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37) 도랑 살리기 첫발 내디딘 북면 신기·갈전마을

창원 북면 갈전마을과 신기마을 주민들이 도랑 살리기 운동에 첫걸음을 뗐다.

(사)경남환경연합과 함께 주민 간담회와 선진지 견학을 진행했고, 이달 초에는 두 마을에서 같은 날 발대식이 열린다. 누구보다 들뜬 준비를 하고 있을 주민들을 지난 달 잇따라 만나봤다.

◇'이야기'를 되찾다 = 창원시 의창구 북면 대산리 갈전마을에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고 한다. 마을회관에서 떨어진 도랑을 따라 상류로 가다 보면, 이 샘을 발견할 수 있다. 도랑 옆 산비탈에 나뭇가지가 우거진 채 축구공만 한 구멍이 보였다.

'신비의 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창원 북면 갈전마을 도랑.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성우(69) 어르신은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서 나온 물로 목욕하면 땀띠가 사라진다고 했다. 약물이지. 마시면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트림을 하게 되고. 아무리 가물어도 1년 내내 물이 떨어져 옛날에는 구멍에 대나무를 길게 대서 약물을 통에 담아가기도 했다."

이렇게 보기 드물고 귀한 사연이 있지만, 아무런 표시나 설명 글귀 등이 없었다. 마을에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갈전마을은 올해 도랑 살리기 운동으로 이 샘 또한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이렇듯 도랑 살리기를 통해 마을에 숨어 있던 이야기가 발굴되기도 한다. 주민들은 도랑과 주변 환경을 말끔히 변화시키면서 이 같은 마을의 이야깃거리들을 쌓아 마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마을 안과 밖을 모두 바꾸고 싶다" = 진귀한 샘이 나뭇가지에 가려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도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9일 오전 갈전마을 하정부(68) 이장과 함께 도랑 곳곳을 둘러봤다.

도랑은 30가구 70명 정도가 사는 마을의 외곽에서 흐른다. 콘크리트 벽면과 산비탈 사이에 있어서 좁고 깊은 모양이다.

대략 400~500m인 도랑에는 많은 비로 쓸려 내려온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스티로폼, 비닐, 배추 등 음식물 쓰레기까지 박혀 있었다.

도랑이 마을 중심을 가로지르지 않고 거리상 떨어져 있다 보니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바위와 비닐봉지 같은 쓰레기에 물길 이 막혀 있기도 했다. 산비탈 흙이 무너져 도랑에 쌓여도 있었다.

막힌 도랑이 넘쳐 나락을 쌓아 놓은 아랫집 창고들을 덮치기도 했단다. 그래서 물이 안 넘치도록 일부러 돌을 쌓아 벽처럼 만든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물길을 트는 일이 중요하다. 쌓인 나뭇가지와 온갖 쓰레기부터 걷어내야 한다.

다만, 수질은 갈수록 좋아져 다슬기 등도 눈에 띈다고 한다. 하 이장은 "(다슬기 등 생물을) 영구적으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이장은 마을의 '안과 밖'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밖'은 마을 바깥에서 흐르는 도랑을 일컫는다. '안'은 1t 트럭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구불구불한 마을 안길을 뜻한다.

"도랑 살리기를 계기로 안길 청소도 수시로 하면 좋겠다. 깨끗하게 해놓으면 마을을 찾는 손님들도 좋아할 것이다. 좋은 현상이다. 주민들이 조금 불편해도 협조하고, 귀찮은 점도 있을 텐데 서로 이해해야 한다. 북면에서 으뜸가는 마을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신기마을 주민들과 경남환경연합이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경남환경연합

◇곡절이 많았던 도랑 = 북면 신촌리 신기마을 도랑은 수십 년 동안 모습이 변해왔다. 현재는 물이 검푸른 빛깔로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오래전에는 인근 온천물이 도랑으로 흘러들어왔다. 비눗물이 그대로 내려와 도랑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기도 했단다. 마을에서 하수관 정비를 끝낸 지는 3~4년이 됐다.

곡절이 많았는데 주민들은 어렸을 때 도랑 모습을 잊지 못한다. 50가구 150명 정도가 사는 마을이다.

지난달 18일 저녁 일과를 마친 신기마을 주민 40여 명이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도랑 살리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전으로 경남환경연합과 간담회가 열렸다.

지금 도랑 상태에 대한 걱정이 쏟아졌다. "예전에는 정말 냄새 나고 못 살았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흐르는데 가물 때는 물이 없다", "비만 오면 쓰레기가 떠내려와 우리 마을 앞에서 걸린다."

신기마을은 물길이 특이하다. 거의 흐름 없이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주변 마을로 이어지는 도랑을 합치면 1㎞ 정도로 긴 편이다. 이후 물길을 제대로 만들려면 중장비를 동원해 바닥에 깔린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시멘트를 걷어내고 쌓인 자갈을 고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도랑이 길어서 일부 구간에서 먼저 작업이 되고 나머지는 내년에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필식(64) 전 신기마을 이장은 "한 번 도랑 청소를 하면 주민들의 관심도 커질 것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쓰레기가 도랑으로 가고 있지만 서서히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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