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정규·천지혜 부부

김정규(33)·천지혜(29) 부부는 2011년 4월 주변 소개로 만났다. 소개팅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대화거리 가운데 하나가 '취미'다.

이 자리에서도 취미 얘기는 어김없이 오갔다.

지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공예가 취미예요. 뭐든지 만드는 일을 아주 즐겨요."

그러자 정규 씨가 말했다. "아, 그거 재미있겠는데요. 저도 같이 해보고 싶은데요?"

지혜 씨는 좀 의외였다. 공예가 취미라고 하면 대부분 "그런 걸 왜 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이 남자는 달랐다. 취미에 공감해주니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규 씨는 자신에게 별 관심 없어 보였다.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고 일찍 집에 데려다 주려 했다. 지혜 씨 집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헤어지려 했지만, 가게를 찾지 못했다. 둘은 그냥 그렇게 헤어졌다. 지혜 씨는 남자 쪽에서 큰 호감이 없다는 것으로 결론 내고 그렇게 잊었다. 그런데 며칠 후 정규 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같이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이 전화로 둘은 곧바로 연인 관계가 됐다. 그리고 연애 6개월 만에 상견례, 그 후 또 6개월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다음 달이면 결혼한 지 만 1년이 된다.

두 사람의 첫 만남 키워드는 '취미'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좀 우습다. 지혜 씨 얘길 들어보자.

"지금 함께 공예를 하고 있느냐고요? 아니에요. 저한테 호감 사기 위해 한 말이었대요. 공예 관련 강좌를 들으러 함께 갔던 적은 있어요. 그런데 배우는 분들이 모두 여자고, 또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라 자기는 도저히 못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 노력은 했으니 이해하기로 했어요."

다음은 '아이스크림'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 실제로 아이스크림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정규 씨가 데이트 하자는 표현을 에둘러 달콤히 한 것이었다.

지혜 씨는 남편을 두고 '100일남'이라고 부른다. 듣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간다.

"만난 지 100일 때까지는 완벽했어요. 제가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먼 길 마다치 않고 사다 주고 했어요. 여자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그런 남자였어요.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사라지데요."

이에 대해 정규 씨는 말한다.

"100일 때까지 그렇게 하긴 했는데,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그래서 둘은 적당한 타협점을 뒀다. 한 달에 두세 번을 그런 날로 정한 것이다. 지혜 씨는 마음에 다 차지 않지만, 노력하는 정규 씨 모습이 보여 나쁘지 않다.

둘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지혜 씨는 아주 꼼꼼하다. 돈 부분에서도 10원짜리 하나까지 챙기는 똑순이다. 스무 살 이후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작은 사업도 했다. 또래보다 경제적 관념이 일찍 선 것이다. 그리고 뭐든지 철저하다. 밖에서 물건 사고 받은 영수증은 반드시 집에 들고온다. 이를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태운다. 사회가 뒤숭숭하다 보니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반면 정규 씨는 이런 세심함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면도 있다. 지혜 씨가 계속 잔소리해도 영수증 챙겨오는 일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정규 씨는 피곤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아내가 잘 메워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혜 씨는 친정식구들에게 잘하는 정규 씨 모습이 참 좋다. 지혜 씨는 남자 형제 없이 여동생만 있다. 신혼여행 다녀오자마자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았다. 지혜 씨는 어머니 병간호에 힘을 쏟았다. 신혼살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규 씨는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인어른 챙기는 몫까지 했다. 정규 씨는 10년간 자취한 경력이 있어 요리를 곧잘 한다. 그래서 혼자 있던 장인어른을 찾아 손수 밥상도 올리고 했다. 가끔 술잔도 기울이며 사위 아닌 아들 역할까지 충실히 한다.

둘은 이렇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행복을 그려나간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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