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39) 김현균 지리산신등표고버섯농원 대표

"농업이 발전하려면 품목 간, 행정 기관과 부서 간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농업 업무가 여러 기관에 걸쳐 있는데, 이들 간에 벽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보게 됩니다. 그리고 농민들도 복합영농으로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산청군 신등면 지리산신등표고버섯농원 김현균(50) 대표는 임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임업 후계자이다. 한국임업후계자협의회 산청지부장을 맡고 있다. 그러면서 경남정보화농업연합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지역 귀농인들에게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당당한 농업인이다.

◇쉴 틈 없는 365일 = 원목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김 대표는 올 초 톱밥을 이용한 배지를 일부 도입,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버섯과 먼저 인연을 맺은 사람은 김 대표의 부친 김경환(75) 씨였다. 젊은 시절 전기설비업을 하던 김 대표는 틈틈이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겸업했다. 하지만, 점점 부친이 농사일을 힘겨워하자 김 대표가 물려받았다.

"버섯을 키우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듭니다. 아버지 일을 도와주다가 자연히 버섯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김 대표와 아내 강윤자(왼쪽) 씨가 톱밥 표고버섯을 키우고 있는 하우스에서 배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전국으로 벤치마킹을 많이 다녔다. 본격적으로 귀농한 것은 1998년.

처음 수박 하우스를 구조변경한 3300㎡(1000평) 규모 시설에서 작물 교체를 하며 출발했다. 한해 한해 점차 시설 투자를 거쳐 5000㎡(1500평) 규모까지 농장을 키웠다.

그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폭설이나 폭우로 하우스가 내려앉고, 강풍에 하우스 뼈대와 비닐이 다 날아가는 등 온갖 자연재해를 겪었다. 살아남으려면 시설물을 견고하게 지어야 했다. 그 결과물이 현재 배지 버섯을 키우고 있는 230평짜리 하우스이다. 규정 도면에 나오는 하우스보다 배 이상 튼튼한 구조로 만들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원가와 인건비를 절감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 시스템도 책에서 본 것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전국의 버섯 농가를 벤치마킹해 좋은 것만 뽑아 놓은 겁니다. 예전에는 8~10명이 하던 일을 이 시스템 도입 이후에는 네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걸어 다니는 부분 없이 기계를 타고 일을 합니다."

임산물 복합영농을 하는 김 대표 부부는 1년 365일 쉴 틈이 없다. 표고버섯은 물론 도라지, 곰취, 감, 고로쇠 등을 키우다 보니 쉬는 날이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농촌 일이 그러하지만, 이곳에서 아내 강윤자(45) 씨 도움이 꼭 필요한 이유다.

"부부가 서로 돕지 않으면 농업은 절대 안 됩니다. 각종 교육과 벤치마킹에 꼭 아내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일을 공유하면 서로 이해하게 됩니다."

◇원목에서 배지 재배로 = 배지에 비해 버섯을 키우기가 쉬운 원목으로 시작했지만, 원목은 직접 소나무를 벌목해 옮기고, 버섯 재배 과정에서 나무 뒤집기 등을 하다 보면 힘이 많이 들고 안전사고 위험도 많다.

"배지 전환 계획을 한 지 8년쯤 됩니다. 그런데 당시 배지 재배 기술이 정착이 안 됐었죠. 시간이 더 지나 기술 보강이 되면 손을 대보자 하고 임업기술원 등 여기저기 교육을 다녔습니다. 배지는 선반에 올려놓으니까 같은 하우스 면적이라도 원목보다 3~4배 수확량이 많을 수 있습니다. 배지 재배 기술을 발전시켜서 주위에 권장하려 합니다."

여러 해 원목 하우스 한쪽에서 배지 시험재배를 했다. 배지는 톱밥에다 미강 등을 섞어 만든 것을 사온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배지 재배 시설을 갖췄다. 그런데 배지 구입이 힘들었다. 국내 생산 배지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

"여주에 있는 산림조합의 미생물연구소에서 배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물량이 달리니까 1년 전에 구입해야 하더군요. 결국, 올 1월 배지를 처음 들여왔습니다."

올해 김 대표는 원목 3만개, 배지 2만 개를 관리하고 있다. 원목은 연동형 하우스 4개 동(800평), 배지는 1개 동(230평)에서 키운다.

배지 재배는 냉난방 시스템 등을 갖춘 최신 하우스에서 하기 때문에 자연 재배 버섯이 홍수 출하돼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를 피할 수 있다.

연구소에서 들여온 국산 배지는 농가에서 숙성을 거쳐 버섯이 발아한다. 단계별로 빛·온도 조절 등을 잘해야 한다. 김 대표는 첫 수확을 5월 20일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현균(오른쪽) 대표와 도 농기원 강소농 지원단 이현욱 박사가 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종균배양소 정부 투자 있어야 = 김 대표는 국내 표고버섯 재배 발전을 위해 행정기관의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일반 농가에서는 자본력이 부족해 갖추기 어려운 종균배양 시스템을 지자체에서 만든다면 국내 표고버섯은 새송이 버섯 못지않게 재배가 많이 될 겁니다. 현재 국내에는 중국산 표고버섯이 많이 들어와서 도매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배지도 중국산에 의존하고, 버섯도 수입하다가는 국내 버섯 시장을 완전히 잠식당하게 될 겁니다. 국내 버섯 가격이 안정되려면 수출을 해야 하는데, 농촌진흥청 등에서 각 도에 하나씩 배지 유통 구조망과 종균 배양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버섯 재배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 대표 농가의 주 생산품은 원목을 이용해 재배하는 표고버섯이다. 9월부터 다음 해 5월 중순까지 저온성 표고버섯을 딸 수 있다. 3월부터 6월 말까지는 곰취를 수확하고, 7~8월 버섯과 곰취가 휴면기에 들어가면 감나무와 밤나무 제초작업 등으로 바쁘다. 장마 기간에는 종균을 접종한 나무를 뒤집어준다. 종균 접종은 주로 양력 2월부터 3월 말까지 하고 있다. '접종'이라고 해서 나무에 주사를 놓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 구멍을 뚫어 손가락 첫마디처럼 생긴 종균 덩어리를 넣는다. 그러면 나무 속에서 균이 퍼져 접종한 곳과는 다른 곳에서 버섯이 튀어나온다.

◇배지 재배 매뉴얼 만들기 = 김 대표는 새로운 품종을 접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농촌진흥청과 도 농기원의 지원을 피부로 밀접하게 느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마침 김 대표를 만난 지난 21일에도 도 농기원 강소농지원단에서 농장을 방문해 여러 가지 기술 지도를 했다.

민간전문가 이현욱 박사와 예권해 경영 담당자가 방문하자 김 대표는 인터뷰를 제쳐놓고 이 박사 일행과 배지 재배 기술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첫 도입인 만큼 이 박사와 김 대표는 일부 배지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농촌진흥청 소속인 강소농 민간전문가는 도 농기원에서 근무하는데, 전국에 100명, 경남에 13명이 있다.

'버섯 박사'인 이 박사는 "아직 표고버섯 배지 재배는 기술 정립이 안 돼 있다. 그래서 자주 농장에 들러 모니터링한다. 뭘 잘하고 뭘 잘못했는지 찾아서 기술지도를 하려면 자주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이 박사가 하려는 것은 매뉴얼 만들기 작업. 다른 농가에서 쉽게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작업 일지를 작성하며 모니터링 하고 있다. 혼자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내 버섯 농가 발전을 위한 기술 공유를 준비하는 것이다.

"선구자가 되는 것은 힘듭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실패를 하지 않으면서 국내 버섯 농가를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김 대표는 내년에 개인적으로 종균 배양소를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차차 하자"며 말렸다. 기술이 어느 정도 정립된 후 단계적으로 투자하자는 것.

김 대표는 "내가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버섯 배지 재배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사명감을 느낀다"며 "행정에서 신경 쓰지 않으면 머지않아 중국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천 이유>

◇이현욱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버섯전문가 = 지리산표고버섯 김현균 대표는 23년째 시설 원목 표고버섯과 시설 톱밥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경남정보화농업인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재배기술과 첨단정보를 현장에 접목한 선도농가입니다. 2012년 원목재배의 노동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동화 환경조절시설을 도입해 톱밥표고버섯 연중생산시설을 구축,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복합영농체제를 도입했습니다. 냉가온 설비기술로 직접 설계 시공한 톱밥 표고버섯 연중 자동화생산 시설을 인근 3농가에 기술 이전하였으며 작목반을 구성해 새로운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판매에 의한 소득증대 등 버섯산업의 선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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