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99)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

자연 속에서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하기 마련이다.

자연선택은 진화론을 완성한 찰스 다윈(1809~1882)이 처음 제기하였다. 자연선택과 유사한 용어가 바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다. 이 용어는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1820~1903)가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인간들의 사회적 생존경쟁의 원리를 함축시킨 사회·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후 찰스 다윈이 생물체나 집단의 다양한 환경 적응력을 가미하여 진화론 영역의 과학 용어로 발전시키면서 오히려 생태학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적자생존'이 처음에 사회학적 용어에서 출발해서인지 모르지만 우리들은 일상에 이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일까?

드넓은 사바나의 배고픈 사자와 얼룩말을 상상해 보자. 사자는 특유의 은폐 능력으로 얼룩말을 지켜보고 있다. 은폐 위치도 중요한데, 얼룩말이 자신의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바람을 마주할 수 있는 위치를 잡는다. 얼룩말도 포식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사자는 끈질기게 기회를 엿보다가 결국 공격의 기회를 잡는다. 짧은 순간에 사냥에 성공한 사자는 허기진 배를 채운다. 이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우리는 "저게 바로 야생의 적자생존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적자생존과 거리가 멀다. 사자는 살기 위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끈질긴 인내심을 발휘하여 먹잇감을 잡았을 뿐이다. 사자들의 행동은 생존을 위한 일상에 불과한 것이다.

우포늪에 나타난 청둥오리 암컷과 수컷. /이찬우

그렇다면 적자생존은 무엇일까? 찰스 다윈은 1872년 "개체의 유리한 차이와 변이의 보존, 해로운 차이와 변이의 파괴를 나는 자연선택 또는 적자생존이라 해 왔다"고 썼다. 다윈은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을 근본적으로 같은 용어로 해석했던 것이다.

즉 두 용어 모두 어떤 집단에서 주변 환경과 잘 맞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으나 그렇지 못한 개체는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적자생존은 동일한 종 내에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래서 강력한 힘을 가진 포식자가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것과는 별개이며 가장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번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자생존의 예를 들어보자. 이제 새들이 번식기에 접어드는 시기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청둥오리는 암컷과 수컷은 외형이 큰 차이를 보인다.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화려한 유전자를 선택하였고, 암컷은 포식자의 눈을 피해서 알을 낳고 품기 위해서 은폐가 용이한 유전자를 선택하였다.

세계적으로 번성하고 있는 청둥오리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공적으로 환경에 적응하였다. 즉 진화 과정을 통해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살아 남았다. 이것이 바로 '적자생존'이다.

   

스펜서나 다윈이 사용한 적자생존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잔인한 싸움을 묘사하지 않았다. 원시 생물부터 진화된 생물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가장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적응을 잘 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용어이다.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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