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현수·김유진 커플

김현수(29)·김유진(28) 커플은 4년 전 기억을 떠올려본다.

여자는 20대 초반까지 창원에서 지냈다. 2008년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줄곧 함께한 부모님 품에서 이제 벗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지할 데 없는 서울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외로움이 점점 쌓여갈 때쯤이었다. 2009년 4월 어느 날, 한 여자후배가 술 한 잔 하러 나오라고 했다. 집에서 입던 복장을 하고 편하게 나갔다. 그런데 친구만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여자후배의 남자친구,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자가 있었다.

여자후배 커플이 자기들끼리 놀기 심심하니, 각자 한 명씩 부른 자리였다.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얌전 떨지 않고 평소대로 사투리도 편하게 쓰며 그 자리에 녹아들었다.

여자는 자기보다 한 살 많은 남자가 듬직하게 다가왔다. 순하면서 말도 잘한다고 느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타지 생활에 지쳐있는 여자를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투리 쓰는 모습도 귀여웠다.

둘은 그 자리에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한 달 후 연인 모드에 접어들었다.

   

여자는 남자 집에 곧잘 발걸음 했다. 그러면 남자 부모님은 "우리 며느리 하면 참 좋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남자도 창원까지 와 여자 부모님께 인사 드렸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만 보던 여자 부모님은 싹싹하고 애교도 있는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레 결혼 얘기가 나왔다.

둘은 아직 정식 부부는 아니다. 5월 19일 결혼하는 예비부부다. 결혼 준비는 다 끝냈고, 웨딩촬영도 마쳤다.

여자는 남자의 정식 프러포즈를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이벤트 관련 학과를 나온 후 관련 업종에서 일한다.

너무 기대했다간 실망할 수도 있기에 마음을 비웠다고는 말하지만, 그래도 기대감이 큰 건 사실이다.

둘은 가끔 서로의 단점에 대해 말한다. 먼저 여자가 말한다.

"오빠는 되고, 저는 안 되는 게 너무 많아요. 오빠는 친구랑 늦게까지 술 먹고 놀면서, 저 보고는 무조건 일찍 들어가래요. 불공평하지 않나요?"

남자는 인정하면서도 '여자를 위함'이라는 점도 강조해 본다. 그러면서 살짝 역공을 한다.

"눈물도 많고 마음이 너무 여려요. 좀 더 강한 여자였으면 해요."

그러자 여자가 다시 되받는다.

"서울-창원 오갈 때 주로 고속버스를 이용해요. 그러면 오빠는 버스 옆 자리 앉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꼭 확인을 해요. 다른 남자는 쳐다보지도 말래요. 그래서 가끔은 나를 못 믿는 건 아닌지 좀 서운할 때도 있어요."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듯하면서도 둘은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니, 다툴 일이 없던데요?"

지난 시간에서 딱 한번 위기가 있기는 했다. 여자가 서울 생활에 지쳐 고향 창원으로 짐을 싸려 했던 때다.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서 창원으로 다시 돌아가려 했죠. 오빠가 처음에는 '가려면 가라'고 했지만, 결국 저를 붙잡았죠. 그때 잡지 않았으면 헤어졌을지도 몰라요. 그때 이후로 오빠가 더 든든하게 느껴져요."

여자는 남자를 바라보며 이렇게 덧붙인다.

"제가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친구이자 애인이자 아빠 같은 사람이에요."

유독 외로움 많이 타는 여자는 누군가 옆에 있어주길 원했고, 때마침 이 남자가 나타났다. 여자를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이 남자는 지금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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