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진례다반사' 전(∼8월 25일) 열려

객관적인 지표로 김해시 진례면을 살펴보자. 진례면은 김해시 면적의 9.6%를 차지하고 있으며 10개 리(里), 34개 마을로 구성됐다.

2012년 5월말 기준으로 3558가구, 8031명이 살고 있으며 매년 도자기축제를 개최하는 만큼 전통 도예분야가 발달했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 진례면은 어떨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8월 25일까지 '진례다반사(進禮茶飯事)' 전시를 연다. 신아키텍츠, 와이즈건축, 임태병+몰드프로젝트 등 건축가 중심의 프로젝트 팀과 조경가 김아연, 건축연구팀 '건전지', 도예가 김재규, 설치미술가 고영택 등 총 7개 팀 11명이 약 3개월 동안 진례에 머무르면서 작업했다.

그들은 이방인이다. 이방인은 진례를 둘러보고, 길거리에서 마을 사람들의 말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건축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살펴봤다. 진례에서 일어나는 아주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이방인'(관람객)의 눈으로 들여다보자.

◇시선 1, 똑똑 문을 두드리다 = '덜커덩' 문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미술관에 도착했다. 원형홀이 왁자지껄한 것이 여기가 미술관이야, 도떼기시장이야 헷갈렸다. 플라스틱 상자에 걸터앉아 친구와 가족끼리 이야기하는 모습, 어린 아이가 플라스틱 상자를 이리저리 옮기는 모습 등이 자유분방해보였다.

건축가 임태병과 몰드프로젝트(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만든 팀)는 관람객이 처음 마주하는 공간을 '진례 5일장'으로 만들었다. 진례 5일장은 진례면사무소 입구에서 직선으로 이어진 송현로를 따라 형성돼 있으며 매 5일 열린다.

임태병+몰드프로젝트 '진례다반상'

그들(임태병+몰드프로젝트)은 관람객의 동선이 가장 빈번한 원형홀을 전통시장처럼 만들어 관람객이 자유롭게 앉아 쉬거나 이야기할 수 있게 하였다. 바로 '진례다반상'(進禮多般床)이다.

원형홀 외벽을 둘러싼 것은 설치미술가 고영택의 '낯설은 풍경'이다. 진례면 시례리, 신안리, 용정리의 지도를 배경으로 동그란 스피커에서 좔좔좔 물 흐르는 소리와 짹짹 새소리, 돌돌돌 물레 돌아가는 소리 등이 중첩돼 들린다. 작가는 진례의 다양한 소리를 녹음해 자그마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고영택 '낯설은 풍경'

그 옆에는 오래된 지붕과 나무, 흙담 등의 사진을 배경으로 수십 개의 네모난 거울이 있다. 그 거울은 관람객의 모습을 비추기도 하지만 말소리에도 반응해 움직인다. 원형홀을 가로질러 갤러리 1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1970년대부터 있었던 진례자전거점을 카메라로 찍어 크게 확대한 건축연구팀 '건전지'(안재철·송종목·나춘선)의 '자전거점'도 있다.

◇시선 2, 담장 너머로 바라보다 = 갤러리 1은 7개 팀 11명이 적게는 서너 차례, 많게는 십여 차례에 걸쳐 진례를 답사하고 마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결과물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얀 담장 너머로 4700여 개의 집이 보인다. 도예가 김재규의 '진례-바라보기 보여지기'로서 작가는 백자토로 10개의 동심원형태 마을을 만들었다. 관람객은 창문과 얕은 담 너머로 한눈에 진례를 바라볼 수 있다.

김재규 '진례-바라보기 보여지기'

왼쪽은 신아키텍츠(신호섭·신경미)의 '진례사람들, 건축을 말하다'. 신아키텍츠는 진례면 송정리, 시례리 일대를 둘러보고 황인준 코끼리식당 사장과 이형성 진례우체국장, 유정연 진례면장 등 마을 사람 10명을 만나 '건축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 소식지를 만들었다.

소식지 안에는 "건축이 뭐, 집 짓는 게 건축 아닙니꺼? 뭐시든지 기술을 베푸는 게 그게 다 건축 아닙니꺼?", "집은 내 마음의 안식처라. 우리가 형편이 안 돼서 하고 싶은 대로 못해서 그렇지" 등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임태병+몰드프로젝트의 '진례풍속도'는 이방인이 지극히 주관적으로 만든 여행지도다. 관람객은 '진례풍속도'를 보고 집 색표지판 따라 진례시장을 갈 수 있고, 진례에만 있는 다방, 방앗간, 술집 등을 투어할 수 있다.

조경가 김아연은 아주 재밌는 작업을 했다. 그는 진례 34개 마을에 있는 크고 오래된 노거수(老巨樹)를 조사해 '우리 마을 숲 수목도감도'를 만들었다.

초전마을에 사는 김열동 할아버지는 느티나무를 보고 "마을 행사가 있으면 저 나무 밑에서 제사를 꼭 드렸지"라고 회상했고, 상우마을에 사는 장손덕 할머니는 회화나무를 가리켜 "나무가 나이가 들어서 점점 비뚤어지다가 저번 태풍 때 아예 쓰러져 버렸어. 그때 옆 공장에서 (이 나무를)베려고 했는데, 우리가 반대해서 아직 상우마을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거야"라고 고백했다.

◇시선 3, 차를 마시고 밥을 먹다 = 갤러리 2에도 김아연의 작품이 이어진다. 그는 관람객이 35개 마을의 노거수를 한 번에 마주할 수 있도록 숲을 조성했다.

숲을 지나가면 건전지의 '4km/h'가 나온다. 4km/h는 사람이 걷는 속도를 나타내는데, 진례면의 골목길, 신작로, 2차로, 4차로이 있는 4개의 지도를 통해 진례를 살펴보는 작품이다.

김아영 '우리 마을 숲 수목도감도'

검은색으로 휘감아져 있는 벽면에 황토색 종이디스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걸려 있다. 가까이 가보니 '당신에게 건축이란?'이란 물음에 대한 답변이 적혀 있다.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 "엄마,아빠랑 행복하게 사는 집", "전공과목" 등 재미나다.

신아키텍츠의 '건축을 말하다'라는 관람객 참여프로그램으로 종이디스크에 건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 벽면에 걸면 된다.

와이즈건축(장영철·전숙희)은 서울의 달동네 금호동과 진례의 풍경을 담은 '진례와 금호동에서 모여살기'를 선보였다.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뛰어놀던 골목길과 동네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느낌이다.

와이즈건축 '진례와 금호동에서 모여살기'

구름처럼 둥둥 떠있는 전시 작품은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진 금호동과 단층으로 이뤄진 진례의 모습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만든 모형(50:1)이다. 관람객은 골목길을 걷듯, 금호동과 진례면 사이사이를 오가는 특별한 즐거움을 맛본다.

마지막은 임태병+몰드프로젝트의 '진·홍·동·경'. 진례와 홍대 동네 풍경의 줄임말이다. 그들은 홍대에서만 건물을 짓고 리모델링을 하는데, 전시실에는 작업한 13개 건물 모형이 있다. 홍대라는 동네를 잘 알고, 동네에서만 일을 하는 그들의 작업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홍대에서 매월 20일경 발간해 배포하는 잡지 <스트리트 H>의 아카이브도 볼 수 있는데, 매호 '홍대 앞' 지도와 골목의 사진을 싣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동네에 대한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 문득 드는 생각.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모습은 어땠더라? 문의 055-34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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