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조용주 양산시 건축지도담당

"건축공무원은 어떤 공무원보다 현장이 중요합니다."

그 현장에서 민원해결의 답을 구하고 우수지자체 선정과 공무원 유공표창의 성과를 일궈낸, 한마디로 간판 하나로 큰 일을 낸 양산시 건축과 조용주(46) 건축지도담당.

조 담당은 지난해 양산시가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양산시 구도심의 심장인 중부동 삼일로 간판정비시범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개시 거의 1년만인 지난 2월께 사업을 완료한 중부동 삼일로 간판정비시범사업은 지금의 깔끔하고 수려한 도시경관과는 달리 사업 과정에서는 힘들고 아프기까지한 뒷이야기가 있는 '건축학 개론'이기도 하다.

   

당시 건축과 도시디자인 담당으로 간판정비사업을 맡게 된 조 담당은 대학에서 전공한 건축학을 살려 의욕적으로 일에 매진했다.

조 담당은 "이번 간판시범사업은 양산신도시 조성으로 상대적으로 상권 등이 열악해져 가는 양산 구도심의 심장을 살려내는 일이어서 어깨가 무거웠다"며 당시를 술회했다.

양산시는 사업추진 전인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행정안전부에 국비를 따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국비 1억 3100만 원과 시비 3억 6900만 원 등 총사업비 5억여 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

조 담당은 전투에 나설 탄환(예산)이 준비되자 본격적으로 상인들과 접촉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부터 삼일로 변 112개소에 달하는 상가 상인을 모아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개별 업소를 직접 찾아가 간판정비시범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광고물, 시각디자인 전공 대학교수 3명과 시의원 2명, 상인대표 5명, 원도심 활성화 추진위원장, 공무원 등 총 12명으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주민과 소통에 노력했다.

시범사업이라 상인들이 부담할 돈은 없으나 건물전체를 가릴 듯 커다란 간판을 내걸었던 상인들은 조 담당이 제시한 작은 간판에 고개를 내젓는 등 간판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조 담당은 "태양열이 이글거리는 거리로 뛰쳐나가 상가를 일일이 찾아가 설득했던 때를 지금 생각하면 힘이 들었다기보다는 공무원으로서 최고 보람이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며 당시를 술회했다.

또 "상인들에게 개별 상가간판의 크기, 새로 단장될 간판의 모습을 시뮬레이션 해주는 등 주요 공정별 진행사항 설명과 간판디자인 자문을 해주고 저녁 늦게 상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새 간판으로 꿈꾸던 삼일로의 미래를 얘기했던 그 때가 그립기도 하다"고 덧붙엿다.

하지만, 상인 한 명 한 명을 설득해나가는 일의 성취 보람과는 달리 다른 한편에서는 엄청난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시공업체로 선정된 회사가 내부사정으로 사업을 중도 포기하는 복병을 만나게 된다. 사업 지연 사태가 상인들에게 알려지면서 일부 상인의 이탈 조짐과 함께 자신도 압박감에 시달렸다.

의령이 고향인 조 담당은 경남도 7급 건축직 공채에 합격해 1993년 12월 27일자로 양산시에 발령을 받은 지 보름여만(1994년 1월)에 겪었던 양산시 동면 동산초등학교 뒤 대원아파트 공사현장 대집행 사건을 상기하며 이 사태의 해결에 힘을 얻었다.

당시 양산시의 공사중지 지시에도 무자격 시공업체가 계속 공사를 진행하자 결국 대집행에 나서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공무원 3명이 부상하고 노동자 6명이 구속되는 엄청난 일을 겪었다.

조 담당은 "공직 입문 보름만에 폭력 사태와 동료들의 부상 등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공직을 그만두려 했다"며 "20여년 공직생활 동안 힘들 때마다 당시 일을 되돌아보면서 이겨내곤 했다"고 말했다.

조 담당은 전화도 받지 않고 피하는 업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온갖 방법으로 직접 만나는 등 특유의 끈질긴 근성과 기지를 발휘해 우여곡절 끝에 시공업체와 계약해지를 이끌어 냈다.

지난해 12월말 보증사로부터 보증금을 받아낸 뒤 계약 해지된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었던 2개 업체와 제안공모를 통한 재계약을 하면서 2개월여만에 극적으로 사업을 완수해내는 성과를 일궈냈다.

조 담당은 이번 삼일로 간판정비시범사업으로 2012년 행정안전부 주관 옥외광고업무 평가에서 우수지자체로 선정돼 기관표창을 받았으며 자신도 공무원 유공표창을 받는 등 간판 하나로 상복에다 도시미관 정비,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와 성과를 일궈 냈다.

조 담당은 양산신도시 조성 등 개발붐으로 자신이 허가를 내준 아파트만 4000여 가구이며, 자신의 손을 거쳐간 공공시설도 양산시립도서관과 체육관 등 70여개에 달하는 등 양산시 건축과에서 잔뼈가 굵은 건축행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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