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관객·작가·지역과 소통하는 문화허브로

경남예술창작센터가 최근 제2기 입주 작가를 모집했다. 약 2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주인공은 총 6명. 김소영, 백장미, 유싸무(본명 유상훈), 이칠효, 정상섭, 정운식 작가다. 이 중 절반은 경남 출신이며 연령층은 20~40대다.

지난 15일 경남예술창작센터 입주 작가 소개 전시와 전문가 비평 매칭 프로그램에서 만난 그들의 눈빛은 긴장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인 동시에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했기 때문. 작가는 한 사람당 약 15분 정도 작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비평가 세 명으로부터 작품에 대한 평과 조언을 들었다.

그들은 어떤 작업을 해왔으며 경남창작센터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입주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남예술창작센터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경남예술창작센터란 = 경남문화재단은 도비 4억 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초 산청군 생초면 평촌리 662(옛 고읍초등학교)에 경남예술창작센터를 마련했다. 고읍초등학교는 몇 년 전 박찬갑 전 숭실대 교수의 창작스튜디오로 사용됐으며 산청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도 열렸던 곳이다.

경남문화재단이 경남예술창작센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경남문화재단 관계자는 "경남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재단은 신진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6개월 동안 '작업실', '창작지원금(1인당 180만 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입주 작가는 이러한 혜택을 받기 위해 한 달에 10일 이상(총 80시간) 실제 창작센터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제2기 입주 작가는 = 2기 입주 작가 6명 중 백장미·정운식은 제1기 입주 작가다.

작가들은 경남예술창작센터의 문을 두드린 이유로 '작가와 교류'와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등을 꼽았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소영 작가는 부산 등지에서 대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것을 뛰어넘어 경험하게 한다. 그의 작품 '수다쟁이'는 인형을 나무에 매달아 관람객이 보고 그 사이를 지나가거나 만질 수 있게 했다.

백장미 작가는 너무 쉽고 빠르게 변해 가는 우리 주변의 상황을 '일회용 빨대'로 비유, 그것을 쌓아올리는 작업을 한다. 대구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가명이 독특한 유싸무(본명 유상훈) 작가는 원래 공대생이었다. 남들보다 늦게 미술에 발을 디뎠으며 미국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자료를 조합하고 편집해 그것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산청 출신인 이칠효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과거 데칼코마니(종이 위에 물감을 바르고 종이를 접었다 펴거나 다른 종이를 붙였다 떼는 기법)를 이용한 회화 작업을 했으며, 현재는 디지털화된 현시대에서 회화의 존재 이유에 대해 여러모로 모색하고 있다.

정상섭·정운식 작가는 경상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정상섭 작가는 지난해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작업의 정석' 전시에 참여하는 등 경남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보이지 않는 이념과 기호, 규범, 관습 등을 찾아, 그 속에서 길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정운식 작가는 슈퍼맨, 배트맨 등 일차원 이미지를 삼차원 이미지로 만드는 입체 작업을 한다.

◇미래의 경남예술창작센터는 = 과거 창작센터가 안정적인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데 치중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비평가 매칭, 국제 교류 등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입주 기간 동안 작품활동은 물론, 창작센터에서 운영하는 오픈스튜디오, 지역연계 교육활동, 학술교류 등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을 단단히 다지고 창작의욕을 높인다.

경남예술창작센터 전문가 비평 매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영준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과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문했다.

이 팀장은 "작업 공간이 없어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는 작가는 거의 없다"면서 작가와 관람객, 평론가, 지역사회 등을 이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외국 레지던시나 대안공간과 연결, 큐레이터들과 커뮤니티 활성화, 지역사회와 관계 설정 등이다.

김재환 학예사도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강조하면서 "창작센터가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 나아가 국제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허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경한 〈경향 아티클〉 편집장은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올해 경남예술창작센터의 예산액은 1억 4000만 원으로 재단기금 이자다. 도비는 0원으로 다른 문화재단에 비해 적은 편이다.

홍 편집장은 또 "작가 한 사람당 비평가 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등 밀도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며, 오픈스튜디오와 전시회를 열 때 갤러리 관계자, 큐레이터 등 현장 전문가를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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