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맛 읽기]식당들이 맛집 섭외에 응하지 않는 이유

이번 주부터 18면 '맛 섹션'에 새 코너 '까칠한 맛읽기'와 '맛집을 거부한 맛집들'을 월 1회(매월 말) 연재합니다. 음식(문화)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와 이슈를 '까칠한 시각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트루맛쇼〉를 기억하는가. 방송계와 전파를 타는 맛집들 사이에 놓인 부적절한 돈 거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진실해야 할 언론이 기본적 도의를 지키지 않고 시청자와 국민들 신뢰를 저버렸다는 배신감이 컸다.

배신감은 비단 일반 국민만이 가진 것이 아니다. 언제든 맛집으로 '포장'될 수 있는 식당 영업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경남도민일보〉는 좋은 정보는 나눠야 한다는 지극히 순수한 이유로 매주 수요일 자 18면에 '경남 맛집'을 싣고 있다. 취재 시에는 주문한 모든 음식값을 정당하게 지불한다. 하지만 음식점에 취재 요청을 했을 때 대뜸 돌아오는 말은 십중팔구 이렇다. "이거하면 돈 달라는 거 아닙니까?"

기자 입장에선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선의를 설명하고 또 해도 깊히 박힌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는 때가 더 많다.

식당 영업주들의 미디어에 대한 강한 불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모두 〈트루맛쇼〉가 보여준 현실처럼 미디어들의 비윤리적인 처신이 만들어 낸 불신이다.

지난 2001년 언론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은 일부 스포츠신문이 맛집 소개를 해 주는 대가로 식당들로부터 적게는 10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300만 원까지 돈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위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습니다.

〈스포츠조선〉 기사는 컨설팅업체 '맛깔컨설팅'이 정리해주는 정보를 토대로 작성됐는데, 이 경우 업체는 기사가 게재되는 것 외에 '스포츠조선 선정 맛깔음식점'이라는 간판과 현수막, 기사가 새겨진 동판을 제공받았다. 그 대가로 업체가 부담한 비용은 200만 원이었으며, 〈스포츠조선〉은 120만 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서울〉은 본사 사업국이 '맛집멋집' 선정 사업을 펼쳤다. 지역별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선정위원단을 두고 이들이 맛집을 정하면, 선정 업체에 외부간판, 내부명패, 현수막, 광고특집면 기사 게재를 대가로 130만 원가량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사를 써주거나 빼는 대가로 받은 돈은 '뇌물'로서 범죄 행위에 속한다.

지난 2011년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이라는 정체가 모호한 언론 단체는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맛집 기사를 핑계로 〈세계테마기행 유럽편 Ⅰ, Ⅱ〉라는 이름의 전집을 지면에 맛집으로 소개된 집 주인들에게 팔아 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위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습니다.

연맹 측은 〈경남도민일보〉를 사칭해 "신문에 난 뒤 효과는 좀 있느냐?", "우리 기자들이 낸 책이 있는데 한 권 사주면 좋겠다"며 주인들을 구슬렸고, 맛집 주인은 〈경남도민일보〉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서슴없이 돈을 송금했다고 한다. 이들은 맛집뿐만 아니라 경남도의원들을 상대로 같은 수법의 사기행각을 벌이다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언론만 문제가 아니다. 1인 미디어라 할 수 있는 블로그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다.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은 "언제부턴가 블로그, 특히 맛집 블로그는 '동네북' 혹은 '사회적 병폐'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가보지 않은 식당인데도 '알바비' 몇만 원 받고 그럴듯한 포스팅을 써주는 건 딱히 문제도 아니다"고 꼬집는다.

그는 "요즘에는 각종 오픈행사나 프로모션에 초청 받은 사실을 은근히 떠벌리거나 또는 외식업체 관계자(업주, 유명 셰프)와 친분을 강조해 인연 맺은 특정 업체를 포스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 혹은 언급한다"면서 "이런 식의 포스팅은 그 은밀함과 해당 블로그의 영향력이 결합되면서 나름 괜찮은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위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습니다.

이는 블로거 개인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블로거를 이용해 홍보 효과를 누리려는 식당 주인들과 커넥션이 심각함을 증언한다.

'맛있는 블로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블로거 '모르겐'은 이러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블로그 이름 탓에 한 음식점에서 '개업했는데 음식의 맛을 평가해 줄 수 있느냐', '10만 원을 줄테니 맛집으로 소개해 줄 수 있냐'식으로 섭외가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들 업체는 꼭 명함을 넣어달라고 하는데, 이는 네티즌들을 속이기 위함이 아니라 거짓 후기를 이용해 체인점을 유치하려는 속셈이다. 결국 비양심 블로거들이 쓴 거짓 후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망할 수밖에 없는 창업을 하게 된다."

블로거들의 비양심적인 후기가 비단 식당 주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근래 20년 사이 미디어는 빅뱅의 시기를 맞았다. 인터넷과 모바일 발달에 따른 온·오프라인 매체 간 경쟁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정보의 대홍수가 벌어진 사이 이 틈새를 비집고 블로거 같은 1인 미디어 또한 등장했다. 미디어의 무한 팽창과 오로지 수익을 얻기 위해 펼치는 이들의 무한경쟁이 결국 애꿋은 자영업자들에게 본의 아닌 피해를 입히고 있는 셈이다.

담당 기자로서 음식점 업주들의 '맛집 섭외' 거부가 힘겹고 억울하긴 하지만, 그것을 또 이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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