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문화복지전문인력 김태영 씨

'문화복지전문인력?' 이름부터 생소하다. 다행히 문화와 복지가 만났다고 하니 별다른 거부감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체가 뭘까.

"문화복지전문인력은 문화혜택과 관련한 복지 서비스를 베푸는 사람을 말합니다."

궁금증에 곧바로 답해주는 한 사람. 남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나 그 일을 통해 기쁨을 얻는다는 그는 현재 도내에서 유일한 문화복지전문인력이다. 문화혜택이 지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길 원하는 아름다운 청년. '거제해금강테마박물관'에서 일하는 김태영(27) 씨다.

문화복지전문인력인 김태영 씨는 '착한 역사 선생님' 역할도 함께하고 있다.

태영 씨 말처럼 문화복지전문인력(문화복지전문인력 양성사업)이란 문화복지를 일반 국민과 사회적 취약계층에 서비스하고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 혹은 그 과정에 포함한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소외계층 문화서비스 증진을 위해 문화복지 사업 정보 제공과 홍보, 문화복지 수요 파악,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진행한다. 또 문화복지 관련 기관 네트워크 구축, 소외계층 문화·여가활동 실태조사 등을 담당한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복지사라는 제도를 정식으로 시행하기 이전에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 중인 일이라 아직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문화복지사를 양성하려는 노력과 그 필요성이 점차 커가는 만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태영 씨는 그런 속사정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다거나, 돈을 많이 받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문화복지전문인력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사실 태영 씨가 문화복지에 관심을 둔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문화복지 이전에 오로지 역사에만 관심이 있었던 태영 씨. 그 관심을 바탕으로 대학 전공 역시 '역사학'으로 정했다. 진로 선택에서도 역사는 늘 중심이었다. 그리하여 택한 길은 '학예사'. 다행히 졸업과 동시에 거제해금강테마박물관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몸은 힘들지 몰라도 일단 즐기면서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태영 씨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해왔다. 그러면서 그는 삶에서 문화·예술을 제대로 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갔다. 또 다문화 가정이나 사회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을 접하고 문화를 두루 전달·공유하는 일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태영 씨는 그 느낌을 단순히 속에만 담아두지 않았다. 그는 곧 '문화복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실 학예사는 관람객들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잖아요. 사람을 만나는 데는 수동적이라 볼 수 있죠. 저는 더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면서 역사와 미술,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리하여 지난 2012년 8월 태영 씨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문화복지전문인력을 충원한다는 소식에 곧바로 지원했다. 물론 학예사의 길도 팽개치지 않았다. 오히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경험하며 더 큰 효과를 기대했다. 결국 태영 씨 바람은 이뤄졌다. 태영 씨는 지난 12월까지 문화복지전문인력으로서 복지시설, 청소년기관, 문화의 집, 거제교육지원청 등 13개 기관·단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문화복지네트워크 구축과 무료 공연, 전시, 교육 등을 진행해왔다. 또 자발적으로 사회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해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전시·공연에 함께 참석하는 등 '착한 역사 선생님' 역할도 해왔다. 여기에 학예사로서 겪는 경험을 덧붙여 문화복지 증진에 힘을 실었다. 태영 씨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3월 그는 문화복지전문인력 양성사업에 다시 지원했고, 바람은 또 이뤄졌다. 즐기는 일과 도전하는 일. 두 가지 일을 모두 해내며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고픈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작년에 문화복지전문인력으로 일하면서 문화복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죠. 특히 문화나눔을 더 체계적이고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복지전문인력은 학예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는 제가 일하는 박물관도 변화시켰어요. 더는 수동적으로 문화복지 서비스를 전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더 적극적으로 지역민과 소통하는 박물관. 이는 문화복지전문인력으로 동시에 일했기에 가능했다고 봐요."

학예사 그리고 문화복지전문인력. 이름은 다를지 몰라도 태영 씨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점은 같다. 지역민들에게 바른 역사·문화를 전하고, 그들이 평등한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 꿈 많은 청년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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