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민조·이향수 부부

'캠퍼스 커플'은 대학생이 꿈꾸는 로망 중 하나다. 화창한 봄날에 살랑이는 봄바람을 따라 묘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 틔우는 청춘남녀. 흔히 'CC'라 불리는 대학 내 커플은 함께 대학가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러움을 산다.

그렇다고 누구나 캠퍼스 커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짝을 만나기도 어렵고, 사랑을 잘 이어갈지도 의문이다. 부러움과 시기를 동시에 받다 보니, 부담감도 크다. 그 때문에 많은 캠퍼스 커플이 얼마 못 가 헤어지기도 한다.

   

지난 2007년에 결혼해 올해로 결혼 6년차인 김민조(36)·이향수(33) 부부. 어느덧 쌍둥이 딸 부모가 된 두 사람이지만, 그 시작은 풋풋한 캠퍼스 커플이었다. 하지만, 둘은 남들과는 다르게 7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다 결혼까지 한 '성공한 CC'다. 곧 세 번째 아이를 맞이하는 두 사람. 둘은 잠시 옛 이야기를 꺼냈다.

둘은 지난 2000년에 만났다. 당시 신입생이었던 향수 씨와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한 민조 씨. 전형적인 커플 탄생 기회가 두 사람에게도 주어졌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똑같이 호감을 느꼈던 건 아니었다.

"사실, 신입생과 복학생은 좋은 인연이 되기도 하지만 또 너무 뻔한 관계이기도 하잖아요. 만남도 잦지만, 헤어짐도 많은 그런 사이죠. 오빠를 처음 봤을 때, 그냥 동네 오빠 혹은 아저씨 같다고만 생각했어요. 이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죠."

하지만, 민조 씨 생각은 달랐다. 신입생 중에서도 유독 향수 씨만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철부지 신입생을 한 번 꾀어보겠다'는 생각이 아니었다. 민조 씨는 진심으로 향수 씨에게 다가갔다.

"그저 그런 복학생 오빠로 남긴 싫었어요. 향수에게 잘 보이도록 노력했죠."

민조 씨는 알게 모르게 향수 씨를 챙기기 시작했다. 늘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향수 씨에게 다가갔고, 부담되지 않을 거리에서 지켜봤다. 다행히, 둘 다 기숙사 생활을 해 마주칠 기회가 더 많았다. 자연스럽게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기 시작한 두 사람. 둘은 점차 가까워졌다. 그러자 향수 씨도 민조 씨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둘은 어느새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로 발전했다.

   

학과에서 단체로 바닷가를 방문한 어느 날. 민조 씨는 향수 씨에게 정식으로 고백했다. 그렇게 둘은 학과를 대표하는 캠퍼스 커플이 되었다.

나란히 졸업할 때까지 두 사람 사랑은 변치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만났던 많은 커플이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동안 둘만은 꿋꿋이 사랑을 지켜갔다.

"다른 커플과 딱히 다를 건 없었어요. 다만, 늘 오빠가 이끌어주고 보듬어 줬기 때문에 오랜 커플로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 비해서 오빠가 참을성이 참 많죠."

졸업 후 향수 씨는 창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민조 씨 역시 창원 지역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남도 지속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전과는 다른 생활 방식 탓에 다툼이 잦아진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향수 씨와 여전히 학생인 민조 씨가 서로 상대방 생활 방식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다. 심하게 다툰 한 날에는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는 충격적인 발언도 오갔다. 이후 괜한 자존심에 몇 주씩 연락을 끊고 영영 이별할 것처럼 지낸 둘. 하지만, 이번에는 향수 씨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하다간 영원히 오빠를 못 볼 것만 같았어요. 늘 받기만 했던 터라, 더 미안했죠. 결국, 용기 내서 먼저 전화했어요."

   

다행히, 민조 씨 마음도 변함없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이별은 두 사람 사랑을 더욱더 깊게 만들었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캠퍼스 커플에서 시작한 풋내기 커플이 어엿한 사회인이 되기까지, 서로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왔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민조 씨는 향수 씨에게 프러포즈했다. 향수 씨도 진심 어린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향수나 저나 서로에게는 첫 사랑이에요. 어떻게 보면 참 운이 좋죠. 처음부터 좋은 사람을 만나 평생 함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잘 자라는 두 딸과 구월이면 태어날 셋째까지. 이제 다섯 가족이 함께 사랑을 꽃피워야죠."

든든한 민조 씨 곁에서 향수 씨 마음도 한결같다.

"이제 벚꽃이 한창 필 때잖아요. 오빠랑 이 시기에 만났으니, 늘 이맘때쯤이면 마음이 설레요. 앞으로도 마음만은 풋풋한 캠퍼스 커플로 남겨두고 살아야죠."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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