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하종성 의령읍사무소 주민생활지원담당

의령군이 지난 2007년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창안해 운영하고 있는 홀몸 노인 맞춤식 노인복지제도가 전국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전국으로 파급되고 있다.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는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마을단위로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빈집을 활용해 숙식을 같이하며 즐겁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런 결과의 숨은 주역에는 농촌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농촌 실정을 잘 아는 한 사회복지사의 눈물과 땀의 결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의령읍사무소 주민생활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하종성(47·사진) 주무관.

   

그는 전국 자치단체별로 복지공약사업 추진이 한창이던 2007년 4월 근무지이던 용덕면에서 의령군 사회복지과(현 주민생활지원실)로 두 번째 부름을 받았다.

처음에는 기반시설 구축과 운영비 지원으로 업무가 순탄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생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독거노인 공동거주제 운영의 근본 취지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갑작스런 죽음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그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신문지상에는 독거노인이 사망한 지 몇 달이 지나 발견되는 등 충격적인 기사가 연일 보도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복지행정서비스가 어려운 지역 경로당에 최소한의 운영비와 난방비를 지원해 여러 명의 독거노인이 함께 거주하면 노인 4 苦(고독, 질병, 무위, 빈곤)라는 종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의 식사 배달과 지원사업도 한곳에 집중하면 효과도 배가되고 지원하는 쪽도 그만큼 수월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는 단체장의 공약사업으로 발표됐고 이에 따라 하 주무관의 업무는 폭주했다. 이 제도는 더욱 탄력 받아 의령군은 2009년 1월 조례로 지원 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이 제도가 정부로부터 노인복지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돼 기관표창을 받으면서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고, 지금도 전국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던 독거노인 고독사 사례가 주요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그에게 앞다퉈 취재 요청을 해와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는 덕분에 오래도록 연락할 길이 없었던 초등학교 동창생과도 새롭게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 초기에는 노인들의 기대심리가 커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점이 노출됐다.

노인들이 그에게 쌀이 없어 생활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미용실과 목욕탕 이용하는 문제까지 해결해 달라고 매달리면서 그는 장날에 한 번씩 택시와 자원봉사로 읍내까지 어르신들을 모시는 편익을 제공해야 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고생은 많았지만 독거노인 공동거주시설 운영 시책이 지난 2008년 당시 보건복지가족부의 노인복지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돼 대한민국자치경영대전 대통령상 수상의 밑거름이 됐고 2012년 정부 표창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때문에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는 애초 2개소에서 지금은 45개소로 확대되는 바람에 이 업무만으로도 후임 담당자가 고생을 많이 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홍수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복지업무 시책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는 복지 깔때기 현상을 지적한다.

"복지 공무원들의 사기는 급격히 저하되고 있고 복지 상담과 신청 접수, 소득 조사와 같은 업무는 공무원들 사이에 '3D' 내지 '기피 업무' 1순위입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동료 사회복지공무원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복지 업무의 폭주로 과로로 쓰러지는 복지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자살까지 잇따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는 오늘도 "복지사가 행복하면 수혜자는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는 보편적 진실이 하루빨리 현실로 다가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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