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교육계에도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 정권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5년까지 스마트 교육 환경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의 학교에서 스마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몇몇 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인 스마트 교육이 자리를 잡으면 분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칠판, 디지털 교과서, 그리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교과 수업 등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수업이 펼쳐질 것이다.

기존 종이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습 환경에서는 인쇄 매체의 한계 때문에,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학습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가 어려웠다. 이제 개인의 수준과 적성을 고려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 지도가 가능해질 것이다. 시공간의 구애 없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 맞춤형 교육의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사회 변화와 함께 교육환경이 진화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선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걱정도 든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스마트 기기에 열광하는 아이들에게 수업 매체의 변화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일시적으로는 학습에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양한 자극으로 오히려 집중력이 분산될 수도 있다. 시각화된 역동적인 미디어에만 길들여진 학생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고를 굳이 할 필요가 없어진다. 사고의 패턴이 수동적인 것에 익숙해질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디지털 매체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는 학습의 도구로서 매력만큼이나 커다란 함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자신을 제어하거나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에게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중·고등 학생들에게도 스마트 기기는 오히려 괴로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여전히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학교 폭력이나 교권 하락, 입시중심 교육, 인성 교육의 부재와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입시 준비기관으로 전락한 학교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스마트 교육을 외친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학습 도구의 진보는 있을지 모르나 교육의 진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정주(김해분성여고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