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창원 삼동·중앙동 벚꽃거리 이대로 좋은가

초·중·고교가 밀집한 교육단지 맞은편 벚꽃 거리에서 밤마다 술판이 벌어진다면?

일부 학부모들은 불안하다며 술을 파는 노점들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상춘객은 또 다른 볼거리로 양성화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 눈길을 끈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구 창원지역 대표적인 벚꽃 거리인 창원 교육단지(삼동·중앙동) 맞은편 길이 1.1㎞의 보도다. 보도 맞은편 교육단지에는 내동초교·경원중학교·경일고·창원여고·경일여고·창원기계공고 등 6개의 초·중·고교가 있고, 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창원도서관 등 대학과 교육기관도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30분 창원 교육단지 맞은편 인도에 펼쳐진 노점들. 술을 파는 노점에 손님들이 가득하다. /이시우 기자

진해 여좌천, 경화역과 함께 창원시에서 벚꽃 풍경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이 무렵이면 시민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찾는 시민이 많다보니 5∼6년 전부터 벚꽃 만개시기에 맞춰 노점들이 인도를 점해왔다.

2일 이곳에는 달고나·솜사탕·닭꼬치·감자튀김 등 먹을거리를 파는 곳부터 간이 식탁을 벌여놓은 주점까지 각종 노점이 모여 있었다. 일부 노점에서는 간이 수족관까지 갖춰 놓고 해산물을 팔고 있었다. 창원시 성산구청에 따르면 대략 100명가량이 영업을 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창원도서관 구간엔 노점이 있고, 경원중학교∼창원여고 구간 인도에는 노점이 없다.

이곳 노점들은 진해군항제 풍물시장과 달리 창원시청이나 성산구청 어디에서도 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 영업'에 해당한다.

아들이 창원경일고에 다닌다는 학부모 권모 씨는 "술을 파는 포장마차까지 들어와 있다. 지난달 27일 밤에는 술을 마신 상춘객끼리 싸움도 하더라"면서 "면학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 교육단지 바로 옆에서 밤마다 술판이 벌어지는데 시가 내버려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권 씨는 "특히, 여자고교만 2곳이나 되는데, 여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할 때 취객이라도 만나면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지 않겠느냐"며 시에 철거를 요구했다.

시 당국도 '불법 영업'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창원시 성산구 건설과 관계자는 "구청으로서도 솔직히 골칫거리다"라며 "불법이라고 해도 규모가 커서 쉽게 철거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경원중학교∼창원여고 구간 인도에는 영업을 못하게 지도해 학생들 면학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의 철거 요구에 대해서는 "철거를 하려면 경찰 도움도 받아야 하고, 용역업체 직원 등 300명에 이르는 인원이 필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른바 '타협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모(39) 씨는 "진해에 가지 않아도 벚꽃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좋고, 애들도 군것질거리가 많으니 좋아하더라"면서 "노점을 진해군항제 풍물 장터처럼 시나 구청이 나서서 양성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다만, 면학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폴리텍Ⅶ대학 쪽에만 한정해 영업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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