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5월 '진로진학의 날' 행사를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행사 취지는 학생들이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직 멘토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고자 기획된 것으로 해마다 학생들의 호응이 무척 좋다.

작가와 영화감독 섭외에 어려움을 겪던 차에 우연히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정일근(경남대 기초교양교육학부 교수) 시인과 최용석 감독을 섭외하게 되었다. 학교로서는 무척 행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정일근 시인이 섭외되자, 학생들보다 교사들이 더 흥분했다.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로 잘 알려져 있다. 차비 정도밖에 되지 않는 특강 제의를 흔쾌히 수락해준 것이다.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최용석 감독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가 제법 호평을 받았다.

5월에 학교의 다른 수많은 행사들보다도 마지막날인 5월 31일 금요일에 있을 진로진학의 날 행사가 더 기대되는 것은, 아마도 1000명이 넘는 여고생들로 북적이는 여기에 두 '별'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여고생들은 그들에게 '지성(知性)' 앓이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갑자기 '아차' 싶다. 국어시간에 시도, 시나리오도 무뚝뚝하게 분석하느라고 감성을 죄다 빼고 수업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동경하는 멘토를 만날 텐데, 그분들이 혹시 학생들에게 시를, 영화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라도 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수업시간에 교과서 밑줄 그어준 것들만 겨우 기억해내서는 떠듬떠듬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설렘의 거품이 꺼지고 나니, 혼자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혼자서 작아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만다.

아!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 국어 교사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별이고픈(별이 고프기도 한) 그런 밤이다.

/심옥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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