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창원 남천서 분변·발자국 등 수달 서식 흔적 발견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도심에는 크고 작은 하천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하천은 도시의 토지이용을 높이기 위해 구불구불했을 원래 모습은 사라지고 직선으로 변형되었다. 반듯하게 다져진 주변의 땅에는 차도와 인도가 평행선을 달리고 높고 낮은 건물들이 솟아 있다. 그것들에 가려져 도심 수변공간의 존재감은 이미 잊힌 지 오래다.

하천에는 우수관을 따라 흘러들어온 맑은 물이 흘러야 한다. 하지만 도심하천에는 생활하수는 말할 것도 없고 길거리의 비점오염원과 때론 유해물질이 포함된 공장폐수가 흐르고 전정 후 버려진 길거리의 나뭇가지와 쓰레기들로 뒤엉켜 있다.

그래서 하천의 건강성 평가는 도시의 건강 정도를 나타낸다. 하천의 수질과 식생, 하천구조를 들여다보면 그 도시의 환경정책과 녹색정책, 시민의식과 삶의 질까지 평가 가능하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의 수달도시탐사대는 지난 23일 창원 남천의 성산교와 토월교 일대 수달과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아나섰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아이들이 하천에서 흥미롭게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아보고 있다.

◇각종 개발로 몸살 앓는 하천 = 창원의 지방하천은 2007년부터 계속 '공사 중'이다. 생태하천복원사업, 하천환경정비사업,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등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살벌하다. 환경부와 국토부의 하천정책과 물관리 정책의 변화에 따라 흡사 구거 형태의 콘크리트 박스형에서 조경석 바닥으로, 바닥 분수를 뜯어내고 낙하·음악·터널·벽천 분수로 치장하려 한다. 에너지와 유지 관리 예산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치수와 이용 중심의 하천정책은 반성이란 이름으로 하천 수생태계 중심으로 가더니 어느덧 더욱 치명적인 인간 중심의 '하천 꾸미기'로 바뀌었다. 정책의 변화라기보다는 또다른 개발사업을 생산하기 위한 변명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하천 양안에 공장이 즐비한 남천은 과거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운영 과정에서 심각한 오염을 앓던 곳이었다. 남천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란 속에서 다른 도시하천과 달리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오·폐수 관리 노력과 정화 활동도 한몫했지만 그 근간은 하폭이 넓고 유량이 많은 생태적 특성 때문이었다. 하천 생태계는 스스로를 유지하고 있다. 때론 하천사업의 결과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해하지 마!"라고 전하고 싶다. 원천은 자연의 힘이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의 '수달도시탐사대(봉암갯벌 시민모니터)'는 3월 23일 창원 남천의 성산교에서 토월교까지 하천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인 수달과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수달도시탐사대의 조사 목적은 남천 발원지인 성수원에서 봉암갯벌까지 수달의 흔적을 찾아 수달 지도를 그려 도심 속 야생동물을 연구하고 보전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다.

남천 하류에 사는 수달의 존재는 이미 홍수기 어미를 잃은 수달 새끼를 구조하거나 해안로에서 로드킬 된 수달 사체에 대한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또한 선행되었던 가음정천 하천모니터링을 통해 남천 합류부에서 수달의 분변이 확인된 바 있고 봉암갯벌 시민모니터링 결과 봉암갯벌까지 먹이를 찾아온 수달의 발자국이 갯벌 한가운데에서 발견되었다.

모래톱 위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수달의 발자국. /이보경

이번 남천 조사에서는 수달의 분변과 그 주위에 찍힌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어 하천을 따라 먹이활동을 하는 수달의 서식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번에 찾은 발자국은 모래톱 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 봄비가 내린 3월 19일 이후에 찍힌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들은 바위에 남아 있는 비릿한 수달 똥의 냄새를 맡고 발자국의 길이를 재었다. 빙 둘러 앉아 수달 똥에 들어 있는 뼈와 비늘을 골라내며 수달의 먹이가 된 남천에 살고 있는 수많은 물고기를 상상했다.

바위에 남아있던 수달의 똥.

◇하천, 이젠 야생동물에 양보하자 = 흥미로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2007년 민관협력에 의한 생태하천복원사업이란 허울아래 남천의 하천 바닥이 포클레인으로 뒤집혀지던 날, 협치의 오류를 절감하며 애통해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천에 깔려 있던 돌과 함께 물고기가 사라졌고 모래톱이 사라지고 흰목물떼새도 날아가 버렸었다. 이유도 모른 채 터전을 잃고 지천을 따라 피신했을 생명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획일적인 공사와 관리로 아직은 숨을 만한 덤불이 마땅치 않지만 장비의 굉음과 포악질이 사라진 하천에 다시 돌아와 먹이활동을 했을 수달과 고라니가 반갑기만 하다.

아웃도어 매출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특성이라도 반영하듯 하천 사업의 대부분이 하천 둔치를 인근 주민들이 운동삼아 다닐 수 있는 산책로나 인도로 내어주려고 하고 있다.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주차장과 복개천을 걷어내고 경계석과 고형재를 바르겠다고 한다. 도로와 녹지의 문제를 하천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젠 야생동물들에게 양보하자. 요란한 조명과 음악, 저급한 조형물로 치장된 하천, 사람들의 통행로가 아닌 은은한 물의 흐름이 있고 생명이 있는 고품격의 하천에서 평화와 창의력을 찾아보자.

/이보경(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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