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포늪에 오시면] 철새 떠나기 전 마지막 먹이 활동 중

우포늪생태관에서는 3월부터 매월 2·4주마다 생태체험학습을 합니다. 식물 등 생태분야 박사나 10년 이상 현장 경험이 있는 강사들을 모셔서 우포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을 제공합니다. 프로그램으로는 우포의 식물과 곤충, 동물은 물론 학춤의 이해와 학춤체험, 그리고 식물 세밀화 그리기 등 생태나 문화 융합 생태체험학습이 있습니다. 오는 13일에는 식물 세밀화 그리기 체험학습이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오셔서 강사가 안내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면 될 것입니다. 생태에 대한 관심도 두시고 그림을 그리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인간들의 삶은 '주기와 받기'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디에나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생태로부터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지,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는 있는지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의 어떤 시인은 '아침산책'이라는 시에서 우리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새와 사슴 그리고 뱀의 '감사 표현'을 다음과 같이 나타냈습니다. 

아침산책

감사를 뜻하는 말들은 많다. 그저 속삭일 수밖에 없는 말들.

아니면 노래할 수밖에 없는 말들.

딱새는 울음으로 감사를 전한다.

뱀은 뱅글뱅글 돌고 비버는 연못 위에서 꼬리를 친다.

솔숲의 사슴은 발을 구른다.

황금방울새는 눈부시게 빛나며 날아오른다.

사람은, 가끔, 말러의 곡을 흥얼거린다. 아니면 떡갈나무 고목을 끌어안는다. 아니면 예쁜 연필과 노트를 꺼내 감동의 말들, 키스의 말들을 적는다. -메리 올리버-

아침마다 감사한 일 세 개를 쓰면 행복해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개라도 열심히 써 보고 싶습니다. 같이 해 보시겠습니까?

지난해 4월 생태체험에 나선 아이들이 우포늪을 관찰하고 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우포늪 인근에 거주하는 어떤 분은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나무는 사람에게는 산소를 주고 그늘이 되어주는 등 우리 인간에게 아낌없이 줍니다. 그분은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최근 우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포는 아름다운 곳이자, 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이며, 많은 생명의 삶을 윤택하게 해줍니다. 아주 고마운 존재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우포에 있는 무엇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4월 우포늪을 찾는 어떤 분은 말합니다. 우포의 4월은 볼만한 게 마땅히 없다고. 4월 우포는 겨울과 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때입니다. 우포늪생태관 쪽에서 우포늪 입구 쪽으로 가는 작은 언덕에 약초인 구기자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냥 스쳐가는 그 구기자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어느 선비가 길을 가는데 어린 여자가 노인 종아리를 때리는 기이한 모습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는데, 그 소녀가 "본래 내 아들인데 어미 말을 듣지 않고 구기자를 안 먹어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여 매질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선비는 기뻐하면서 고향에 돌아와 구기자를 꾸준히 복용해 오래오래 살았다는 이야기(스토리텔링)가 전해집니다. 이처럼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치는 한 포기 풀과 나무에도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포늪 물가를 지나치면서도 무심히 지나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산란기를 맞은 큰 잉어들이 우포늪 물가에서 '퍼덕'거리면서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오리들은 초콜릿 색깔의 생이가래를 먹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는 안전하고 먹을 것이 많은 우포가 좋은지 아직 떠나지 않고 유난히 독특한 노란빛의 부리를 열심히 저어가고 있습니다. 기러기 100여 마리도 먼 길을 떠나기 전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포늪 인근 주매리(主梅理) 주매마을(인불)에 심어놓은 매화의 꽃망울 따 지인들과 차도 마시고 매화를 주제로 '한시'도 읊으면서 즐거운 마음을 나누고자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미 꽃은 만개하려고 합니다. 우포늪의 많은 선버들 잎은 연두색 빛을 띠면서 봄을 알립니다. 버드나무 위 남생이무당벌레는 올해도 붉은색의 유충들을 보여줍니다.

오랜 겨울을 견뎌내고 마침내 찾아온 봄도 곧 지고 머지않아 초여름이 올 것 같습니다. 우포 인근 마을에 사셨던 청강(晴岡) 하재승(河在丞) 선생은 봄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다음과 같은 시조로 표현했습니다.

떠나가는 봄에게

나 혼자 봄을 보내니 근심이 가득하다

술을 눌려 부어 마음을 달래본다

화창한 봄기운 풍류를 어느 날에 같이 해 보겠나

들어보니 가는 길가에 꽃은 있어도 말이 없다 하고

돌아오는 기약을 나비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네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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