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100) 꽃은 왜 봄에 피는가?

화사한 꽃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꽃은 식물의 생존 전략에서 가장 원초적인 기관이라 볼 수 있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진해의 벚꽃 축제처럼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함이 아니라 수분(受粉, Pollination)을 위해서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들을 모으기 위함이다. 꽃이 피는 시기는 식물의 종이나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 봄에 꽃을 피우고 봄부터 가을까지 긴 시간 동안 열매가 발아를 위한 조건을 갖출 때까지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씨앗을 멀리멀리 퍼뜨리는 것이다.

자손의 번성을 위해서 씨앗을 퍼뜨리는 방식도 식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민들레씨앗처럼 깃털을 만들어 바람에 실어 보기내기도 하고,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도꼬마리 같은 경우는 동물의 털에 붙어서 멀리 이동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씨앗을 동물이 먹이자원으로 이용하여 멀리 보내는 방식이다. 새들이 열매를 맛있게 먹고 멀리 이동하여 배설을 하고 씨앗은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발아가 된다. 이렇듯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가 바로 꽃이다.

꿀벌 한 마리가 활짝 핀 벚꽃잎 사이를 오가며 꿀을 모으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식물에서 꽃이 피는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꽃이 너무 일찍 피면 서리를 맞아 제 기능을 할 수 없거나 기온이 낮아 곤충들이 활동을 못해서 수분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너무 늦게 핀다면 열매가 성숙할 시간이 부족하여 씨앗이 발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식물들이 꽃피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자손이 흥하느냐 망하느냐가 달렸다. 또한, 봄에 피는 꽃들은 일반적으로 일정한 저온상태를 거쳐야 한다. 겨울의 낮은 기온을 거쳐야 꽃을 피울 준비가 완성되는데, 식물 내에는 꽃이 피는 것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있어 평소에는 꽃피는 것을 막고 있다가 장기간의 저온상태를 거치면서 이 유전자의 활동이 약해져 봄에 꽃이 피는 것이다.

꽃피는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밤과 낮의 길이 변화, 식물의 성장 정도, 식물 호르몬의 개입, 주변 온도변화 등이다. 만일 꽃피는 시기가 일조량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매년 꽃이 피는 시기는 거의 일정해야 한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서 결정되니 봄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꽃이 당연히 펴야 한다. 그리고 꽃이 피는 시기가 기온에 따라서만 결정된다면 봄에 추위가 지속되면 꽃이 늦게 필 것이고, 반대로 봄 기온이 빠르게 올라간다면 빨리 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꽃피는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낮의 길이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보고가 많다. 미국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연구소의 Marcelo Yanovsky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CONSTANS라고 불리는 유전자의 단백질 농도와 일조량의 상관관계에 의해 개화가 결정된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최근 장일 식물(낮의 길이가 12시간 이상 길어지면 개화하는 식물)인 애기장대에서 '자이겐티아' 단백질이 낮의 길이변화를 감지하여 꽃피는 시기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간이 식물의 생활사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는 아직 먼 것 같다. 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벚꽃은 어떨까? 진해 벚꽃 축제를 준비하는 처지에서 벚나무가 낮의 길이에 의해서만 꽃피는 시기가 결정된다면 매년 유사한 날짜에 꽃이 필 것이기에 축제일을 결정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개화는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 올해는 벚꽃의 개화가 빨라졌다는 언론 보도가 많았다. 그래서 적어도 벚나무는 낮의 길이보다는 기후변화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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