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장성모·이영희 부부

'생년월일 따지지 않기', '서로 무시하지 않기', '가끔은 존대하기', '늘 의지하며 살아가기'.

지난 2011년 9월에 결혼해 오는 5월 아들 돌을 앞둔 장성모(30)·이영희(30) 부부. 동갑내기 부부가 정한 규칙은 까다로워 보여도 나름 재미가 있다. 물론 모든 부부가 이와 비슷한 규칙을 정해놓고 살아가겠지만, 동갑내기 부부에게 이 규칙들은 더 각별하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나이가 많다고 우길 필요도 없는 사이. 같은 해에 태어나 똑같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사회로 나왔다.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나이 우선 매기기 방법'에 제대로 들어맞는 게 없다. 그래서 정한 것이 '부부 생활 규칙'이다. 우위를 따지기 어렵다면 규칙을 정해놓고 따져보자는 의미다. 하지만 지나치게 규칙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규칙이 아무리 엄해도 사랑이 늘 우선이기 때문이다.

"동갑이라 싸우는 일도 많지만 그만큼 화해도 빠르죠. 항상 서로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올해 나란히 서른을 맞은 둘. 여전히 친구처럼 애인처럼 사는 둘은 잠시 옛 이야기를 꺼냈다.

   

둘은 2010년 1월에 만났다. 당시 영희 씨는 NH농협은행 창원 사파동지점에서 근무했고, 성모 씨는 삼성테크윈 창원사업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처지는 사뭇 달랐다. 경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영희 씨와는 달리 성모 씨는 고향(대전)을 떠나 이제 막 창원으로 건너온 터라 친구를 만나고 사귀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성모 씨와 영희 씨 모두를 아는 다른 친구가 나섰고, 곧 세 사람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간단하게 식사하고 술 한잔 기울였던 짧은 시간. 하지만 성모 씨와 영희 씨는 금방 친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겪었을 일을 되새기고, 20대 후반이 겪는 고충을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어렸을 적 본 만화영화, 친구들과 몰래 본 영화 〈타이타닉〉, 지금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가을운동회' 등 많은 기억이 두 사람을 묶어주었다.

"첫 만남부터 성모와 통하는 게 많다는 걸 느꼈죠. 동갑내기 친구라 그런지 공유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요."

   

이후 성모 씨와 영희 씨 단둘이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그 사이 둘은 알게 모르게 사랑을 싹 틔우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인 어느 날. 둘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 마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둘은 동갑내기 친구에서 정식 연인이 되었다.

20대 후반에 가까워 만난 사랑. 이는 단순한 풋사랑으로 끝낼 만남이 아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상대방을 향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둘은 주로 평일 밤에 데이트를 했다. 업무에 지친 몸을 이끌고 만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활력소였다. 주말이면 휴식 대신 교외로 나가 데이트를 즐겼다. 지난날 서로 닮은 추억을 간직해 온 동갑내기 연인은 하나가 되어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필리핀으로 함께 떠났던 여름휴가는 결혼을 생각하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이전 데이트와는 달리 많은 시간을 함께한 둘은 서로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결혼 이야기도 자연스레 오갔다.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프러포즈할 생각에 빠졌어요. 방식이야 어떻든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랐거든요. 영희나 저나 인생에서 중요한 한순간이니까요."

   

그리하여 성모 씨는 다가오는 영희 씨 생일을 결전(?)의 날로 잡았다. 이윽고 당일. 성모 씨는 영희 씨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여 근사하게 파티를 열었다. 파티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성모 씨는 준비한 노래를 틀고 반지를 내밀며 프러포즈했다.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떨릴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 마침내 많은 사람 축복 속에 둘은 결혼을 약속했다.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죠. 진실한 말 한마디면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동안 마음고생 했을 성모 생각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어요. 지금 받은 이 행복, 살면서 계속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8개월간 이어온 만남은 결국 '결혼'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동갑내기 친구에서 정식 연인으로, 다시 남은 인생을 함께 꾸려갈 부부가 된 두 사람. 그리고 돌을 앞둔 아들까지. 세 사람이 하나 되어 꾸려나갈 '결혼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했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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