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 독일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필자는 단연 로만틱 가도와 고성 가도를 가장 먼저 추천할 것이다. 독일 여행 코스 중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로만틱 가도는 중세시대의 낭만과 멋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독일 남부여행의 필수 코스다. 독일 중남부의 그림 같은 도시 뷔르츠부르크를 시작으로 독일의 대표적 성인 노인슈반슈타인성을 기점으로 하는 350km에 달하는 로만틱 가도는 중세 시대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주요 통로였다. 로만틱의 어원도 낭만이 아닌 로마로 통하는 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성 가도는 만하임에서 출발해 하이델베르크를 거쳐 뮌헨까지 다양하고 오래된 고성의 흔적을 따라 둘러보는 코스다. 로맨틱 가도와 함께 관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행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렇게 일정하게 정해진 주제를 가진 길을 따라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 생각된다.

필자가 여행 안내 칼럼도 아닌데 다소 길게 독일의 여행 코스를 언급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잘 찾아보기 힘든 형태이기도 하고, 또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 가운데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한 경남·부산지역과 대구·경북지역은 음악과 관련한 공연문화가 가장 발달한 지역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공연 행사가 있겠으나 특히 개인의 활동보다는 수준 높은 음악 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이 돋보인다.

창원시립교향악단, 대구시립교향악단, 울산시립교향악단, 부산시립교향악단, 그리고 매년 경남의 창원, 울산, 부산의 시립합창단들은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면서 다채로운 무대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더욱 특별한 점은 대구에서 부산까지 이르는 이 지역 음악인들의 활발한 교류다. 다른 지역에서는 흔하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통영국제음악제를 비롯해, 대구국제현대음악제 그리고 합포만현대음악제 등 개성 넘치는 음악제가 봄-여름-가을 순서대로 열리고 있다. 이 음악제들은 나름의 대중적 성공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대구와 부산을 잇는 이 '음악 가도'에서 오페라 공연은 항상 대구와 부산에 비해 경남이 질적·수적 열세에 있는 듯하다. 경남에도 경남오페라단이 매년 수준 높은 오페라를 공연하고 있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다. 오페라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대구나 또 현재 오페라하우스를 짓고 있는 부산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

마산·창원·진해 통합 이후 시립예술단들도 통합해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탄생했다. 타 지역 합창단의 도움 없이도 대규모 합창곡의 연주가 가능해졌고 오케스트라도 대편성 작품들을 연주하기에 별 어려움이 없다.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항상 대규모 편성의 연주들로 모든 단원을 무대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누구는 연주를 하고 누구는 연습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필자는 행정적인 문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효율성을 생각하면, 우리 지역의 뛰어난 시립예술단원들을 활용해서 시립오페라단을 구성하면 어떨까 제안을 해본다.

대구·경북과 경남·창원 그리고 부산을 잇는 오페라 로드(Opera road)….

/전욱용(작곡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