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40) 남해 화훼농 은혜농원 김종문·광식 씨 부자

좋아하는 식물에 푹 빠져 즐겁게 일해 행복한 부자. 남해군 남해읍에서 화훼 농업을 하는 김종문(55) 씨와 아들 광식(32) 씨 이야기다. 아버지의 오랜 세월 노하우와 아들의 전문 지식은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며 '서두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작물을 키우고 있다.

은혜농원은 아버지 김종문 씨 농원이다. 광식 씨는 바로 옆에서 만년청원이라는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키우는 작물도 다르다. 은혜농원에서는 관음죽의 한 종류인 '남산금'을 키우고, 만년청원에서는 이름 그대로 '만년청'을 키운다.

남산금은 야자과의 식물로, 관음죽 중에서 잎에 무늬가 있는 품종의 한 종류이다. 난처럼 사무실에서 화분으로 키울 수도 있고, 땅에 심어 대형으로 키울 수도 있다.

'만년청'이라는 이름은 조금 생소하다. 만년청이란 백합목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로, 관상용으로 애용된다고 한다. 아버지가 반했던 만년청을 지금은 아들이 물려받아 재배하고 있다.

부인이 만년청을 그린 접시를 김광식 씨가 소개하고 있다.

◇아버지와 남산금 = 김종문 대표는 고교 졸업 당시 부친이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었다. 김 대표도 시설재배에 뛰어들었다. 1980년 무렵 국화를 키웠다.

"국화·장미·난 등 여러 가지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중간상인들의 '장난'이 심해 불합리했습니다. 과잉 생산 되기라도 하면 농민들의 교섭력은 떨어집니다. 고민 끝에 남이 하지 않는 색다른 것을 해보자 싶었습니다. 처음 시장 개척은 어려워도 개척하고 나면 유리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김 대표가 선택한 것은 관음죽 중 남산금이었다. 4000만 원으로 모종을 샀다. 8년쯤 전의 일이다.

"관음죽 다무늬종에 서황금·능금 등이 있는데, 이는 이미 기존 재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덜 알려진 남산금을 택했습니다. 남산금은 다른 품종에 비해 색깔이 훨씬 선명하고 화려해 대중화되면 시장 경쟁력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아버지 김종문(남해 은혜농원 대표) 씨와 아들 광식 씨가 만년청원 온실에서 만년청을 들고 있다.

생소한 남산금이었지만, 관음죽 재배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큰 실패를 겪지는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관련 문헌이 거의 없었지만, 일본에는 많은 자료가 있었다.

"오래전 대만에 남산금 6본이 있었는데, 일본인들이 보고는 그 생김새에 감탄해 3본을 가져가 번식시켰답니다. 후에 또 2본을 들여가 번식시켰죠. 그것이 이렇게 전해진 겁니다. 남산금은 화려한 무늬가 매력적입니다."

아들에게 번역하게 해 그 자료를 가지고 공부했다. 하지만 온도 관리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남산금은 18도 정도에 온도를 맞춰 놓으면 연중 생산이 가능하지만 유류비 때문에 그렇게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10~13도로 낮춰 저온 다습하면 병이 오기도 합니다.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산금은 모종을 키우면 1년 반~2년 후 자촉(새끼 촉)이 붙는다. 이 자촉에 뿌리가 세가닥 정도 나면 떼서 다시 분주(어린 모종)를 만든다. 2~3년 생 남산금은 축하화분으로 선호한다.

"보통 화훼는 소화분 위주로 많이 판매해 3~6개월이면 자금회전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는 3년 정도 있어야 돈이 되죠. 미친 사람 아니면 이걸 안 한다고 하더군요. 그동안은 번식에 중점을 뒀고, 올해부터 판매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만년청 열매.

김 대표는 현재 3000㎡(900평) 남산금 유리온실에서 큰 것 3500분(화분), 작은 것 8000분을 키우고 있다.

김 대표는 주로 도매상과 거래하고 있다. 개인 꽃집과 소규모 거래하기에는 물류비 때문에 단가를 맞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아들 광식 씨는 1년에 택배비만 500만 원 정도 들 정도로 인터넷 거래가 활발하다.

김 대표는 향후 인터넷 판매를 위해 남산금을 소품화해 내놓을 계획도 하고 있다.

◇아들과 만년청 = 1985년 만년청을 알게 된 김 대표는 기본 품종으로 재배를 시작했다.

"잘 안 죽고, 잘 자라고, 국내에 잘 없고. 만년청과 남산금 둘다 재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경상대 원예학과에 입학한 아들에게 만년청 1만 본(촉)을 줄테니 한번 키워보겠느냐 했더니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2001년 대학에 입학한 광식 씨는 학교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방사선 육종 등 여러 가지 실험도 하며 기술을 쌓았다. 만년청을 재배한 것은 2004년 무렵부터.

모종 구입에 자금을 모두 투자했다. 들여온 모종으로 번식에 매달렸다.

"만년청이 국내에서 비싸게 팔리긴 했지만, 팔고 나면 또 모종을 비싼 값에 들여와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판매보다는 번식에 집중했습니다."

광식 씨는 2007년쯤 'KRA(한국마사회)와 함께하는 농촌희망재단'의 만년청 재배로 농업 아이템 창업 경진대회에서 1등 했다. 학교의 누리사업 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서도 1등을 하기도 했다.

"만년청은 재밌습니다. 아버지가 내게 물려줬던 것처럼 나도 나이가 들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원예를 전공하면서 여러 가지 식물을 다뤘는데, 그 중 최고의 식물이 만년청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년청은 씨로 번식하기도 하고 어린 촉을 옮겨 심는 분주를 하기도 한다.

광식 씨의 만년청원 비닐온실 2000㎡(600평)에는 2만 본의 만년청이 자라고 있다.

광식 씨는 만년청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만년청 사랑회' 전시회에서 만년청을 대거 선보였다. 또 올 초 고양 꽃 박람회에서 대관 전시를 하기도 했다.

"시장이 크려면 만년청을 홍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8년째 무료로 만년청 씨앗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취미로 키우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씨앗을 나눠받은 사람이 간혹 싹이 났다, 얼마만큼 자랐다 하는 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광식 씨는 농장에 따로 간판을 달지 않았다. 만년청원(www.omoto.co.kr)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주력하고 있다.

광식 씨는 "일본 한국 만년청은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습니다. 앞으로 개선·발전시켜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중국 수출까지 하고 싶습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아내들 이야기 = "팔리면 돈이 들어와서 좋고, 안 팔리면 번식해서 좋고"라며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웃음을 연방 지었다.

이처럼 "결코 조급증 내지 않고 식물을 키우고 있다"는 김 대표 부자를 아내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 대표는 "아내(김점숙·55)가 남산금 키우는 것을 많이 반대한다"고 역시 웃으며 말했다.

"아내가 꽃집을 운영하는 덕분에 먹고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행복은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오는 게 아니라 꾸준히 하다보면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재밌어요. 행복합니다. 허허."

광식 씨는 "아내(배기연·31)와 타협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만년청을 키우고 미술을 전공한 아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의 일을 결합하기도 합니다. 만년청 화분에 차별화를 위해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는데, 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것을 그리고, 아내는 전통 문양 등을 화분에 그립니다. 또 아내는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데, 만년청을 그려 넣어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합니다." 

<추천 이유>

◇이상현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화훼전문가 = 남해 은혜농원 김종문 대표는 30여 년 팔손이, 관음죽(남산금), 만년청 등 관엽식물 0.3ha를 시설온실에서 끊임없이 재배하면서 새로운 재배기술을 현장에 접목하고 시장개척에도 적극 힘쓰는 선도농가입니다. 특히 경상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아들에게 만년청 재배를 맡겨 부자가 같이 아조돌연변이종을 선발해 유전자원 보존에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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