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김해 장유면 유황오리궁

"5년 동안 연구·개발로 받은 특허만 6건에 개발비만 전부 7억 원입니다. 어떤 고기든 이 불판에 한 번 구워 먹으면요, 이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을 수밖에 없어요!"

자부심이 대단했다. 작은 키지만 자기 확신이 뚜렷한 강직한 성품이 온몸에서 흘러나왔다. 얼굴 생김새에서도 물불 가리지 않을 뚝심이 묻어나왔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 온 아내 역시 당최 성질을 못 당한다고 하소연이다. "뭔가 한 번 일을 하면 승부를 보지 않고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냥 제 하는 대로 놔둬야지 안 그러면 제가 더 피곤해 못 견딥니다."

이야기 주인공은 김해 장유계곡 변에 자리잡은 '유황오리궁' 대표 이병철 씨다. 식당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은 베테랑인 이 씨는 같은 식당업이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성공한다는 신념으로 많은 요리를 개발해 왔다. 특히 음식은 신선한 재료는 물론이거니와 음식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구성 요소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특허받은 불판 아래 숯을 넣고 오리고기를 구워먹는 유황오리 궁 대표메뉴 생청둥 참숯구이./박일호 기자

이런 삶의 자세 덕분에 한때 '황토오리구이'를 개발해 많은 손님을 모으는 등 작은 성공을 맛보기도 했다. 방송가에서도 특이하다며 소개하고자 찾아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병철 씨의 열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메뉴 구상에 골몰하던 어느 날, 문득 '오리는 왜 삼겹살처럼 숯불에 구워먹지 않을까' 의문이 생겼다.

곧장 스테인리스 불판 등을 활용해 오리를 구워봤다. 맛있게 구워질 리 없었다. 오리 고기는 특성상 구우면 기름이 많이 나오는 데다, 육즙이 빠지면 쉬이 말라버린다. 더욱이 불판에 고기가 자꾸 달라붙어 대다수 타버리고 말았다. 한데 이 단순했던 실험이 잠자던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때부터 불판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실험에 들어갔다. 스테인리스, 석쇠, 양철판 등 가릴 것 없었다. 다양한 금속 중에 눈에 든 것이 있었다. 바로 '무쇠'다. 어린 시절 무쇠 가마솥에 밥도 짓고 고기 굽던 생각이 스친 것이다. 실제 무쇠는 빨리 달궈지고 서서히 식는 성질이라 고기 굽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거다 싶어 소재를 무쇠로 정했지만, 다음엔 모양이 문제였다.

기름은 빠지고 육즙은 꽉 잡는 불판 개발에 5년간 온 힘을 쏟아 부은 이병철 씨./박일호 기자

오리 고기 특성에 따라 숯불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고, 육즙은 잘 잡아내야 했다. 기름이 잘 빠지는 것도 중요했다. 밤낮 가리지 않은 쉼없는 연구 끝에 숯불 직화 구멍과 기름 빠지는 홈을 약 6㎜ 간격으로 둔 무쇠 불판에서 고기가 가장 맛있게 구워진다는 것을 알아내고 시안을 만들었다.

연구는 불판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불판도 열이 닿는 이상 고기 수분을 빨리 빼앗아갔다. 이를 해결하려면 불판 아래 구이 장치 전반을 새로 개발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때 개발한 것이 원통형 구이장치다. 약 30㎝ 깊이 원통에 3㎝ 높이로 물을 자작하게 부은 다음, 이 위에 숯을 올리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가 만들어져 원통을 순환하고, 이 수증기가 불판까지 전달돼 고기가 쉬이 마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숙성시켜 숯불에 구운 청둥오리 고기는 부드러운 육질에 담백하고 고소한 맛, 은은한 참숯향 이 매력적이다./박일호 기자

'특허 불판'에 구운 오리 고기 맛은 어떨까. '그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정리하면 될 듯하다.

주력 메뉴인 생청둥 참숯구이를 맛봤다. 잘 손질돼 나온 고기는 청둥오리 검은 잔털이 그대로 박혀 있어 믿음을 준다. 여느 오리 고기와는 달리 진한 연분홍 빛을 띠는데 이는 숙성과정을 거친 덕분이다. "우리집에는 오리 숙성 전용 냉장고가 따로 있습니다. 이 안에 고기를 넣고 전부 24시간 숙성을 시킵니다. 처음에 영하 2도에서 10시간, 나머지는 제 방법대로 말이죠. 대부분 고기는 영하 2도에서 10시간 정도 숙성하면 맛이 좋아지는데 우리 집은 이를 더 극대화해 감칠맛을 더합니다."

또다른 주력메뉴 오리탕. 개운 한 맛이 일품./박일호 기자

이병철 씨 말대로 고기는 별다른 소금간을 하지 않았는데도 감칠맛이 돌았다. 처음에는 약간 짭조름하다 싶더니 몇번 입에서 구르니 이내 고소한 맛이 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이다. 여기에 마산 진동에서 들이는 은은한 참숯향이 더해지면서 뒷맛은 약간 구수하게 떨어졌다.

함께 나온 오리탕은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별다른 육수없이 무, 마늘, 양파, 콩나물 등 약간의 채소에 집오리 반 마리 분량 살코기만 넣고 푹 끓여내 맛을 낸다. 간은 소금 약간에 집에서 담근 재래 간장을 조금 넣어 맞춘다. 다른 집들이 뼈나 고춧가루 등으로 자극적인 맛을 내는 데 비추면 국물이 맑은 게 특징이다. 때문에 처음 봤을 때는 맛이 심심하지 않을까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 하지만 살집 두툼한 고기가 푸짐하게 든 시원하면서도 묵직한 국물 맛이 계속 숟가락을 부른다.

세 사람이 앉아도 넉넉한 길이의 식탁은 구이용 불판과 탕용 가스 버너가 함께 부착된 독특한 형태다. 한 상에서 두 가지 음식을 조리할 수 있어 두 메뉴를 모두 시켜놓고 각기 온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생오리 구이의 참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주저없이 찾아볼 만한 집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생청둥 참숯구이(700g) 3만 5000원 △생청둥 참숯구이(350g) 1만 7000원 △생오리 양념구이(700g) 3만 5000원 △생오리탕(700g) 3만 원 △생오리탕(350g) 1만 5000원.

◇위치: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800-15 장유폭포 입구. 055-312-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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