 잊을 수 없다. 그 중 도서관 역시 많은 남녀가 운명적인 만남을 꿈꾸는 곳이다. '도서관 사랑·데이트'와 같은 로망이 깃든 공간. 공부에 연애까지 하겠다 하면 '욕심이 많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고 싶은 만남임은 분명하다.

지난 2010년 5월에 결혼한 김현수(33)·서언주(28) 부부가 처음 만난 장소는 도서관이다. 부부는 남들 부러움을 살 만큼 특별한 이야기를 잠시 꺼냈다.

2005년 3월 언주 씨는 간호학과 신입생이었다. 젊은 패기로 공부든 대학생활이든 한창 열 올리고 있을 무렵, '남녀의 성 가치관'에 관한 설문조사 과제를 하게 된다. 하지만 과 특성상 남학생 의견을 얻기가 어려웠다. 마침 남학생이 많은 과에 고교 동창이 있어 도움을 청했고, 덕분에 남학생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주 씨는 결과를 종합하던 중 글씨체가 예쁜 설문지 한 장을 발견한다.

"남자답지 않게 글씨체도 예뻤지만 문항에 대한 답도 제가 생각한 결혼관과 잘 맞았어요. 묘한 호기심이 생겼죠."

이윽고 고교 동창에게 '그 남자' 정체를 물었다. 얻어낸 답변은 '키는 좀 작지만 성격 좋고, 정말 괜찮은 오빠'라는 정보. 언주 씨 관심은 커졌다. 며칠 후 고교 동창이 그 남자와 도서관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곧바로 도서관으로 간 언주 씨. 기회를 엿보다 '설문지를 작성해 줘서 고맙다'며 캔 커피를 내밀었고, 자연스럽게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둘의 첫 만남이었다.

"그게 아내 첫 모습이었지만, 워낙 경황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었죠. 대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같은 느낌은 언주 씨도 마찬가지였다.

   

"트레이닝복에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슬리퍼까지 신은 오빠 모습이 왜 그리 정겹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벚꽃잎 흩날리는 봄날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었죠."

이후 둘은 점점 가까워졌다.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중간고사 기간. 머리도 식힐 겸 잠시 들렀던 휴게실에서 현수 씨가 대뜸 언주 씨 손을 잡았다. 그리고선 '우리 사귀어볼래'라는 말을 이어갔다.

"오빠가 갑자기 그러니 장난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곧 진심을 알게 됐고, '오케이'라는 말로 받아줬죠. 물론 그때 중간고사 성적은 역대 최악으로 남았지만요."

그렇게 두 사람은 '정식 연인'이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도서관 만남은 계속했다. 연애를 하더라도 자기 할 일은 충실히 하자는 신념하에 평일에도 함께 공부하는 것을 데이트로 삼았다. 그 덕에 둘 다 장학금을 꾸준히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도 있었다. 특히 현수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언주 씨 등·하굣길을 책임지기도 했다. 수업이 없는 날이나 오후 수업만 있는 날에도 아침 8시부터 언주 씨와 함께 했다. 둘 사랑은 깊어갔다.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둘은 매일같이 만났다. 함께 다닌 곳도 많아 친구들 사이에서는 관광가이드로 통할 정도였다. 물론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사귄 지 3년쯤 되던 어느 날 언주 씨는 홧김에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 만다.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전화통화로 싸우다가 뱉은 말이었어요. 곧바로 후회했지만 괜한 자존심에 헤어지자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죠. 집 앞에 찾아온 오빠 앞에서 커플링까지 던졌으니까요. 물론 찾기 쉬운 곳에 던졌지만…."

   

하지만 현수 씨 눈물이 언주 씨를 돌려놓았다. 게다가 '그동안 고마웠다'며 나지막이 말하는 현수 씨 모습에 언주 씨도 눈물로 사과했다. 그 후 언주 씨는 아무리 화가 나도 헤어지자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5년간 사랑을 이어갔다. 그동안 현수 씨 친구들은 차례차례 결혼을 했고, 둘 역시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언주나 저나 늘 결혼을 생각하면서 만났죠. 그래서 큰 무리는 없었어요. 그저 계속 만나고 사랑하는 거였으니까요."

그 사이 현수 씨는 프러포즈도 계획했다. 주말에 회사 동료 도움을 받아 창원 용지공원 근처 노래방을 풍선으로 가득 채우고 영상편지와 꽃다발, 목걸이까지 준비했다. 이벤트라는 걸 해 본 적 없는 현수 씨로선 모든 게 낯설었지만, 정성껏 마련했다. 물론 눈치 빠른 언주 씨는 금방 알아차렸지만….

"오빠가 거짓말을 못하거든요. 게다가 갑자기 용지호수에 가자 하고, 또 노래방에 가야 한다 하니…. 그래도 오빠의 사랑과 정성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듯해요."

그리하여 지난 2010년 5월 둘은 결혼했다. 정말 가정적인 현수 씨와 그 곁에서 늘 힘이 되는 언주 씨. 더는 헤어지지 않고 평생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이 닮았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어요. 신혼을 즐기려고 아이를 늦추고 있는데 이제는 우리를 똑 닮은 예쁜 아기도 낳아 화목한 가정을 꾸려야죠."

도서관이 맺어준 '로맨틱한 커플'의 특별한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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