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63) 마산야구장

'아이와 함께'가 아니라면 엄두를 내지 않을 곳이 몇몇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체험 활동이나 뮤지컬 등 각종 공연도 말할 것이 없지만, 평소 취미가 없던 운동경기 관람 역시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지난 2일 창원시 마산야구장(창원시 마산회원구 삼호로 63)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의 1군 데뷔전. 이날 열린 개막전은 1만 4164석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창원 야구팬들의 호응을 얻은 잔치. 이 축제 같은 자리에 아이와 함께하고 싶었다.

야구경기 관람도 관람이지만 사람들과 함께 누군가를 목청 높여 응원도 하고, '딱' 야구 배트 소리를 들으며 아이와 함께 스포츠라는 공동 관심사를 가져봄 직한 기대와 함께 예매를 서둘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100번 버스에 아이와 함께 몸을 실었다. 평소 버스를 자주 이용하지 않던 아이는 신이 났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해 운동장 쪽으로 다가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차들이 기차가 됐어요." 적확한 표현이었다. 도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차들로 꽉 막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마산구장을 찾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이젠 사람들과 전쟁이다.

만개했던 벚꽃은 이제 꽃눈으로 내리기 시작했지만 어스름 해가 저물자 제법 바람이 차다. 한낮 날씨만 믿고 야구장을 찾았다간 감기 걸리기 딱 좋을 계절이다.

2일 NC 다이노스 개막전이 열린 마산야구장을 찾은 어르신. /김구연 기자

치킨과 김밥 등을 파는 노점상들은 물론, 인근 빵집과 가게는 매대에 빵과 주전부리 등을 전진배치했다. 무릎 담요와 응원도구 등 막상 도착했을 때 없어서 아쉬운 것들 역시 관람객을 유혹한다.

운동장을 둘러싸고 치어리더들이 가수 '싸이'의 노래에 맞춰 신나는 춤으로 흥을 돋운다. 소주 모습을 형상화한 재미난 탈을 쓰고 춤을 추며 야구장 인근을 돌아다니는 주류회사 홍보팀들의 모습도 보인다.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이런저런 구경을 여유 있게 즐겼다.

꽃구경에는 심드렁하던 아이가 북적이는 사람들과 그들의 함성, 익숙한 음악, 먹거리에 제법 들뜬다.

야구관람 초보와 경력자(?)들의 모습은 한눈에도 차이가 났다. 유니폼을 맞춰 입고 손에 한가득 주류와 먹을거리를 사서 거침없이 구장으로 향하는 경력자들과 부랴부랴 현장에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챙기고 두리번두리번 입구를 찾는 사람들까지 사람 구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흥밋거리다.

2일 NC 다이노스 개막전이 열린 마산야구장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담요와 후드(모자) 등으로 보온을 한 아이들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김구연 기자

아빠와 아이가 유니폼을 맞춰 입은 가족들도 제법 눈에 띄고, 갓난아이를 업은 채 담요를 씌우고 찾은 열혈 엄마 팬도 눈에 띄었다.

경기에 앞서 NC의 캐릭터를 형상화한 공룡기사단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다이노스는 공룡이야"라며 짐짓 아는 체를 하던 아이 눈이 반짝인다.

공룡기사단의 퍼레이드로 그라운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고,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흥겨운 응원까지 보태져 쉽사리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TV로 시청했던 야구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현장은 말 그대로 '살아 있다'. 막상 야구장을 찾으면 누가 이기고 지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거침없이 가자!' 사람들 손에 피켓처럼 들려 있던 클리퍼가 경기 시작과 함께 클립을 잠그는 순간 나팔이 됐다. 피켓으로 파도를 타고, 응원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쳐대고, 파울볼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그 모습을 함박웃음과 함께 쳐다본다. 사람들도 야구장도 한껏 달떴다.

2일 NC 다이노스 개막전이 열린 마산야구장에 온 아이. /김구연 기자

관람 초보자인 탓에 추위에 떨고, 미리미리 주전부리를 못 챙겨간 아쉬움이 남았지만 아직 기회는 많다. '2013년 프로야구'는 봄꽃과 함께 시작돼 오는 9월 18일까지 계속된다.

여유 있게 즐기려면 야구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간식과 음료, 그리고 아직은 선글라스나 모자보다는 바람막이 점퍼나 무릎 담요가 필요하다.

NC 다이노스 홈페이지(www.ncdinos.com)를 참고하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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