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쓰러트린 핀만큼 날려버린 스트레스

[공간&공감]볼링장

이창언 기자 netmaster3@idomin.com 2013년 03월 26일 화요일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힘찬 외침이 허공을 맴돈다. 굴러가는 공을 보며 몸을 이리저리 꼬아도 본다. 하지만, 한 번 손을 떠난 공 방향이 갑자기 바뀔 일은 없다. 빠른 속도로 굴러가던 공은 제 짝과 만나지 못하고 이내 거터(레인 양옆 바닥이 둥근 좁은 홈)로 빠진다. 흔히 말하는 '똥통'으로 향한 공. 자세 하나만큼은 프로 선수 못지않았던 한 남성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뒤돌아선다. 상대편으로 보이는 무리는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같은 편 무리는 핀잔 주기에 바쁘다. 아직 승리를 장담할 순 없지만 흐름은 분명히 달라졌다. 이 흐름을 깨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역시 '한 방'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대표적인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은 볼링. 그 때문에 이름난 볼링장에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볼링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저녁이면 빈 레인 없이 꽉 찬다. 정기적으로 찾아 화려한 실력을 뽐내고 가는 볼링 동호회는 물론, 하루 업무를 끝내고 온 회사원, 학생, 적당히 취기가 오른 청년들도 볼 수 있다. 혼자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온다. 차례차례 번갈아 가며 치는 게임 규칙은 묘한 경쟁심을 불러오기에 좋다. 또 중간 중간 쉬어갈 수도 있어 여럿이 함께 즐길 때 재미도 배가된다.

   

너나 할 것 없이 한 핀 한 핀 정성 들여 쓰러트린다. 상대편 점수와 우리 편 점수를 비교해가며 웃고 떠드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리고 계산은 자연스럽게 진 팀 몫이다.

"행님, 아까 그걸 그렇게 날리면 어떡합니까?"

"내 손이 이상한 건지, 발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네. 일단 돈이나 보태."

하지만, 게임에서 패했다고 누구 하나 울상짓지 않는다. 계산대 앞에서 오가는 승강이도 정겹고, '수고했다'며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가는 상대편의 손도 얄밉지 않다. 오늘 쓰러트린 핀만큼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듯한 사람들은 웃으며 볼링장을 떠난다.

'다라락'.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수들은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는 그것. 볼링장 최고 명예인 '스트라이크'다. 사람에 따라 한 게임에 몇 번씩 나오는 스트라이크이지만 그 짜릿함은 한결같다. 게다가 탁 트인 볼링장에서 스트라이크만큼 시선을 모으는 일도 없다. 널찍한 전자 스코어판에 나오는 축하 문자도 '으쓱함'을 북돋는 유용한 장치다.

곁눈질로 옆 레인을 지켜보던 한 남자는 남몰래 동작을 흉내 내본다. 분명히 동작은 비슷한데 굴러가는 공 모양새는 어쩜 저리 다른지. 알다가도 모를 일에 애꿎은 공만 다시 닦는다.

다른 레인에서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남녀가 짝을 지어 핀 넘기기에 바쁘다. 이른바 '커플 대항전'이 벌어진 것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일일 코치가 되어 공을 보낼 방향과 자세 등을 알려준다. 여자는 좋은 솜씨로 미처 못 딴 점수를 만회한다. 함께 손뼉을 치고,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하는 커플. 상대편 남자는 못내 아쉬워하다 비장한 표정으로 레인 앞에 선다. 주어진 기회는 두 번.

"스페어라도 쳐보자!"

막 손을 떠난 공에 따라 지갑 무게도 달라질 것이다.

안내데스크 옆에 마련한 대기석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가량 기다려야 하지만,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다. 몇몇은 다른 게임을 구경하고, 몇몇은 손목과 팔을 돌려가며 몸을 푼다. 물론, 입도 쉴 틈이 없다. 본 게임에 앞서 기선제압은 필수다.

"오늘 몸이 좀 가벼운데?"

"나도 팔이 쑥쑥 올라간다."

그 사이 안내데스크에 비치한 손톱깎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손을 주로 사용하는 운동이라 손톱이 부러지는 부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사전 기선제압도 확실히 해 두었다면 레인 앞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창언 기자

    • 이창언 기자
  • 현재 편집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